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김혜리 기자] 앞으로 설계사들이 보험계약자를 대상으로 더 좋은 상품이 있다고 꼬드겨 계약을 갈아타게 하는 행위를 막을 수 있게 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손해보험협회는 한국신용정보원의 보험계약 정보를 활용해 계약을 비교·안내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이 시스템은 고객이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보험사가 고객의 개인정보 동의를 받아 신용정보원에 신규 계약과 유사한 상품에 가입했는지를 조회할 수 있도록 해준다. 조회 기준일 현재 가입된 상품뿐 아니라 그 이전 6개월 내 소멸한 계약도 확인할 수 있다.

유사 상품 가입이 조회되면 보험사는 새 보험 상품과 기존 상품의 내용을 비교한 ‘비교안내확인서’를 고객에게 나눠준다. 확인서에는 신구 상품의 보험료, 보험기간, 보험료 납입기간, 보험가입금액, 주요 보장내용, 환급금액, 공시이율 등이 포함된다.

이 시스템은 승환계약 시 기존 계약과의 비교·안내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데 따라 마련됐다.

기존 계약을 해지한 후 6개월 이내 신계약을 체결하거나 신계약을 체결하고 6개월 내 기존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를 ‘승환계약’이라고 한다. 보험업법에서는 승환계약인 경우 보험사가 고객에게 신계약과 기존 계약을 비교·안내하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보험에 계약했는지 여부를 설계사가 고객에게 구두로 질문하고 고객은 기억에 의존해 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특히 설계사들이 다른 보험사로 이직할 때 실적을 내기 위해 자신이 관리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이런 승환계약을 일으키는 일이 잦다.

손보업계에서는 전체 승환계약의 90% 이상이 독립보험대리점(GA)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부당 승환계약인 경우 해당 보험사에 계약 건당 100만원, 설계사 1인당 최대 3000만원의 제재금이 부과된다. 금융당국은 10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고 2회 이상 과태료 처분을 받은 설계사는 등록을 취소한다.

손보협회가 지난해 세 차례에 걸쳐 이직 설계사의 신규계약 2만4422건을 점검한 결과 이 중 22.6%(5518건)는 부당 승환계약인 것으로 드러났다. 업계에서는 신계약의 절반가량을 승환계약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보험연구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가구당 보험 가입률은 전체 98.4%이고, 개인별 보험 가입률은 96.7%에 달했다. 이처럼 보험시장이 포화상태에 도달해 보험 갈아타기로 영업 실적을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설계사 입장에서는 신규계약이 수수료가 제일 커 좀 더 좋은 보장이라고 포장해서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려고 하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그동안 납입한 보험료가 날아가서 손해를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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