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인금메달_인천공항
이해인.  인천공항 | 이지은기자 number23togo@sportsseoul.com

[인천공항=스포츠서울 이지은기자]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기대주 이해인(14·한강중)의 깜짝 금메달 뒤에는 ‘킹 메이커’가 있었다. 바로 김연아의 2004년 주니어그랑프리 첫 우승을 지도했던 지현정 코치다.

이해인 지난 7일 라트비아 리가에서 열린 2019~2020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주니어그랑프리 2차 대회 여자 싱글에서 최종 총점 197.63으로 포디움 꼭대기에 올랐다.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개인 최고점인 66.93점 3위를 기록하며 출발한 그는 프리스케이팅에서 총점 130.70점을 받으며 주니어 그랑프리 한국 여자 싱글 최고점도 갈아치웠다. 2012년 김해진(은퇴) 이후 7년 만에 한국선수가 주니어그랑프리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또 하나의 ‘포스트 김연아’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이튿날 인천공항에는 금의환향한 이해인을 보기 위해 취재진과 팬이 몰렸다. 전에 없던 환대를 받은 선수도 “얼떨떨하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러나 먼 발치에서 이해인을 지켜보던 지 코치는 “지금 너무 좋아하면 안된다”며 오히려 흥분을 가라앉혔다. 김연아와의 비교가 나오는 상황에서도 “지금과 그때를 견줄 순 없을 것 같다. 그때와 지금은 수준이 하늘과 땅 차이다. 세계적으로 흐름 자체가 이미 많이 올라서서 단순 비교는 불가능하다. 국내에서의 경쟁자들도 많다”고 차분히 설명했다.

냉정한 진단이다. 최근 여자 피겨에는 고난도 점프 바람이 불어들면서 러시아, 미국, 일본 등 피겨 강대국 선수들이 앞다퉈 쿼드러플 점프, 트리플악셀을 실전에서 선보이고 있다. 스케이팅 기술과 비점프 요소 등 구성점수(PCS)에서도 빠지지 않는 선수들이라 세계 수준으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고난도 점프가 불가피하다. 게다가 국내에서도 기존 ‘트로이카 삼총사’로 꼽히는 임은수(16·신현고), 김예림(16·수리고), 유영(15·과천중)이 건재한 가운데 14세 동갑내기인 이해인, 위서영(14도장중), 박연정(하계중)이 ‘신트로이카’가 나타나 언니들을 위협하고 있다.

이해인은 아직도 키가 크고 있는 중학교 2학년 선수다. 지도자는 고난도 점프를 당장 익히기 보다는 신체 변화와 함께 가는 게 낫다고 판단하고 있다. “나이에 비해 큰 편”이라고 설명한 지 코치는 “트리플악셀은 비시즌에는 연습을 하고 있다. 아직 완벽한 회전이 아니기 때문에 성공율을 따질 수 없는 수준이다. 부상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시즌 중에는 너무 많이 치중하지 않겠다. 현재는 표현력을 보완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시니어 무대에 가서도 떨어지지 않는 점수를 받기 위해 가장 신경쓰고 있다”고 밝혔다. 이해인은 오는 25~28일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서 열리는 6차 대회에 한 번 더 나서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진출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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