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전원주택은 난방비가 많이 나온다는 데 이 집은 단열이 잘 되나?”, “목조주택, 스틸하우스는 단열이 문제라던데….”
사실 질문은 단순하지만 답변을 전문적으로 하자면 상당히 난해하다. 필자는 시공전문가는 아니기에 하나하나 뜯어가며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전원주택에 직접 살아도 보고 많은 고객들을 만나 전원주택에 대한 상담을 진행해보면서 단열에 대한 공부를 하고 나름 객관적인 데이터를 얻게 됐다. 평생 아파트에 살다가 전원주택에 살면서 느낀 단열에 대한 생각, 그리고 단열이 문제였던 여러 집들의 상황들을 비교해본 내용들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필자가 시공사를 선정해 경량철골조의 집(이하 스틸하우스)을 지어 매각한 사례가 있었다. 내부 구조 설계로 인해 2년이란 기간 동안 공실이었는데 북동향의 집임에도 불구하고 겨울을 두 번 나는 동안 단열만큼은 걱정해본 적이 없다. 심지어 통풍도 잘 돼 곰팡이 하나 없고 파는 시점에도 새집 같았다. 여름에 들어가면 선선하고 겨울에 들어가면 내부온도가 확실히 바깥보단 따뜻했다. 빈 집이기 때문에 겨울에 그대로 두면 동파될 까 싶어 난방을 가끔씩 살짝 틀어놨더니 훈훈한 기운도 오래가고 동파 역시 전혀 없었다. 당시 한 달 난방비는 약 5만원 정도였다. 이렇게 보면 목조주택이나 스틸하우스가 단열에 큰 문제가 없는데 왜 전원주택은 마치 난방비와 단열이 문제라는 것이 마치 수식어처럼 따라다니는 걸까? 문제라고 했던 집들을 조사해 본 결과 몇 가지 공통된 포인트들을 잡을 수 있었다.
◇ 시공 과정의 문제목조주택과 스틸하우스가 대중적으로 인기가 많아지면서 전문성이 떨어지는 시공사나 목수들이 시공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설계대로 단열재가 시공되지 않는 경우도 있고 창호나 각종 마감처리의 아쉬움으로 인해 우풍이 드는 사례와 각종 결로현상이 발생하는 현장을 봤다. 이런 상황들이 너무 많은데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전문성이 부족한 목수들 보다도 아는 정보가 적다. 그러다 보니 시공상 분명 하자에 의한 것인데도 불구하고 목수나 시공사들이 시공에는 문제없다며 변명하는 부분에 대해 ‘전원주택이라서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단열재가 좋아도 기본적으로 시공상 문제가 없어야 효과가 나타난다. 따라서 이런 부분에 대해 직접 학습해서 어느 정도 지식을 쌓고 시공하는 동안 목수나 시공사 감리를 철저히 하면 단열이나 난방에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 단열재에 대한 정보단열재는 종류가 많다. 큰 틀에서 무기 단열재와 유기 단열재가 있다. 보통 무기 단열재는 목구조나 이동식주택에 사용하는 단열재이고 유기 단열재의 경우 철근콘크리트구조에 사용한다. 각각 단열재의 장단점은 다양하다. 여기서 포인트는 철근콘크리트 집 혹은 아파트라서 단열이 더 좋고 목조주택이나 스틸하우스여서 단열이 더 나쁘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골조에 따른 장단점이 단열에 영향을 미칠 순 있지만 말 그대로 목조냐 철근콘크리트냐는 골조의 얘기일 뿐 단열재는 별개의 문제다. 단열재에 대해 모두 다루기는 어렵지만 종류별로 열전도율의 범위와 그에 따른 등급 분류도 있다. 단순히 열전도율 뿐만 아니라 각 단열재마다 특징과 장단점이 다르므로 환경에 맞는 단열재를 쓰는 것이 좋다. 참고로 목조주택이나 스틸하우스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은 글라스울과 수성 연질폼이며 철근 콘크리트구조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은 압출보온판(아이소핑크)이다.
◇ 토지에 대한 개념건축의 가장 근본은 토지라 말해도 전혀 과하지 않다. 건축이 정말 잘 되려면 토지의 환경요소가 받쳐주어야 한다. 흔히 남향을 선호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해가 잘 드는 집이 겨울철에 따뜻하고 난방비도 아낄 수 있다. 간혹 고객들 중 오해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단열은 들어온 열을 보관하는 것이지 자체적으로 열을 내는 난방이 아니다. 따라서 단열이 아무리 좋아도 자연적으로 들어오는 햇볕과 집 안의 공기 순환이 원활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이렇게 나온 개념이 바로 남향이다. 다만 전원주택이 아파트보다는 남향에 대해 아무래도 좀 더 유연하다. 뒤에 그늘을 만드는 가파른 산이 있거나 높은 옹벽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창을 남향 혹은 남동향으로 내면 전체적으로는 북향인 집이어도 충분히 남향집 못지 않게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토지에 대한 개념 없이 건축으로서만 접근하게 된다면 아무리 비싼 단열재를 써도 부족하게 느껴질 것이다.
◇ 단독주택의 높은 층고많은 분들이 전원생활을 시작하면 답답한 아파트 생활에서 벗어나 탁 트인 조망과 높은 층고의 내부 인테리어를 꿈꾼다. 당연한 얘기지만 층고가 높고 따뜻하게 만들어야 할 공간이 넓을수록 난방비가 많이 들 수 밖에 없다. 다만 이는 본인이 선택한 설계 구조에 의한 것이지 전원주택이라서 난방비가 많이 드는 것은 아니다.
최근 고객들을 상담하다 보면 고객들이 점점 똑똑해지고 있음을 느낀다. 그러나 얕게 알고 있거나 비전문가들의 잘못된 정보를 올바른 정보로 착각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단순히 TV에서 본 예쁜 집에만 현혹되어 살면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을 모르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 이같은 정보들에 대해서는 스스로 학습해야 한다.
<성호건 한국부동산개발연구소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