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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규(왼쪽)와 권혁규가 27일 목포축구센터에서 본지와 만나 인터뷰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목포 | 정다워기자

[목포=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개인 기량을 놓고 보면 이 선수들이 폴란드 멤버들에 뒤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낫다고 본다.” 폴란드 다음 세대를 보는 ‘제갈용’ 정정용 감독의 평가다.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 선수들은 26일부터 목포축구센터에서 모여 11월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18세 이하(U-18) 챔피언십 예선을 대비하고 있다. 2년 후 U-20 월드컵으로 가는 첫 일정으로 새로운 정정용호의 출항을 알리는 소집이기도 하다.

이번에 소집된 34명의 선수들 중 단연 눈에 띄는 인물은 고등학생임에도 프로 선수로 활동하고 있는 수원의 오현규(매탄고)와 부산의 권혁규(개성고)다. 오현규는 지난 겨울, 권혁규의 경우 이번 여름 소속팀과 준프로 계약을 체결하고 1군에서 뛰고 있다. 오전에는 등교하고 오후에는 출근해 팀 훈련을 함께하는 이중생활을 하는 선수들이다. 이들은 ‘New 정정용호’의 주축으로 팀을 이끌어나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정 감독은 이들의 기량을 높이 평가하며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들은 큰 부담감 속에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U-20 월드컵 준우승 때문이다. 권혁규는 “형들이 생각보다 많이 잘했다. 부담을 느끼고 있다. 형들 못지 않게 하려면 더 준비를 잘하고 노력해야 할 것 같다. 팀 선배 (이)상준이형은 원팀이 됐기 때문에 준우승한 것이라고 조언해줬다. 그말을 듣고 우리도 개인 이전에 팀을 먼저 생각해야겠다고 다짐했다”라고 말했다. 오현규는 “앞 세대 형들이 너무 좋은 성적을 거뒀다. 그렇게 잘할 줄 몰랐다. 설마 설마 했는데 결승까지 가더라. 진심으로 응원하긴 했지만 우리에게는 너무 가혹한 결과였다”라며 웃은 후 “그래서 부담이 되지만 우리도 좋은 성적을 내보고 싶다”는 각오를 말했다.

[포토] 수원 오현규, 오스마르 제치고~
수원 삼성 오현규가 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진행된 K리그1 2019 10라운드 FC서울과의 경기에서 오스마르의 수비를 제치고 슈팅을 시도하고있다. 수원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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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프로축구연맹

일단 11월 AFC U-18 챔피언십 예선을 통과하는 게 우선이다. 한국은 중국 미얀마 싱가포르와 한 조에 속했다. 한국의 전력이 우세하지만 변수 많은 아시아 지역에서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 권혁규는 “분명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전력이 우위에 있지만 내려서는 팀을 이기는 게 쉽지 않다. 수비 뚫는 법을 많이 연구하고 훈련해야 한다. 혹시라도 기대에 못 미치는 경기를 해도 믿고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 형들도 처음부터 잘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오현규도 “월드컵은 꿈의 무대다. 꼭 뛰어보고 싶다. 월드컵에 가려면 예선을 통과해야 한다. 밑에서 수비수들이 잘 막아주면 공격수로서 꼭 골을 넣어 승리하겠다”라고 했다.

프로 신분이라는 시선은 이들의 어깨를 무겁게 만든다. 오현규는 “아무래도 프로 경험을 하고 있기 때문에 친구들보다 나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부에서 경쟁하면서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권혁규도 “사실 그런 시선이 부담되기는 한다. 하지만 너무 크게 신경쓰지 않고 열심히 하려고 한다”라고 덧붙였다.

2년 후 월드컵을 위해서는 각자의 소속팀에서 활약하는 게 중요하다. 정체되면 월드컵도 장담할 수 없다. 오현규는 “소속팀에 있는 시간이 더 많다. 경쟁하면서 많이 성장해 월드컵에 가겠다. 수원에서 더 많이 뛰고 공격포인트도 올리고 싶다. 2년 후에는 더 좋은 선수가 돼야 한다”라고 다짐했다. 권혁규는 “사실 저는 지금 팀에 종우형이 있어서 많은 시간 뛰기 어렵다. 제가 형을 밀어낼 수는 없겠지만 옆에서 많이 배우고 있다. 혹시라도 기회가 오면 잘 잡아서 제 기량을 보여드리겠다”라고 말했다.

오현규는 이미 프로 데뷔전을 치러 7경기를 소화했다. 반면 권혁규는 아직 데뷔전을 갖지 못했다. 지난 주말 경기 교체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는 했지만 기회를 얻지는 못했다. 오현규는 “혁규가 준프로에 대한 질문을 많이 했다. 제가 조금 먼저 해보니 프로는 준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른 것 같다. 고등학교와 많이 다르다. 축구를 다시 배우는 느낌으로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권혁규는 “사실 엄청 뛰고 싶었는데 경기가 치열해지니까 긴장이 됐다. 들어가면 큰 일 나겠다는 생각을 했다”라며 웃은 후 “모든 게 꿈 같다. 고등학생과 훈련하다 갑자기 앞에 이정협 김문환 박종우 같은 형들이 뛰고 있다. 한 달간 정말 신기했다. 이제 겨우 적응한 것 같다”라며 이른 시기에 시작된 프로 생활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두 선수는 초등학생 시절부터 연령대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중학생 때부터는 연령대 대표팀에서 함께 뛰기도 했다. 다른 팀에 있지만 서로에 대해 잘 아는 편이다. 오현규는 권혁규에 대해 “같이 뛰면 편하다. 키가 큰데 기술적으로 정말 뛰어나다. 앞으로 기대가 된다. 호흡이 잘 맞는 선수다”라며 칭찬했다. 권혁규도 “현규는 공격수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선수다. 지거나 비기고 있을 때 꼭 하나 해줄 것 같아 믿음이 간다. 앞으로도 의지하고 싶은 선수”라며 믿음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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