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김혜리 기자] 저금리·보험시장 포화로 업황이 부진한 가운데서도 손해보험사는 장기인보험 영업 비중을 늘리고 채권을 매각하는 등 이익 보전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다만 ‘일시적 처방’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 DB손해보험, 현대해상 등 손해보험 ‘빅3’사를 포함한 9개사의 3분기 당기순이익은 5021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6950억원)보다 27.8% 감소했다. 같은 기간 메리츠화재는 순익 규모가 5.0% 증가했다.
보험사들이 고질적인 불황 속에 보험영업 부진 일부를 처분이익으로 상쇄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채권 매각이익 등 투자 영업이익을 늘려 ‘어닝쇼크’ 수준의 당기순익을 면했다는 얘기다.
삼성화재의 투자이익률은 2.8%로 비교적 낮은 수치를 보였지만 현대해상과 DB손보는 각각 4.1%, 4.2%에 달하는 투자이익률을 보였다. 현대해상과 DB손보의 3분기 투자이익은 3900억원, 3831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각각 45.7%, 39.2% 증가했다. 채권 매각이익이 증가하며 이익률도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채권 매각은 보험 영업만으로 수익을 충당하기 어려워 선택한 고육지책으로 분석된다. 일회성에 그친 임시적인 수익이라 지속되기는 힘들다는 전망이다.
이는 유일하게 순익 규모가 증가한 메리츠화재에도 해당됐다. 메리츠화재는 3분기 보험영업에서 적자를 기록했지만 투자 매각이익(3627억원)이 지난해 같은 기간의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손보사들이 장기인보험 판매 비중을 확대한 것도 양날의 검이 됐다. 장기인보험은 수익성이 높은 데다, 보장성 보험이라는 점에서 보험사에게 매력적인 상품이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새 회계기준(IFRS 17)에 맞춰 부채 규모를 줄이려면 저축성 보험보다 보장성 보험을 판매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손보업계는 삼성화재와 메리츠화재의 주도 아래 장기인보험 판매에 힘써왔다. 이에 장기인보험 판매는 대체로 호조세를 보였다.
삼성화재의 3분기 보장성인보험 매출은 지난해 동기보다 48.7% 증가한 160억원(월납기준)까지 증가했다. 다만 독립법인대리점(GA) 비중이 지난해보다 8.9%포인트 늘어난 22%까지 상승하며 사업비만 연중 최고치인 9610억원을 기록했다.
현대해상과 DB손보도 보장성인보험 신계약에서 호조세를 보이고 있었다. 현대해상의 3분기 보장성인보험 매출은 월납기준 89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14.4% 성장했다. DB손보의 보장성인보험 매출도 974억원(월납기준)으로 같은기간 30.4%까지 올랐다.
그러나 이에 따른 사업비도 같이 증가세를 보이며 결국 판매수익을 상쇄할 부메랑으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나타났던 패턴(보험영업 부진을 채권 처분이익으로 상쇄)은 4분기에도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며 “삼성화재가 지난 14일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업계 선도사로서 과도한 경쟁을 지양하겠다’고 언급한 만큼 신계약 경쟁 수준이 올해보다는 악화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김혜리기자 kooill91@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