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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첫 승을 날린 대형 실수였지만 조덕제 부산 아이파크 감독은 질책하지 않았다. 오히려 어린 선수를 격려하며 기를 살려줬다.
부산 신예 골키퍼 김정호는 6일 홈에서 열린 상주 상무와의 K리그1 5라운드 경기에서 큰 실수를 했다. 1-0으로 앞선 후반 22분 페널티박스 왼쪽으로 뛰어나와 공을 잡으려다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 공을 문선민에게 빼앗겼고 결국 동점골을 내주고 말았다. 부산은 다 잡았던 승리를 놓치며 시즌 첫 번째 승리 사냥에 실패했다. 공교롭게도 다음날 대구FC와 광주FC가 나란히 시즌 첫 승을 거두면서 부산은 11위로 떨어졌다. 김정호의 치명적 실수가 만든 나비효과였다.
조 감독 입장에선 화가 날 법도 하지만 오히려 그는 차분했다. 조 감독은 “별 이야기하지 않았다. 벤치에서 그 실수를 보고 황당했던 것은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첫 승을 못했으니 아쉽기도 하다”라며 웃은 후 “그래도 그날 정호가 아주 잘해줬다. 선방도 많았고 딱 그 한 장면만 빼면 충분히 만족할 만한 수준이었다. 경기는 아주 잘했기 때문에 그냥 고생했다는 말만 해줬다. 괜찮다”라고 말했다. 조 감독 말대로 김정호는 90분간 총 6개의 유효슛을 막아냈다. 몇 차례 실점으로 이어질 수 있는 장면에서 슈퍼세이브를 보이기도 했다. 실점으로 이어진 실수 장면만 빼면 최고의 활약을 했다고 봐도 과언은 아니었다.
부산 산하 유스팀 개성고 출신인 김정호는 1998년생 신예다. 올해 K리그1에 데뷔해 세 경기 연속 선발 출전했다. 세 경기에서 2실점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큰 실수를 하긴 했지만 조 감독은 이로 인해 김정호가 위축될까 우려하고 있다. 조 감독은 “실수했다는 것을 본인이 더 잘 안다. 지금 가장 심적으로 힘든 선수는 김정호일 것이다. 이럴 때 굳이 특별히 말할 필요가 없다. 스스로 발전하고 성장하는 밑거름으로 삼아야 한다”라며 김정호가 실수를 극복하고 한 단계 성숙해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조 감독은 훈련 상황을 보고 김정호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줄 의향도 있다. 그 한 장면 때문에 당장 선발에서 제외하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조 감독은 “훈련을 봐야겠지만 크게 못하지 않는다면 선발로 쓸 생각이다. 만에 하나 내가 이럴 때 빼버리면 어린 선수가 정신적으로 더 힘들어질 수 있다”라며 김정호를 배려했다. 공교롭게도 부산의 6라운드 상대는 승격 동기 광주다. 광주는 5라운드에서 첫 승을 올렸기 때문에 부산은 승리가 더 간절하다. 김정호가 다시 기회를 받아 조 감독에게 보답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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