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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선수 생활의 마지막은 삼성에서 보내겠습니다.”
2013년 12월. 오승환은 정들었던 친정팀 삼성을 떠나 일본프로야구 명문 구단 한신에 입단했다. 당시 삼성은 오승환이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이 아니었음에도 전폭적인 지원으로 해외 진출을 도왔다. 오승환도 현역 마지막 불꽃은 삼성에서 태우겠다고 약속하고 바다를 건넜다.
그로부터 7년 뒤, 오승환은 약속을 지켰다. 일본프로야구와 메이저리그를 거치면서 한국산(産) 돌직구를 유감없이 뽐낸 오승환은 약속했던대로 사자군단의 일원으로 돌아왔다. 그저 은퇴 전 국내 야구팬들에게 잠깐 모습을 비추기 위한 팬서비스 차원의 복귀가 아니다. 오승환은 “아직 던질 힘이 남아있을 때 삼성에 돌아가고 싶다”고 줄곧 얘기했다. 삼성 왕조 시절 묵직한 돌직구를 앞세워 승리를 지키고 경기의 문을 닫았던 것처럼, 돌아와서도 이슈용이 아닌 무너진 왕조의 재건을 위해 일조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삼성 선수들과 관계자는 “지금도 오승환의 몸을 보면 감탄이 나온다. 얼마나 자기관리를 철저히 했는지 몸만 봐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어느덧 불혹을 바라보고 있지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오승환이다. 지난 9일 1군에 등록된 오승환은 등장곡 ‘라젠카 세이브 어스’가 울려퍼진 라팍(라이온즈파크)에서 바라마지 않던 복귀전을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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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부처의 부드러운 리더십, 마운드에 견고함을 더하다
오승환의 해외진출 전과 지금의 삼성 상황은 많이 다르다. 왕조 시절 삼성은 말 그대로 무서울 것이 없는 팀이었지만 현재 삼성은 지난 4년 동안 하위권을 전전할 만큼 전력이 약해졌다. 오승환은 “선수들도 부족하다는 걸 안다. 그래서 매일 열심히 준비한다. 나도 예전 강팀에 있을 때 생각으로 마운드에 서지 않는다. 내가 먼저 솔선수범하면 팀에 좋은 에너지와 기운이 생겨 전력도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생각의 변화는 즉각 행동으로 옮겨졌다. 후배 입장에선 한·미·일에서 위용을 떨친 대선배의 아우라에 눌려 쉽게 다가가지 못할 수 있다. 그래서 오승환은 먼저 후배들에게 다가갔다. 오승환은 “캠프 때부터 후배들과 친해지려고 노력했다. 지금은 거리낌 없이 지낸다”고 설명했다. 부드러워진 돌부처 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이제는 후배들이 오승환에게 다가간다. 특히 투수들은 한·미·일을 주름잡은 오승환의 비법을 배우기 위해 시간이 될 때마다 구종을 물어본다. 경기 전 그라운드 위에서 ‘오승환 클리닉’이 열리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친구같은 선배로 탈바꿈한 오승환이지만 돌직구 화법은 여전했다. 너무 착하기만한 후배들에 대해 “오히려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오승환은 “마운드 위에서는 착한 모습이 필요없다. 불펜에서도 후배 투수들에게 그런 얘기를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짧은 이닝동안 실점을 최소화해야하는 불펜 투수들에겐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심장’이 필요하다. 강력한 구위를 앞세워 상대 타자들을 찍어눌러 공포심을 불러일으킨 오승환의 싸움닭 기질이 잘 드러난 대목이다. 부드러움 속 묵직한 오승환의 리더십은 삼성 투수진을 한층 더 견고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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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부처의 주홍글씨
오승환에겐 항상 마주해야할 ‘주홍글씨’가 있다. 지난 2015년 불거진 원정도박 혐의는 탄탄대로를 걷던 오승환의 커리어에 치명상을 남겼다. 오승환에게 씌워진 프레임은 이전에도, 지금도, 그리고 미래에도 오승환의 행보에 꼬리표처럼 따라붙을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명백한 잘못을 저지른 오승환이 할 수 있는 것은 진심어린 사과뿐이다. 자신을 향한 불편한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관련 질문을 받을 때마다 고개를 숙였다. KBO리그에 정식 등록된 지난 9일에도 오승환은 과오를 반성했다. 그는 “(비판적인 시선은) 내가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명백한 잘못을 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어떠한 반응과 좋지 않은 시선도 받아들여야 한다. 앞으로 더 반성하는 모습으로 자중할 것”이라면서 “다시는 잘못된 일에 연루되지 않고, 모든 일에 모범이 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자신을 향한 비난과 비판의 화살은 언제든 받을 준비가 돼 있지만, 오승환은 자신으로 인해 팀에 피해가 가는 일은 극도로 경계했다. 일거수일투족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때문에 징계 기간 최대한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훈련만 하면서 지냈다. 1군 복귀를 일주일 앞두고 선수단과 동행했을 때도 수 많은 취재진이 몰려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오승환은 징계가 끝나지 않은 시점에 괜히 자신때문에 팀에 악영향이 미칠 것을 우려해 정중히 거절했다. 그리고 1군 등록과 동시에 취재진 앞에 서서 그간 소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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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없다지만…대기록이 말해주는 오승환의 발자취
오승환은 해외 진출 전 KBO리그에서 277세이브를 쌓았는데, 이는 7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깨지지 않은 리그 최다 세이브 기록이다. 프로 데뷔 후 오승환이 걸어온 발자취가 얼마나 압도적이었는지 알 수 있다. 이후 일본에서 80개, 미국에서 42개의 세이브를 더해 한·미·일 통산 399세이브를 달성한 뒤 KBO리그 무대로 컴백했다. 통산 400세이브엔 1개만을 남겨뒀지만 오승환은 “비슷한 질문을 많이 받다보니 이젠 빨리 달성해버리고 싶다”고 말했다. 오승환의 인터뷰를 봤을까. 허삼영 감독은 지난 16일 잠실 두산전에서 4-3으로 앞선 9회말 오승환을 내보냈다. 말 그대로 ‘깜짝 등판’이었다. 400세이브로 가는 마지막 관문은 녹록치 않았다. 아웃카운트 2개를 깔끔하게 잡았지만 이후 두산 타자들의 집중력에 흔들리며 실점위기에 내몰렸다. 하지만 돌부처는 결국 중압감을 이겨내고 대기록을 완성했다. “세이브 하나 올리는 게 어렵다는 걸 새삼 알았다”는 오승환의 말처럼 400세이브는 초심을 되돌아보게하는 역할을 했다. 이제 오승환은 이와세 히토키가 보유한 아시아 통산 세이브 기록(407세이브)을 향해 전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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