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후쿠시마에서 피난한 가토 린은 일본 정부의 재난 대응 10원칙을 공개해 파문을 일으켰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대형 재난이 발생했을 때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피해자와 여론을 혼란시켜 피해자들끼리 대립시킨다. 불리한 어떠한 증거도 남기지 않고 시간을 버는 것에만 집중한다. 피해를 과소평가하는 조사를 하고, 해외에 정보를 주지 않는 등의 방식’으로 피해자 수를 줄이고, 결국 피해자를 포기하게 만든다. 최근 전세계에 확산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하는 방식도 이와 비슷하다.

일본 아베 신조 총리는 지난 14일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해 “도쿄 올림픽을 예정대로 7월에 개최하고 싶다”며 그 근거로 “인구 1만명당 감염자수는 0.06명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다수 감염자가 발견된 일본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를 굳이 일본내 감염자와 별도로 분류하는 등 확진자수 줄이기에 급급했다. 나흘 이상 발열이 있어야 코로나19 검사를 하는 등 소극적 방역으로 일관하면서도 “일본은 코로나19 확산을 통제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9년전 동일본 대지진 이후 다량의 방사능 오염물질이 도쿄를 포함한 일본 전역으로 확산됐을 때에도 아베 총리는 같은 방식으로 사건을 축소하기 급급했다. 성화봉송을 시작하는 후쿠시마현은 “제염작업이 완료돼 깨끗하다”고 주장했고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을 올림픽 선수촌에 공급하겠다고도 했다. 한국방송(KBS) 탐사보도팀이 지난해부터 일본 5개현 약 5000㎞를 이동하며 인공 방사능 물질 세슘137 오염실태를 측정했더니 국제기준에 적게는 2배에서 최대 2만배 가량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내용은 지난 14일 시사기획 창을 통해 방송돼 충격을 더했다.

코로나19뿐만 아니라 방사능 오염 실태마저 축소하는 일본의 행태는 전세계 환경단체가 지켜보던 것에서 모든 언론과 각국 정부가 지켜보는 쪽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미 마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무관중으로 올림픽을 치르는 것보다 연기하는 것이 낫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말해 열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이어 국제올림픽위원회(ICO) 토마스 바흐 위원장도 “세계보건기구(WHO)가 취소나 연기를 권고하면 따를 의향이 있다”며 일정 변경 여지를 남겨뒀다.

일본 내에서도 엇박자가 이어지고 있다.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 다카하시 하루유키 집행위원이 지난 10일(한국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올여름 올림픽이 열리지 않으면 1~2년 연기하는 것이 현실적 선택이다. 선택을 하면, 조직위에서 이달 말 다른 스포츠 이벤트와 중복되는지 검토할 것”이라고 말해 또 하나의 파문을 일으켰다. 모리 요시로 조직위원장이 곧바로 “일개 집행위원의 경솔한 발언”이라며 일축했는데, 이틀 뒤 WHO가 팬데믹을 선언하고 바흐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 변화 발표가 이어졌다.

코로나19와 방사능 오염 실태가 공개되면 일본 정부의 국제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던 아베 정부가 사면초가에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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