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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홍승한기자]방송기자에서 프리랜서 통역가 그리고 방송 MC는 물론 라디오 진행까지. 안현모가 하는 수 많은 활동 중 최근 가장 눈에 띄는 작업은‘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한국 진행이다.

이미 안현모는 통역사로서 수 많은 역사적인 순간과 함께했다. 2018년 제1·2차 북미정상회담 관련 동시통역을 진행했고, 방탄소년단이 출연했던 ‘2017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2018·2019 빌보드 뮤직어워드’ 에 이어 지난달 개최된 ‘제62회 그래미 어워드’에서도 국내 생중계 동시통역을 맡아 화제를 모았다.

아카데미 시상식 후 마주한 그는 ‘통역’을 서커스 공중곡예와 비교했다. “실제로 한눈팔면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게 동시통역이다. 매번 조마조마하고 한 번 잘했다고 칭찬 들어도 다음 번에 잘한다는 보장이 없다. 내가 방송한 것도 다시 보지 않고 웬만하면 댓글도 안본다. 100% 만족할 수 없고 틀린 점이 있거나 부족한 점이 있다면 저 스스로 알기에 100명이 칭찬해도 항상 아쉬움이 남는 게 통역이다.”

안현모의 통역과 진행은 수상자에 대한 배려를 위한 쉼과 멈춤이 존재해 시상식의 주인공을 더 빛나게 해주고 있다. 안현모는 “요즘에는 아티스트의 목소리를 들고 싶어 하시고 영어도 잘하셔서 오디오가 겹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래도 임무가 통역이라 맡은 바는 최선을 다한다”고 밝혔다.

시상식을 앞두면 안현모의 일상은 보다 더 촘촘해지고 타이트해진다. “힘들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다. 제의가 들어오면 또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이 먼저 든다. 고정으로 하는 방송도 있고 행사도 있다. 매일 하는 라디오는 일주일에 한번은 새벽까지 내가 원고를 쓰고 남편과 관련된 일들도 굉장히 많아 시간이 부족하다. 틈틈이 준비 하다가 직전에는 머리를 싸매고 한다. 안하면 편하고 쉬는 시간도 가질 수 있지만, 기회를 거절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다. 나에게 쌓이는 것이 있어 덤비는 것 같고 계속 발전하고 성장하기 위해 배우고 싶은 욕심이 있다. 내가 하는 것이 민폐가 되거나 누가 되지 않는다면 해보고자 한다.”

안현모가 시상식을 위해 준비하는 시간과 노력은 우리의 생각보다 방대했다. 해를 거듭해서 같은 시상식을 맡아도 들여야 하는 공은 줄지 않는다. 그는 “다양한 분야를 하다 보니 두뇌의 한계가 있어 다 날아간다. 물론 안 한 것보다는 기억과 흔적이 남아 있지만 다시 상기 시켜야 한다. 미리 공부를 하지 않으면 절대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그래미 어워드의 경우에는 매해 많은 신예가 등장하고 카테고리만 해도 84부문이다. 또 올해부터 후보자도 늘어나 펼치면 어마어마하다. 성격 상 풀 앨범을 듣고 검색을 통해 백그라운드를 다 찾아본다”고 밝혔다.

인터뷰 도중에도 안현모는 그래미 어워드의 신인상 후보에 오른 뉴올리언스 출신의 밴드 ‘Tank And The Bangas’(탱그 앤 더 뱅가스)를 예로 들며 NPR Music Tiny Desk Concert에 나오는 것 등을 상세하게 소개하기도 했다.

“만일의 사건에 대비를 해야 한다. 비효율적이지만 금융이나 건축 등 어려운 것을 통역할 때보다 음악과 영화는 재밌다. 시간에 쫓기지만 않으면 더 보고 싶고 더 파지 못해 아쉬울 정도다. 부담도 되지만 가수들의 인생에서 배우는 것이 많다. 보통 위키피디아에서 시작을 하는데 ‘Early life’부터 보는 것이 재밌다. 어떤 가정에서 태어나고 과거의 어떤 스토리가 있는지 보는데 미국 쪽은 다양한 라이프 스토리가 공존하고 사회적으로 포용력이 크다.”

