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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K리그 흥행의 기폭제가 된 DGB대구은행파크.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도영인기자] K리그에 봄이 찾아왔다.

2019시즌 K리그는 비약적인 관중 증가를 통해 흥행의 불씨를 키우는 한 해가 됐다. 올시즌 K리그1은 지난시즌 대비 47% 증가한 182만7061명(경기당 평균 8013명)의 팬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K리그가 1~2부리그 체제를 구축한 2013시즌 이후 경기당 평균관중이 8000명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올시즌 목표로 잡은 경기당 평균 7600명과 누적 관중 170만명을 훌쩍 넘어서면서 인기를 실감케 했다. K리그는 지난해 큰 폭의 관중 감소(경기당 평균 5444명)로 인해 위기론이 불거졌다. 하지만 올시즌 드라마틱한 반전에 성공하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K리그의 흥행은 복합적인 원인으로 분석할 수 있다. 무엇보다 시즌 최종라운드까지 이어진 역대급 순위 경쟁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다. 또한 새 전용구장 건립과 함께 호성적으로 K리그의 이슈메이커가 된 대구의 인기몰이도 빼놓을 수 없다.

◇역대급 순위 경쟁이 만들어 낸 관중 대박

2019시즌 K리그1 순위 경쟁은 말 그대로 ‘각본 없는 드라마’였다. 리그 3연패를 노리는 전북과 14년만에 정상에 도전하는 울산은 시즌 초반부터 ‘2강’ 체제를 유지하면서 선두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을 이어갔다. 리그 37라운드 맞대결에서 두 팀이 1-1로 비기며 울산이 승점 3점차 선두를 유지하게 됐고, 우승의 8부 능선을 넘었다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지난 1일 열린 리그 최종전에서 극적인 반전 시나리오가 완성되면서 전북이 리그 3연패를 달성했다.

강등권 싸움도 가장 길고, 가장 치열했다. ‘경·제·인’으로 불린 경남, 제주, 인천은 개막 후 2개월이 지난 5월부터 최하위권에 머무르며 물고 물리는 접전을 보여줬다. 최하위권과 중하위권과의 격차가 일찍 벌어지면서 시간이 갈수록 1부리그 잔류 경쟁은 격화됐다. 게다가 최근 유상철 인천 감독의 암투병 소식이 공개되면서 팬들의 강등권 경쟁에 대한 관심이 증폭됐다, 결국 ‘잔류왕’ 인천이 10위를 차지하면서 마지막에 웃는 팀이 됐고, 제주는 최하위로 2부리그 강등이 확정됐다. K리그는 그동안 매시즌 10월 이후 관중이 서서히 감소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순위가 결정되는 팀들이 늘어나고, 파이널라운드B(하위리그)의 경우 흥행요소가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팬들의 관심도 떨어졌다. 올시즌엔 시즌 최종전에서 리그 우승팀, 마지막 차기시즌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진출팀과 1부리그 잔류팀이 결정되면서 12월까지도 팬들이 K리그에서 눈을 뗄 수 없는 시즌으로 남았다.

사본 -3연속 매진
대구 | 도영인기자

◇K리그를 뒤흔든 ‘대팍효과’

올시즌 K리그 흥행의 중심에는 대구와 새 홈구장인 DGB대구은행파크가 자리잡고 있다. 대구 구단은 그동안 홈구장으로 활용했던 6만석 규모의 대구 스타디움을 떠나 구도심에 새롭게 자리잡은 DGB대구은행파크, 이른바 ‘대팍’에서 올시즌을 시작했다. 1만2000여석의 DGB대구은행파크는 K리그에서 가장 작은 규모의 경기장이지만 엄청난 파급효과를 보여줬다. 축구계가 DGB대구은행파크에 대해 ‘안 가본 팬은 있어도 한번만 가본 팬은 없다’는 말을 내놓을 만큼 대표적인 관중 친화적인 구장이 됐다. 대구는 올시즌 꾸준하게 좌석 점유율 80% 이상을 유지하면서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특히 9차례 매진 사례와 함께 경기당 평균 1만명 관중시대를 열면서 서울 전북과 함께 ‘관중 빅3’에 이름 올리는 기염을 통했다.

대구 구단은 DGB대구은행파크에서의 흥행을 통해 K리그의 이미지를 바꿔놓았다. 그동안 K리그는 경기장에 가면 당연히 경기 티켓을 구매할 수 있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대구가 올시즌 개막 후 4경기 연속 매진을 기록하면서 이제는 팬들도 예매를 하지 않으면 경기를 볼 수 없다는 생각이 자리를 잡게 됐다. 폭발적인 흥행을 이끈 DGB대구은행파크는 새 구장 건립을 계획하고 있는 많은 구단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시즌 중에는 K리그 구단 및 연고지 지방자치단체 담당자들이 경기장을 직접 찾아 사례연구를 실시하기도 했다. DGB대구은행파크 건립의 산파 역할을 한 조광래 대구 사장은 “새 전용구장 건립을 고민하고 있는 구단이나 지자체에게 우리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해줄 준비가 돼 있다”면서 ‘제2의 대팍’ 등장을 기대하고 있다.

dokun@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