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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리버풀 SNS

[스포츠서울 박준범기자]욱일기 논란에 휩싸인 리버풀이 ‘국민 비호감’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리버풀은 지난 20일(한국시간) 미나미노 다쿠미(24) 영입 관련 영상을 올리며 논란을 일으켰다. 1981년 도쿄에서 열린 도요타컵에서 필 톰슨과 지코가 활약한 경기를 재조명하는 영상이 공개됐는데, 영상 배경에 욱일기가 포함되면서 한국 팬들의 항의를 받았다. 곧바로 해당 영상을 삭제한 리버풀은 SNS를 통해 “우리 리버풀 FC는 많은 분들이 불쾌하다고 여기는 이미지를 저희 온라인 채널에 올렸습니다. 문제점을 발견한 즉시 바로 해당 이미지를 내리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우리가 올린 이미지로 인해 불쾌했을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사과문을 한국 IP를 통해서만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팬들의 공분을 샀다. 더욱이 리버풀은 지난해 7월 나비 케이타(24)가 욱일기 문신으로 곤욕을 치른 경험이 있기에 거센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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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이 SNS에 욱일기 논란을 사과문을 올렸다. 출처 | 리버풀 SNS

사실 유럽 축구에서 욱일기 논란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독일 분데스리가 명문 바이에른 뮌헨은 지난해 7월 팬클럽이 욱일기를 응원 도구로 사용했다. 뮌헨은 한국 팬들의 공식적인 항의에 욱일기 관련 응원 도구를 퇴출시키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등 발빠른 대응으로 박수를 받았다. 일본 출신 카가와 신지(30)가 몸담았던 도르트문트(독일) 홈 구장에도 욱일기가 종종 등장했다. 도르트문트 공식 한국 팬클럽이 직접 나섰고, 도르트문트는 “홈 경기에서 욱일기를 보는 일은 없을 것이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지난 9월에는 과거 박지성, 이영표가 몸담았던 네덜란드 명문 PSV 아인트호벤이 전범기가 배경으로 사용된 이미지를 올렸다가 구단 최고경영자 이름으로 된 한국어 사과문을 발표하며 고개를 숙였다.

욱일기는 일본이 제 2차 세계대전 중 사용했던 깃발로, 군국주의의 상징이다. 유럽 일부 국가에서 금지돼 있는 나치를 상징하는 하켄크로이츠와 다름없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하켄크로이츠만큼 욱일기에 대한 문제 의식이 크지 않은 편이다. 더 큰 문제는 일본이 내년 2020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욱일기에 대한 한국, 중국 등의 문제 제기에도 “일본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기 때문에 이를 막을 이유가 없다. 어떤 정치적 의미를 담지 않고 있다. 금지 품목으로 간주하지 않는다”며 도쿄올림픽에서 욱일기를 사실상 허용했다. 도쿄올림픽에서 욱일기가 버젓이 나부끼는 장면을 바라봐야하는 장면을 볼 가능성도 농후하다. 리버풀의 연이은 욱일기 논란이 더 뼈아프고 중요한 이유다.

beom2@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