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남태부

[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9년차 배우 남태부(27)가 긴 호흡의 드라마를 마치고 한 단계 더 성장했다.

지난달 22일 종영한 KBS2 주말극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이하 세젤예)는 가부장적 시대를 견디고 자식들을 번듯하게 키워낸 엄마 박선자(김해숙 분)와 세명의 딸들 강미선(유선 분), 강미리(김소연 분), 강미혜(김하경 분)이 누구나 한 번쯤은 겪었을 부모, 자식 간의 모습을 그려내며 웃음과 공감을 선물했다.

극중 남태부는 강미혜의 전 남자친구이자 드라마 스타 작가 방재범으로 분했다. 뛰어난 스펙, 부와 명예를 모두 갖고도 강미혜를 10년간 짝사랑하는 지고지순한 인물이다. 사실 방재범은 어떻게 보면 순정남이지만 다르게 보면 집착남처럼 비춰질 수도 있다.

이에 대한 우려를 남태부도 갖고 있었다고. 그는 “방재범은 성공한 스타작가인 만큼 사회적 지능은 높지만, 미혜를 좋아하는 모습에서 보이듯 대인관계에선 사춘기 소년같은 미숙함이 많은 인물이다. 그 양면성을 보고 균형을 잘 잡으려고 노력했다”며 “재범 역에 제가 캐스팅된 이유가 있을 거고, 전 제 연기의 위트적인 측면이 그 이유 중 하나라 생각해서 이 부분을 잘 활용한다면 재범의 비호감적인 부분이 덜 하지 않을까 했다”고 이야기했다.

마지막 회 방재범은 강미혜-김우진(기태영 분)의 결혼식에서 갑자기 들어와 노을의 ‘청혼’을 부른다. 노래를 부를 때 재범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묻자 그는 “놔줘야 하는 미혜에 대해 정리하는 마음과 우진에게 ‘나는 못 웃게 해줬지만 넌 많이 웃게 해줘라’라는 의미도 함께 전한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드라마에서 노래를, 그것도 발라드를 부르게 될 줄 꿈에도 몰랐다. 이틀동안 연습 했는데 정말 쉽지 않더라”라고 회상하며 “NG를 잘 안내는 편인데 제일 많이 났다. 결혼식장에서 ‘잠깐만요!’라고 외치는 인물은 보통 잘생기지 않나. 그걸 제가 할 줄 몰랐다”고 말하며 웃었다.

실제 연애 스타일은 방재범과는 많이 다르다고. 남태부는 “미혜를 좋아하는 순애보에 공감가는 부분도 있었지만 전 포기가 빠른 편이다”고 웃으며 “‘츤데레’ 스타일인 것 같다. 약간 김구라 선배님같이 툭툭 던지는 화법이다. 미혜가 친구로 지내자 하면 바로 포기했을 거다”라고 이야기했다.

현재 남태부는 ‘세젤예’ 합류가 확정된 2월 이후부터 계속 독서실을 다니는 중이다. 그는 “동기부여가 생기려면 환경이 바뀌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지난해 방송된 SBS ‘흉부외과:심장을 훔친 의사들’을 끝내고 표현력의 한계를 느꼈다. 예전보다 제가 노력을 안 하는 것 같단 생각에, ‘세젤예’ 땐 전작보다 성장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역할도 커서 더 절실하게 하게 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남태부는 “책을 별로 안 좋아했는데 독서실을 다니며 책에 재미를 붙였다. 나를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도 많아졌다. 앞으로도 계속 독서실을 다닐 거 같다”고 덧붙였다.

‘세젤예’는 남태부에게 어떤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냐는 물음에 한참을 생각하던 그는 “10년 후에 봤을 때 엄청난 자양분이 될 작품이다”라며 “사실 그동안 제 부족한 점을 잘 몰랐다. 웃긴 연기를 잘한다 해주셔서 건방지게 자만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한계를 참 많이 느꼈다. 10년 후에도 내가 연기생활을 하고 있다면 ‘세젤예’는 제게 엄청난 발판이 될 거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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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