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가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고 있다. 쿠팡의 로켓배송으로 시작된 배송 특화 경쟁이 새벽배송으로 이어진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2015년 100억원대이던 새벽배송 시장 규모는 3년 만에 40배로 성장, 지난해 4000억원대를 기록했다. 올해는 8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전체 식품 시장 규모가 100조원으로 추산되는 것을 감안하면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일각에선 ‘하나만 살거나, 모두 죽는 치킨게임’이라며 배송의 과잉 경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본지는 현 시점에서 ‘새벽배송’이란 네 글자에 얽힌 주요 현안들을 7차례에 걸쳐 연속 보도한다._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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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의 로켓배송이 불을 지핀 배송 특화 경쟁이 새벽배송으로 이어지고 있다. 쿠팡은 지난해 10월 새벽배송 서비스인 ‘로켓프레시’를 론칭, 전국 유통망을 이용해 최대 규모의 새벽배송을 벌이고 있다. 제공 | 쿠팡

[스포츠서울 권오철 기자] 새벽배송은 사실상 우유 배달이 원조다. 서울우유가 1960년대 초부터 이른 새벽, 우유를 가정집으로 직접 배달한 이후 국내 새벽배송 물품은 우유를 포함한 건강음료가 주를 이뤘다. 그러다 수산류, 정육·달걀류, 채소류, 과일류 등 보다 다양한 신선식품의 새벽배송 시장을 키운 것은 2015년 5월 ‘샛별배송’을 선보인 마켓컬리다. 이 업체가 새벽배송의 부활이자 제2 전성기의 신호탄을 쏜 셈이다. 이후 집 밖을 나서지 않고 주문, 새벽에 배송된 신선한 상품으로 아침을 해결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마켓컬리는 고객이 전날 오후 11시 전까지 주문하면 다음 날 7시 현관문 앞으로 제품을 배달하고 있다. 서비스를 시작한 지 6년 만인 올해 6월 기준 마켓컬리의 회원수는 200만 명, 1일 평균 배송물량은 3~4만 건, 취급 상품도 1만여 품목으로 성장했다. 다만 샛별배송이 가능한 지역은 서울·경기·인천(일부지역 제외)으로 한정된다. 마켓컬리는 지난해 157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대형 유통업체들이 본격적으로 새벽배송에 합류한 것은 2017년부터다. 먼저 GS리테일의 온라인 쇼핑몰 GS프레시(GS fresh)는 2017년 7월 서울시 12개구를 대상으로 새벽배송 서비스를 진행, 그해 10월부터 서울 전지역으로 배송지역을 확대했다. GS리테일은 올 1월 GS홈쇼핑의 인터넷 쇼핑몰인 GS샵과 손잡고 새벽배송을 강화했다. GS샵 역시 지난 7월 초 동원홈푸드가 운영하는 반찬 브랜드 ‘더반찬’을 모바일서 론칭하며 새벽배송을 도입했다.

롯데 계열사 롯데슈퍼(롯데프레시)는 지난해 2월 새벽배송을 시작했다. 서울·경기 17개 센터 배송권 안에서 운영 중이며 전날 10시까지 온라인으로 주문 받은 상품을 다음 날 오전 3시부터 7시 사이에 고객 집 앞까지 배송한다. 롯데홈쇼핑도 냉동·냉장·신선식품 주문 고객들에게 신선도와 청결한 상품을 전달하기 위해 지난 7월부터 새벽배송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이어 롯데마트는 지난 8월 새벽배송 대신 오후 8시까지 주문하면 당일 자정까지 받을 수 있는 ‘야간배송’ 서비스를 도입, 배송시간을 또 한 번 앞당겼다.

BGF리테일리은 지난해 6월 온라인 프리미엄 푸드 마켓 헬로네이처를 인수했다. 50여만 명의 가입자수를 보유한 헬로네이처는 “잠들 때 주문, 눈뜰 때 도착”을 사업 콘셉트로 잡고 서울 전역 및 경기도 주요 지역을 대상으로 전날 오후 12시까지 주문을 받고 다음날 아침 8시 전까지 배송한다. 취급 상품은 신선·가공식품 약 3000여 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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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마켓컬리

전통적인 유통채널인 백화점도 새벽시장에 뛰어들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7월 새벽배송 서비스 ‘새벽식탁’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당일 오후 5시 이전에 주문하면 다음날 오전 7시까지 주문 상품을 배송해주는 서비스로, 백화점 업계에서 새벽배송 서비스를 도입한 건 현대백화점이 처음이다. 이어 지난해 8월엔 현대홈쇼핑이 홈쇼핑 업계 최초로 현대H몰 ‘싱싱냉동마트 새벽배송’ 서비스를 도입했다. 주문 마감 시간은 오후 4시로, 다음날 아침 오전 7시 이전에 주문한 상품을 받아볼 수 있다.

쿠팡은 또 하나의 후발 주자임에도 차원이 다른 규모의 새벽배송을 진행 중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10월부터 전날 자정까지 1만5000원 이상 제품을 주문하면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제품을 받을 수 있는 ‘로켓프레시’를 론칭했다. 새벽배송 시장 진입이 1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배송 지역이 전국 단위인 만큼 로켓프레시의 1일 평균 배송물량은 7~8만 건, 배송취급 상품 수는 350만 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신세계그룹이 운영하는 온라인쇼핑몰 SSG닷컴은 지난 6월 새벽배송을 시작, 이후 한 달 만인 7월 소비자 요청 쇄도로 배송 물량을 1일 3000건에서 5000건으로 늘리고 배송 지역을 서울·경기 11개 구에서 19개 구로 확대했다. 이후 약 3개월 만인 지난달 22개 구로 배송 권역을 확대하고 배송 가능한 상품도 1만 종에서 1만5000종까지 늘렸다. SSG닷컴은 고객들에게 최대 9시간까지 보냉력이 유지되는 보랭백인 ‘알비백’을 제공해 눈길을 끌었다.

일각에선 관망하며 적절한 진출 시기를 재고 있다. 새벽배송을 준비하다 보류했다는 한 업체 관계자는 “10개의 제품을 하루 한 번에 배송할 수 있던 것을 하루에 5개씩 아침과 저녁으로 나눠 배송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성급히 뛰어들기 조심스럽다”며 “새벽배송에 특화된 아침식사, 식자재, 정기 배송 등 고객 니즈가 무르익었을 때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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