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예능

[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외국인을 상대로 한 예능 프로그램의 포맷은 주로 여행과 먹방이었다. 그러나 최근 나라별 연애결혼관을 알아보는 토크 대전부터 한국어 교육, 케이팝(K-POP) 강의까지 색다른 예능들이 잇따라 출격하며 외국인 예능의 보폭을 넓히고 있다.

외국인이 주인공이 되는 예능들이 연이어 출격을 예고하고 있다. 10일 첫 방송되는 JTBC ‘77억의 사랑’은 전 세계 인구 77억 명을 대표하는 세계 각국 청춘 남녀가 모여 연애와 결혼 등에 대한 국제커플들의 고민 사연을 듣고 의견을 나누는 내용을 담아낸다. 독일, 러시아, 스페인, 모로코 등 14명의 청춘남녀들이 이성에 대한 실제 고민이나 사례를 통해 나라마다 다른 생각을 나누고 문화의 공감대를 느끼는 과정이 담길 예정이다. 25일 방송을 앞둔 SBS플러스 ‘맨땅에 한국말’은 미인대회 출신인 4명의 미녀가 한국문화와 한국말을 배우는 ‘랭귀지 대사’로 성장시키겠다는게 프로그램의 취지다.

10일 tvN ‘케이팝 어학당-노랫말싸미’(이하 노랫말싸미)도 베일을 벗는다. ‘노랫말싸미’는 케이팝을 좋아하는 10명의 외국인 수강생들이 노래를 통해 한국어를 재밌게 익히고, 노랫말에 담긴 한국 문화를 이해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미국, 콩고, 프랑스 등 여러 국적의 외국인 출연진이 부르는 색다른 케이팝의 매력과 함께 매회 출격할 일일 가수를 추측하는 재미도 쏠쏠할 것으로 보인다. ‘노랫말싸미’를 연출한 이영준 PD는 “어릴 적 팝송을 들으며 영어를 배운 것에서 역발상을 해, 외국인들이 K팝을 통해 한국어 공부를 하면 어떨까에서 시작했다. 단순히 노래를 배우는 걸 넘어 가삿말을 통해 한국문화를 알아가는 과정을 담을 것”이라고 기획의도에 대해 밝혔다.

외국인이 등장하는 예능의 효시는 토크쇼였다. 2006년 방송된 KBS2 ‘미녀들의 수다’과 2014년 JTBC ‘비정상회담’이 대표적이다. 외국인들이 출연해 한국의 낯선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토크쇼는 이후 각종 예능에 외국인 섭외가 줄이으며 예능 판세를 바꿨다. 이후 트렌드는 여행으로 이어졌다. MBC 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이하 어서와), tvN ‘서울메이트’ 등 여행을 하며 외국인들의 시선을 통해 우리가 몰랐던 한국의 모습을 발견하는 프로그램들이 연달아 전파를 탔다. 국내 연예인이 호스트가 되어 외국인 친구들을 초대하거나,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이 고국의 친구들을 우리나라로 초대하는 모습을 관찰하는 포맷 등으로 시청자들에게 보는 재미를 전했다. 특히 ‘어서와’는 시즌을 거듭하며 MBC 에브리원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줄곧 관찰에 머물렀던 외국인 예능은 샘 해밍턴, 샘 오취리, 타일러 라쉬, 알베르토 몬디, 다니엘 린데만, 로빈 데이아나 등 한국인과 외국인 사이의 벽을 허무는 출연진들의 영향으로 ‘다름’이 아닌 ‘공감’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낯선 외국인을 친구로 만드는 JTBC ‘나의 외사친’을 시작으로 지난달부터 전파를 탄 MBN ‘친한 예능’은 외국인과 한국인이 함께 여행을 하며 각종 게임 대결을 펼치는 리얼 버라이어티 콘셉트의 예능프로그램으로, 외국인이 가세한 KBS2 ‘1박2일’로 화제를 모았다. KBS1 ‘이웃집 찰스’는 취업, 학업, 결혼 등 다양한 이유로 한국 사회에서 정착해서 살아가려고 하는 사람들의 생생한 적응 스토리로 5년 넘게 화요일 저녁 시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국의 음식을 외국인들에게 소개하는 tvN ‘현지에서 먹힐까’ ‘국경없는 포차’, 외국인 3인방이 이태리 밀라노에서 펼치는 한식당 운영기를 담은 JTBC ‘이태리 오징어순대집’ 등 외국인이 바라보는 한국이라는 골격에 요리라는 요소까지 가미하며 다양화를 꾀하기도 했다.

관찰을 넘어 배움으로, 차이를 넘어 공감으로 변화하는 외국인 예능 프로그램들. 이영준 PD는 “외국인 예능이 예전의 토크쇼 위주에서 여행으로 바뀌고, 또다른 새로운 포맷의 필요성에 대해 느끼던 중 노래와 외국인을 접목시키면 신선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기획하게 됐다”며 “실제로 녹화를 해보니 외국인 친구들이 한국 노래 가사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굉장히 신기해하고 재밌어하더라. 이제는 단순한 토크를 넘어 한국문화를 배우고 그 과정에서 공감대를 이뤄가는게 최근 예능의 흐름인 거 같다. 저희는 그 공감대 매개체가 노래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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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JTBC, tvN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