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동전광판_롯데
전광판을 교체하는 상동구장. 제공 | 롯데

[스포츠서울 이지은기자] 2020년 롯데의 진짜 변화는 ‘상동’이 증명한다.

롯데 2군이 홈으로 쓰는 김해 상동구장은 현재 곳곳이 공사 중이다. 우선 점수만 나오던 점멸식 전광판을 사직구장과 같은 브랜드의 LED 전광판으로 바꾼다. 투타 분석용으로 항시 돌아가는 분석용 카메라도 구석구석 설치하고 있다. 가장 큰 규모의 설비는 실내 투구 훈련장이다. 기존 불펜은 야외 시설이라 겨울에 사용이 불가능했고, 계절과 관계없이 쓸 수 있도록 이 자리에 건물을 올리기로 했다. 마운드도 기존보다 늘려 3명의 투수가 동시에 불펜 피칭을 할 수 있게 됐다.

이미 끝낸 공사들까지 합치면 롯데가 비시즌 상동구장에 쏟아부은 돈은 총 11억 원에 달한다. 실내훈련장으로 쓰던 돔 인조잔디를 전면 교체하는 데도 큰 지출을 했다. 실내라고는 하지만 난방이 되지 않아 선수가 훈련할 수 있는 환경이 못 됐는데, 히터 여러대와 대형 팬까지 설치해 환경을 싹 바꿨다. 웨이트트레이닝 시설을 대폭 늘렸고 작은 베팅 케이지도 설치했다. 숙소 ‘거인관’도 다 뜯어고쳤다. 2인 1실 생활을 하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부터는 신인을 제외한 모든 선수가 ‘독방’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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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피칭장 공사 중인 상동구장. 제공 | 롯데

이런 투자는 ‘2군부터 바뀌어야 1군이 바뀐다’는 롯데의 달라진 기조에서 비롯됐다. 그간 롯데는 대형 프리에이전트(FA) 선수들을 영입하며 정상을 바라봤지만, 지출 대비 효과가 작았다는 게 지난해 꼴찌 성적표로 증명됐다. 외부 영입 시장 자체가 얼어붙는 최근 상황상 내부 육성 시스템을 만드는 일은 더 중요해졌다.

특히 메이저리그(ML) 스카우트 출신 성민규 단장이 부임하며 ‘데이터’는 롯데 야구의 키워드로 자리잡았다. 투타 랩소도, 초고속 스피드카메라, 블라스트모션 등 각종 첨단 장비들을 선제적으로 도입했고, 2월에는 유망주 투수 넷을 따로 묶어 미국 드라이브라인으로 보내 선진야구 연수를 시켰다. 비시즌 감독 및 코치진 인선의 배경에도 데이터가 자리한다. “데이터를 어떻게 보느냐가 아니라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 제대로 쓸 수 있는 사람을 데리고 왔다”고 기준을 밝힌 성 단장은 “선수보다 코치가 월등히 잘 알고 있어야 설명을 할 수 있다. 래리 서튼 2군 감독을 비롯해 코치진 대부분이 데이터 활용해 능한 자원들”이라고 설명했다.

체질 개선을 위한 토대는 마련됐다. 관건은 ‘지속성’이다. 드라이브라인 캠프를 지휘했던 롯데 이용훈 2군 투수코치는 “상동이 시설부터 환경까지 많이 변했다. 이제 드라이브라인에서 하던 소도구들까지 모두 갖추고 있다”며 “ 이번엔 일부 선수들만 혜택을 받았다. 거기서 하던 프로그램을 정확히 인지했으니, 이를 토대로 앞으로 상동에 있는 다른 선수들을 잘 육성하는 게 내 역할이다. 지속적으로 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각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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