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빈
KIA 김선빈.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윤소윤기자] ‘스토브리그’를 향한 모든 시선은 김선빈(31·KIA)에게로 쏠려있다.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이 열렸을 때만 해도 김선빈의 잔류엔 큰 어려움이 없어 보였다. 준척급 선수들이 대거 포진된 이번 시장에서는 대부분이 원소속팀을 떠나지 않을 것이란 예측이 많았고, 실제로 전준우(롯데), 오지환(LG), 박석민(NC) 등 굵직한 선수들이 재계약을 택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했던 안치홍(30·롯데)의 행보로 판이 뒤흔들렸다. 믿었던 ‘집토끼’가 이탈하면서 같은 출발선에 있던 김선빈의 이적 가능성에도 힘이 실리는 중이다.

김선빈은 문을 열어뒀다. KIA와 협상엔 “시간이 많이 흘렀기 때문에 나쁠 것도, 좋을 것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을 아끼면서도 시장에 나와 있는 만큼 모든 상황을 검토하겠다는 뜻에는 변함이 없다. 김선빈 에이전트는 “지금 상황엔 구체적인 뭔가가 있다고 하긴 어렵다. 그래도 FA 선수니 모든 방안은 다 열어두고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장단점은 분명하다. KIA에서 쌓은 노련함과 정교한 타격, 주루는 내야 보강을 노리는 팀이 입맛을 다실만 하다. 나이와 체력은 물음표다. 지난해 성적도 아쉽다. 지난시즌 타율 0.292 115안타 3홈런 55타점 5도루에 그쳤다. 보상선수를 주면서까지 2루수, 유격수 자원을 영입할 팀이 많지 않다는 것도 걸림돌이다. 롯데는 공석이었던 2루수 자리를 안치홍 영입으로 채웠고, 유격수 보강이 필요한 SK는 아직 큰 움직임이 없다.

이적 길목이 순탄하지 않음에도 쉽게 KIA 손을 잡지 않는 것은 구단의 태도 탓이다. 금액, 계약 조건을 떠나 선수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크다. 그러나 KIA 핵심 관계자는 차가운 여론과 뜻대로 되지 않는 계약 상황에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감독이나 구단 시스템 탓을 하기엔 FA라는 것이 선수가 선택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일”이라며 “이범호, 김주찬, 나지완 등의 내부 FA나, 양현종의 단기계약을 보면 알 거다. 우린 늘 선수 입장에서 최선을 다해왔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 협상에 대해서도 “(노력을)안 한 게 아니다. 우리가 최선을 다해도 본인이 떠난다고 하면 어쩔 수 없지 않겠나”라고 호소했다.

이 관계자가 언급한 이범호 김주찬 등은 실제로 FA 재계약 과정에 큰 잡음이 없었다. 당시 지휘봉을 잡았던 김기태 감독의 ‘선수 존중 기조’가 협상 테이블에도 영향을 끼쳤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김 감독이 부임하기 전 이용규, 퇴임 후 안치홍이 이탈한 점을 고려하면 구단 시스템에 물음표가 달릴 수밖에 없다. 성공사례가 구단의 합리적인 시스템 덕분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다.

선수의 선택이 중요하다고는 하나 협상 테이블에 앉는 것은 ‘양측’이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이적과 잔류라는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도 마찬가지다. 안치홍의 롯데행이 그렇다. 롯데는 ‘2루수 보장’에 ‘선수 이름에 걸맞는 몸값을 맞춰주기 어려우니 2년 후 자유계약 신분으로 전환하는 조건을 넣자’는 것으로 진정성을 대신했다. 이해와 설득 과정에 마음을 담은 셈이다. 김선빈도 같은 길을 걸을 여지가 충분하다. 집토끼 잔류를 당연한 전제 조건으로 뒀던 KIA의 시작이 몰고 온 결론이다. 말 그대로 ‘폭풍전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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