여러 시상식을 준비하고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우리 사회를 돌아보는 시간도 많아졌다. 그는 “시상식 순간보다는 준비를 하는 과정과 끝나고 나서 느끼는 것이 많다. 시상식 전후로 국내와 해외 매체의 기사를 보면서 ‘기생충’이 미국에서 칭찬받고 붐인 것을 알게 됐고 BTS도 마찬가지다. 수상의 여부를 떠나서 신드롬은 존재했다”면서 “그런데 해외에서 칭찬받는 아티스트가 오히려 국내서는 저평가되거나 정당한 평가를 못 받기도 한다. ‘기생충’의 쾌거를 보면서도 온 나라가 같이 기뻐하지 않는 것에 놀라기도 했다. 정치적인 발언과 폄하하는 반응도 나와 불만이 많은 사회라는 것을 느꼈다. BTS의 경우에도 그래미 어워드에서 후보 제외나 공연에 대해서도 트집을 잡는데 다른 사람의 노력에 대한 보상과 인정보다는 판을 가르는 모습에 안타까웠다. 넓은 시야와 여유를 가지고 칭찬을 더 해줬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안현모는 새로운 세대에 대한 기대감도 동시에 내비쳤다. 그는 “그래미 어워드나 아카데미를 보면서 자라는 어린 친구들에게는 좋은 의미도 있다. 열심히 하면 아카데미도 갈 수 있고 그래미 어워드도 갈 수 있다는 시대에서 성장하기에 나와는 다를 것 같다. 이런 아이들이 바꿔나갈 미래가 기대되고 부럽기도 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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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모가 SBS 방송기자에서 새로운 삶을 선택한 지도 어느새 4년이 됐다. “예측 불가능성에 벗어나기 위해 퇴사 했다”고 밝힌 그는 “내 시간을 내가 컨트롤 하고 싶어서 나왔는데 요즘에는 이 일도 예측이 불가능하게 잡힌다(웃음). 그럴수록 내 삶의 주인이 될 수 있게 마인드컨트롤도 하고 바쁘더라도 내가 끌려가지 않고 주도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시대적인 흐름에서 필연적이기도 했다. 전통의 기성 미디어와 신생 미디어의 경계가 무너지고 역할이 공유되고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미디어 업계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러운 퇴사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이 통역사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부각되는 것에 대해 조심스러워 했다. “기자로서 하지 못했던 일을 하고자 하는 것이 막연하지만 뚜렷한 목표다. 통역은 쉬지 않고 해오신 너무 훌륭한 분들이 계시기에 주목받는 것은 부담스럽다. 내 동료나 친구들, 저를 가르쳐주신 선생님만 해도 나보다 훨씬 통역을 잘하신다. 그리고 나는 7년간 기자를 해서 필드 경험이 적고 통역으로 쌓아온 수첩만 해도 나와는 두께가 다르신 분들이다.”

퇴사 후 통역을 비롯해 다양한 활동과 행보를 펼치고 있는 안현모는 미국 NBC 인기 토크쇼를 진행하는 ‘엘런 드제너러스’(Ellen DeGeneres)를 자신의 이상형으로 꼽았다. 그는 “어릴적부터 엘런 드제너러스를 항상 나의 아이돌이라고 했고 과거에도 방송국 PD에게 ‘엘런쇼’를 이야기했다. ‘엘런쇼’는 유명인 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함께 친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힘을 준다. ‘엘런쇼’와 같은 것은 있다면 많은 것이 바뀔 것 같다. 대형 방송국에서 대규모로 실현되기는 어렵지만 나도 오프라인에서 소규모로 토크를 하더라도 사람들이 친절할 수 있는 사회, 따뜻한 이야기를 소통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기대했다.

유튜브와 같은 새로운 플랫폼에서의 도전도 기대해 볼 수 있을까. 안현모는 “내공을 더 쌓아야 한다”면서 “제 진심이 온전하게 사람들의 마음에 받아들여지려면 대중들과 더 친숙하게 가야 한다. 또 저라는 사람을 오해 없이 알아줄 만한 단계가 되면 할 수 있는데 지금은 저에 대한 모습이 단편적이고 오해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 스스로도 깨야 하는 껍질이 많다. 항상 기자 출신의 동시통역사로서 맡은 바에 충실하려고 하는데 역으로는 좀 딱딱하고 거리감이 느껴지는 사람도 될 수 있다. 어떡하면 내가 일도 잘하고 전문성을 놓치 않으면서 거리감도 좁힐지 고민을 많이 한다”고 덧붙였다.

2020년 안현모의 행보는 무엇일까. “기회가 오면 하지만 무언가에 대한 욕심은 없다. 주어진 일들을 하는 것도 힘든데 예정된 일을 잘하는 게 바람이다. 현재는 번역서도 준비하는데 데드라인이 임박했다. 그리고 일도 일이지만 가정을 더 예쁘게 잘 꾸리는 것도 중요하다. 양가 모두 대가족이고 관련된 일이 많은데 가족이 항상 우선이고 함께 하는 시간도 좋아한다. 그리고 라이머와 나, 우리 가족도 잘 키워나갔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그는 “거창한 꿈보다는 너무 무리하게 욕심내서 스스로 지치거나 다른 사람을 지치게 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천천히 길게 꾸준하게 일을 해 나가면서 번아웃되거나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완급조절을 잘하고 싶다”며 “스스로의 평가를 중요시 하는데 자신에게 민망하지 않을 정도로 최선을 다 했다고 말할 수 있는게 중요하다. 성장하고 발전, 어제보다 잘하는 것이 목표이고 저 자신에게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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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브랜뉴뮤직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