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롯데칠성음료가 맥주 클라우드와 피츠 수퍼클리어 출고가를 인하했다. 제공| 롯데칠성음료

[스포츠서울 동효정 기자] 이영구 롯데칠성음료 대표가 3년 만에 통합 대표 체제의 원톱을 맡으며 새해 첫 경영 전략으로 ‘가격 인하’를 단행했다.

롯데칠성음료는 2017년 주류와 음료에 각각 대표를 선임하며 투톱 체제를 구축했다. 두 차례 주류부문 대표가 변동된 것과 달리 이 대표는 당시 음료부문 대표에 선임 된 뒤 경영 능력을 인정받아 주류까지 통합 대표를 맡게됐다. 음료와 주류의 유통, 생산, 판매 역량을 집중해 주류 부문 실적을 회복하라는 임무를 맡은 이 대표는 새해 경영 첫날부터 가격 인하 카드를 빼들었다.

롯데칠성음료는 2일 종량세 전환에 따라 맥주 ‘클라우드’와 ‘피츠 수퍼클리어’ 출고가를 인하한다고 밝혔다. ‘클라우드’는 캔맥주 500㎖ 기준 1880원에서 1565원으로, ‘피츠’는 캔맥주 500㎖ 기준 1690원에서 1467원으로 각각 인하한다. 병을 기준으로는 클라우드가 500㎖에 1383원에서 1308원으로 인하됐다. 기존 맥주 과세 기준은 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종가세 방식이었지만 올해부터 술의 용량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종량세로 전환된 데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소비자 혜택을 확대한다는 정부의 정책에 공감하며 종량세 전환에 맞춰 출고 가격을 인하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종량세 전환과 함께 이 대표가 주류 부문의 부진을 극복해 실적 반등을 꾀하겠다는 전략으로 보고 있다.

이 대표가 새해 시작과 함께 출고가 인하를 선언한 배경으로는 실적 악화가 꼽힌다. 롯데칠성음료 주류부문은 지난해 일본 불매운동이 시작되며 일본 기업이라는 오명으로 매출이 급격하게 하락했다. 경쟁사인 하이트진로의 신제품 맥주 ‘테라’의 흥행까지 더해지며 맥주 판매량이 급감했다. 롯데주류의 3분기 매출은 1640억원으로 전년 동기(1954억원)대비 19.2% 급감했다. 영업손실은 205억원에 달했다.

롯데가 점유율 하락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가격 인하가 묘수가 될 수 있을지 관심거리다. 종량세 전환과 함께 선제적으로 가격을 낮췄지만 판매량 변화가 미미하다면 롯데로서는 부담만 커지는 셈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출고가를 낮춘 상황에서 판매량이 큰 폭으로 늘어나지 않는다면 수익성이 더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 롯데주류 부문으로서는 과감한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쟁사인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는 시장 상황을 검토한 후 출고가를 변동하겠다는 입장이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이미 종량세 도입을 기대하고 카스 출고가를 4.7% 인하해서 당장 출고가 인하는 어려울 전망”이라고 말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 역시 “종량세 전환은 캔 맥주 세금이 인하되는 효과가 있으나 생맥주나 페트병 맥주의 경우에는 다르기 때문에 시장 상황의 변동을 고려해야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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