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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 “사춘기 애들 가르치는 게 쉽지 않아요.”
지난 4일까지 포항에서 열린 ‘K리그 U15&14 챔피언십’에선 프로 무대에서 활약하던 선수들이 은퇴 뒤 감독으로 돌아와 지도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성남 U-15 남궁도 감독과 수원 U-15 돈지덕 감독, 제주 U-15 신병호 감독 등이 그렇다. 남궁 감독은 국가대표로 8경기, 올림픽대표로 13경기를 뛴 공격수 출신이다. 돈 감독은 내셔널리그 베스트11을 거쳐 프로 2부 FC안양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 수비수였다. 신 감독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 중국과 홈 경기에서 득점해 1-0 승리를 이끌었던 수준급 스트라이커였다.
현역 커리어는 나름 괜찮았던 이들이 중학생 선수들과 매일 동고동락하고 있는 것이다. 포항에서 만난 이들은 눈높이 교육과 다양한 스킨십으로 어린 선수들 기량 발전에 애쓰고 있음을 알렸다. 지난 2017년부터 성남 U-15 감독을 맡고 있는 남궁 감독은 “학생은 물론 부모들과 소통해야 하고, 팀 훈련도 책임진다. 이렇게 밖에 나와서 경기할 땐 안전 문제까지 신경쓸 것이 많다”며 “지치지 않고 재미있게 선수들을 가르치고 있다”고 했다. 돈 감독은 “경기 중엔 코칭을 자제하는 대신 훈련 때 커뮤니케이션을 많이 한다. 상황 판단을 어떻게 해나갈지에 대해 선수들과 고민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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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은 한창 사춘기 연령이다. 초등학교나 고등학교 지도자가 가질 수 없는 또 하나의 짐을 짊어진 셈이다. 세 사령탑은 선수들의 사춘기 경험도 지도자 경력을 쌓아가는 것에 큰 도움이 된다고 밝힌다. 2008년 은퇴 뒤 제주중 교사를 하고 있는 신 감독은 “선수들 성격 변화가 심하고 그렇다. 어쩔 땐 축구 그만두겠다고도 하고 그런다”며 “교사 생활을 하면서 상담을 많이 하다보니 노하우가 생겼다. 아이들 눈높이에서 대화하려고 노력한다”고 전했다. 남궁 감독은 “어제가 다르고 오늘이 다른 것이 바로 중학생 시기인 것 같다”며 “어쩔 땐 운동 대신 집에 가서 쉬는 것을 권하는 등 다양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세 지도자는 서로의 존재가 힘이 된다고 말한다. 남궁 감독은 “같은 운동하던 선배들이라 반갑고, 인사도 한다”며 “얘기할 시간은 많지 않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반갑다”고 했다. 돈 감독은 “남궁 감독하고는 안양에서 같이 뛰었다. 신병호 선배에겐 팀을 만드는 방법에서 배울 점이 많다”고 했다. 신 감독은 “전남 광양제철중 김현수 감독을 포함해 만나면 좋다. 인사도 자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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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U-15팀을 지도하지만 미래의 국가대표 만드는 꿈으로 살고 있다. 신 감독은 “국가대표를 키우고 싶다. 축구에 대한 꿈을 잃지 않고 훌륭한 선수로 자라줬으면 하는 게 바람”이라고 했다. 남궁 감독은 “지금의 신체 조건은 중요하지 않다. 이제 중학생이다. 개인 능력을 키워주는 것에 신경 쓴다”고 했다. 돈 감독은 “어린 선수들의 장·단점을 잘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 그런 다음 장점을 더 살려주는 지도를 하고 있다”고 했다.
silva@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