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다다

[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KBS2 주말극 ‘한 번 다녀왔습니다’(이하 한다다)가 변화하고 있는 시대상을 반영한 가족드라마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얻고 있다.

‘한다다’ 첫 회는 19.4%(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KBS 주말극치고 다소 아쉬운 기록 속에 시작했지만, 빠른 전개가 이어지며 호평을 얻었고 한달 반 만에 30%의 고지를 넘었다. 전작 ‘사랑은 뷰티풀 인생은 원더풀’(이하 사풀인풀)이 80회에 접어들어서야 30%대의 시청률을 돌파한 것과 비교해도 눈에 띄는 성과다. 긴 호흡의 드라마인 만큼, 아직 전개될 이야기도 많이 남아있어 시청률 역시 꾸준한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예능뿐만 아니라 드라마도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상을 잘 반영해야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기 마련이다. 하지만 가족드라마로 드라마 중 가장 ‘보수적’인 틀을 가졌던 KBS 주말드라마에서 이 점을 기대하긴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한다다’는 비혼, 이혼, 파혼을 주요 소재로 다룬다는 점에서 지금껏 보통의 KBS 주말드라마가 그려오던 흐름과는 상당히 다른 흐름을 지향하고 있어 눈길을 붙잡는다.

인물구성만 봐도 알 수 있다. 클리셰처럼 등장했던 재벌가와 악역은 이번 주말극에선 찾아볼 수 없다. 반면 이혼한 네 명의 자녀라는 독특한 설정이 등장한다. 맏아들인 송준선(오대환 분)은 후배의 보증을 서줬다가 아내에게 이혼을 당했고, 맏딸인 송가희(오윤아 분)는 남편의 외도를 목격하고 이혼했다. 셋째 송나희(이민정 분)는 유산의 아픔을 극복하지 못하고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었고, 막내 송다희(이초희 분)는 결혼식날 남편의 불륜을 알게 되고 파혼했다.

한번

한 가정에 무려 네 자녀가 이혼한 설정을 가져온 ‘한다다’를 통해 현세대를 과장되게 담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이혼이 더이상 흠이 되지 않은 지금의 세태를 소재로 삼으려는 드라마의 의중은 명확하게 드러난다. 이와 함께 시대가 변했음에도 부모와 자식 간 이혼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여전히 간극이 있는 현실도 고스란히 담아내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또한 ‘한다다’는 개성 강한 캐릭터들로 마치 시트콤 같은 유쾌한 기운을 불어넣으며 무겁게 그려질 수 있는 이혼 과정을 쉽게 풀어냈다.

그렇다고 ‘한다다’가 KBS 주말극이 지향하는 ‘가족’이라는 가치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니다. 오히려 ‘이혼’을 소재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슴 따뜻한 가족극의 면모를 부각시킨다는 점은 ‘한다다’만의 강점이다. 이는 시트콤 ‘똑바로 살아라’, tvN 드라마 ‘고교처세왕’ ‘오 나의 귀신님’ ‘아는 와이프’ 등을 통해 유쾌하지만 따뜻한 감성을 보여준 양희승 작가가 가진 필력의 힘이기도 하다. 양희승 작가는 ‘한다다’를 통해 이별을 이야기하지만 그 과정에서 서로를 연대하고 지지해주는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KBS의 자존심과 같은 주말극은 그간 막장 논란으로 오명을 써왔다. ‘한다다’의 전작인 ‘사풀인풀’ 역시 시작부터 자살, 학교 폭력, 왕따 등의 자극적인 소재를 적나라하게 다루며 시청자들에게 피로감을 안기기도 했다. 재벌가와의 사랑, 출생의 비밀과 복수 등 이젠 기존의 주말극 틀을 벗어날 때 됐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아무리 주말극이 ‘시청률 보증수표’라지만, 1인 가구와 비혼이 유행처럼 늘어난 시대에서 가족극도 기존의 문법을 탈피할 때가 됐다. 비록 가족의 형태는 변화하고 있지만 결국 ‘가족’이라는 본질 자체는 변하지 않기 때문에 그 가치를 시의적절하게 담아낼 때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앞으로는 ‘이혼길’을 걷게 된 네 남매가 각자의 행복을 찾아가는 여정이 시청자들에게 웃음과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주목된다. ‘한다다’ 이재상 PD는 “막장 없는 가족극은 처음 기획단계부터 의도한 바이기도 했다. 요즘 참 어렵고 힘든 시기인데 밝고 유쾌하고 또 감동이 될 수 있는 드라마가 되면 좋을 거 같았다”며 ‘위로와 희망’이 되는 작품으로 남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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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K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