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쓸모있는 여의도 잡담 ⑤

[스포츠서울 유경아 기자] 새해가 밝기까지 한 달 남짓 남겨둔 은행권에 시름이 깊다. 내년부터 적용될 새로운 규제들 탓에 수익성에 빨간 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올해 은행권 최대 이슈였던 ‘해외 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이후 후폭풍은 시중은행의 주가연계신탁(ELT) 시장에 불어 닥쳤고, 초저금리 시대에 접어들었지만 내년부터 적용될 ‘신(新)예대율(예금 대비 대출잔액 비율) 규제’ 탓에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 비중이 큰 시중은행들은 예금 금리 인하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서울 여의도와 을지로 금융가에서는 아쉬운 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규모 원금 손실로 이어진 ‘DLF 사태’는 주요 시중은행 중 2개 은행이 초래했는데 당국에서는 모든 은행들이 ELT 등의 금융 상품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금지 조치를 내렸기 때문이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DLF 사태’ 재발 방지 대책으로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깅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을 내놓으면서 ‘고난도 금융상품’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DLF처럼 위험성이 높은 투자 상품을 묶은 개념인데, 여기에 ELT가 포함돼 각 은행들은 난색을 표했다.

은행에서는 ELT를 공모에 가깝다고 보고 있는 반면 당국에선 사모로 판단해 고난도 금융상품에 포함시킨 것이다. 올해 은행에서 판매한 ELT 잔액은 약 43조원에 달한다. 당국이 ELT를 사모로 규정짓고 더이상 판매할 수 없게 된다면 자산관리(WM)부문에 집중하고 있는 은행들은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DLF가 문제가 된건데 ELT까지 팔지 못하게 하는 건 무리지 않냐”면서 “사고는 2개 은행이 쳤는데 다른 은행들까지 힘들어지게 됐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ELT를 공모와 사모로 구분할 수 있으면 판매할 수 있다는 입장인 당국의 논리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며 “원래 ELT는 공모와 사모 중 하나라고 규정짓기 힘들었다”고 덧붙였다.

신예대율 규제도 마찬가지다.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9월말 시중은행 예대율은 96.2%를 기록했다. 그러나 내년부터 당국이 시중은행 예대율 산정시 가계대출 가중치를 15%포인트 높여 가계대출을 억제하기로 하면서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큰 은행은 대출 영업에도 제동이 걸리게 됐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추면서 초저금리 시대에 접어들어 예금 금리도 하락세로 접어들어야 하지만, 예대율 관리 탓에 예금 금리를 낮추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은행에는 원래 규제가 많지 않았냐”면서 “예대율 관리도 그렇지만 DLF 사태 이후 신탁업 영업 환경도 어려워져 답답하다”고 말했다.

yooka@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