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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한국시리즈 2차전을 찾은 관객들. 사진 | 윤소윤기자 younwy@sportsseoul.com

[잠실=스포츠서울 윤소윤기자] “예전엔 티켓팅 많이 했죠. 한국시리즈(KS)마다 왔습니다.”

‘내 팀’의 KS 경기는 매 분, 매 초 손에 땀을 쥐고 보게 된다. 그러나 ‘남의 집 잔치’라면 말이 다르다. 가장 높은 곳에서 맞붙는 두 팀의 대결인 만큼 정규시즌보다 치열한 승부가 펼쳐지고, 짜릿한 장면이 자주 연출 된다. 팬심을 빼고 봐도 어느 때보다 흥겹게 야구를 즐길 수 있다.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KS 2차전이 펼쳐졌다. 잠실을 홈으로 쓰는 두산, 고척 스카이돔의 키움, 서울권 두 팀의 대결이라 경기장 이동이 편리했던 덕에 티켓팅은 더욱 치열했다. 지난 18일 열린 KS 예매는 말 그대로 ‘피켓팅(피 튀기는 티켓팅)’이었다. ‘이미 선택된 좌석입니다’ 라는 말이 팬들이 가장 많이 본 메시지였다. 이번 KS는 티켓 오픈 30분 만에 1~4차전 표가 전량 매진됐다.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으로 오가기 좋은 경기장에서 펼쳐진다는 게 큰 장점으로 작용했다. 야구를 사랑하는 이들이 모두 이 티켓 전쟁에 뛰어들었다.

이날도 두산, 키움 팬들 외에 많은 이들이 경기장을 직접 찾았다. 응원석이 아닌 외야에는 키움의 상징인 버건디, 두산의 상징인 화이트 색 외에도 형형색색의 유니폼과 다양한 선수들의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찾아볼 수 있었다. 입담도 남달랐다. 삼성 ‘강민호’의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은 팬을 만나 이곳까지 오게 된 이유를 물었다. 그는 “삼성 왕조 시절에 티켓팅을 하도 많이 해 달인이 됐다. 최근 몇 년간은 티켓팅 할 일이 없었다. 하지만 짬이 있어서 외야 티켓 정도야 손쉽게 구할 수 있다. 그런데 다 옛날얘기다. 더이상 말하고 싶지 않다”고 크게 웃으며 “가을이니 나들이 겸 왔다. 야구장 분위기를 느끼는 것도 기분 전환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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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시절 양의지 등 번호가 새겨진 유니폼음 입은 관중의 뒷모습

정체성을 잃은(?) 관중도 만나볼 수 있었다. 1루쪽 외야엔 과거 두산 포수로 활약했던 양의지(현 NC)의 두산 시절 유니폼을 입은 팬이 인증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왜 하필 양의지의 유니폼이냐’는 물음에 “일단 저는 두산 팬이고 그것과 별개로 양의지를 좋아한다”며 미소를 보였다. NC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때도 직접 경기장을 찾았던 팬이다. 그는 “NC가 이곳 잠실에서 패하고 포스트시즌 탈락했을 때 너무 아쉬워서 여길 다시 찾아왔다. 말하면서 느낀 건데 난 NC 팬인 듯 하다. 양의지 선수가 두산에 있던 시절엔 티켓팅을 피시방까지 가서 했는데, 그 능력이 어디 안 간 것 같다”며 호탕하게 말했다. 옆에서 그를 지켜보던 두산 팬들 역시 큰 소리로 웃었다.

서울권 팀들이 맞붙으며 ‘지하철 시리즈’로 불리는 이번 KS는 모든 팀의 팬들을 야구장으로 끌어 모으고 있다. 바야흐로 가을 대축제의 계절이다.

younwy@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