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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서울 윤소윤기자] “스스로도 공부가 됐죠.”
유희관(34)이 국내 첫 청백전에서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지난 1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자체 청백전에서 백팀 선발 투수로 출전한 유희관은 1회초 상대 4번 타자 김재환에게 비거리 125m짜리 2점 홈런을 맞았다. 공은 시원하게 중전 담장을 넘겼고 김재환은 그라운드를 돌면서 크게 환호했다. 이날 경기를 마친 김재환은 “크게 의미를 두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기분 좋은 신호탄임엔 분명했다. 유희관도 “(김)재환이가 지난해 감이 안 좋았는데, 이 홈런을 계기로 올시즌 더 좋은 활약을 하면 좋겠다”고 웃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모든 일정이 전면 취소됐다. 스프링캠프에서도 실전 등판을 한 차례만 소화한 터라 컨디션 조절에 난항을 겪고 있는 유희관에겐 이날 청백전이 꽤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빈틈없는 두산 타선은 소속 투수들에겐 무엇보다 좋은 교과서다. 그는 “홈런 맞고 재환이가 같은 팀인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며 웃은 뒤 “공이 가운데로 많이 몰렸고, 높았던 것 같다. 그런 부분에서 재환이가 잘 친거고 나도 청백전이지만 공부가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예정대로라면 시범 경기에 등판해 상대 타자들을 상대하고, 컨디션 점검을 해야 할 시점이지만 일정이 중단되면서 동료들을 상대로 구종을 점검할 수밖에 없다. 이날도 80㎞~126km 사이로 공을 던지며 구위를 체크했고, 평소 던지지 않았던 커브까지 구사하며 다양한 수를 계산했다. 유희관은 “그날 경기에서 공도 많이 몰리고 연속 안타도 많이 맞았다. 제구가 잘 안된 것 같더라. 청백전을 치르면서 완벽하게 가다듬어야 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동료 호세 페르난데스에게도 안타를 허용해 쓴웃음을 지었던 유희관이다. 그는 “청백전이지만 제 공에 대한 점검은 필수다. 타자들의 밸런스를 고려하기보단 내 컨디션을 생각하는 게 우선”이라며 “그날 안타를 맞고 페르난데스에게 많이 놀림을 당했다. 다음 경기 땐 더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고 돌아봤다.
아직 개막 일정이 확정되지 않아 확실한 계획을 짤 순 없지만, 유희관은 천천히 멀리 보는 것을 택했다. 페이스 조절 속도도 지난해보다 늦췄다. 그는 “상황도 이렇게 되었으니 급하게 하기보다는 서서히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캠프에 임했다. 지난해 잘했기 때문에 그 감을 이어갈 수 있도록 조절하겠다”고 각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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