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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배우 정우성(48)이 대통령이 됐다. 물론 영화를 통해서다.
어느덧 스스로를 ‘기성세대’라고 말하는 그는 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를 통해 배우이자 인간으로서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려준 가운데, 눈에 띄는 모습도 있었다. 최근 진행된 ‘강철비2: 정상회담’(양우석 감독) 언론시사회에서 눈물을 보였던 것. 자신의 영화를 보고 눈물을 흘리는 것은 처음이었다.
정우성은 “제 영화를 보고 감정이 올라와 한참 그 자리에서 머물러 있던 건 처음이었다. 영화 본편에 대한 메시지와 함께 한국 근현대사를 되돌아보며 그 시간을 보냈던 우리가 감당했던 고통과 불행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들이 치고 올라왔다”면서 “입장의 주인인 우리는 늘 희생의 당사자일 뿐 결정의 당사자로서 권리와 존중은 받지 못하는 현실에 울컥했다”고 여전히 여운이 남아있는 듯한 목소리로 당시를 회상했다.
양우석 감독의 신작 ‘강철비2: 정상회담’은 남북미 정상회담 중에 북의 쿠데타로 핵잠수함에 납치된 대한민국 대통령(정우성 분), 북 위원장(유연석 분), 미국 대통령(앵거스 맥페이든 분) 세 정상과 쿠데타의 주동자 호위총국장(곽도원 분) 사이 위기 상황을 그린다. 2017년 개봉한 ‘강철비’의 속편이긴 하지만 직접 이어지진 않는 새로운 내용을 다뤘다. 좁은 북 핵잠수함 안에서의 대결과 화해, 충돌과 갈등을 오가는 정상회담의 민낯을 몰입감있게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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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성이 연기하는 한경재는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 냉전의 섬이 된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고민하는 대한민국 대통령이다. 나설 수도, 가만히 있을 수도 없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영화는 정우성의 대사와 표정들을 통해 주로 설명한다.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중재자의 역할을 해야 하는 인물이라 포인트를 잡기 어렵기도 했지만, 정우성은 “대한민국 대통령인 지도자이지만 남북문제에 있어서 당사자가 될 수밖에 없는 아이러니함과 답답함을 표정에 있는 그대로 담았다”고 했다.
한반도가 국제 정세 속 처한 현실을 굉장히 직설적으로 표현했기 때문에, ‘정치적 이미지’를 가진 자신이 오히려 영화의 몰입에 방해가 되진 않을까 우려도 됐다는 정우성은 “어느 순간부터 정치적 입장에 대해 과감히 발언하는 이미지가 형성돼 있어 그런 정우성이 이 시나리오에 얹혔을 때 온전히 영화를 관객에게 전달하는데 도움이 될까하는 걱정도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럼에도 출연을 결심한 건 역시 양우석 감독 때문이었다. 정우성은 “감독님께 ‘왜 저에요?’라고 여쭤보니 ‘정우성 씨 아니면 안됩니다’라고 확고하게 말하시더라”라고 회상하며 “‘강철비1’을 하면서 제 표정과 눈빛을 감독님 좋게 보셨던 거 같다. 한경재 대통령 캐릭터를 구상하면서 저의 표정과 눈빛이 대입됐다고 하셨다”고 말하며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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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성은 그간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에 대해서도 소신 있게 자신의 의견을 밝혀왔다. 이로 인해 쌓인 정치적 이미지에 대한 생각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배우이기 이전에 저도 시민이고, 국민이고, 기성세대다. 한 인간으로서 사회적 불합리에 대해 침묵하지 말아야 한다는 작은 동참 의식에서 비롯된 것일뿐 특정 이미지 구축을 갈망하거나 목정성을 띄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국민의 사랑을 받고 사는 배우로서의 사명감도 ‘사람 정우성’이 사회에 더 많은 관심을 쏟게 만든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어느 순간부터 사회 이야기들에 관심이 많이 생겼다. 배우라는 일이 세상의 사랑을 받는 직업이기 때문에 세상에 대한 관심을 더 크게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다보니 시스템의 문제와 오류는 어디서 기인하는걸까, 자연스럽게 과거의 시간에도 관심을 갖게 되고 계속해서 찾게 됐다.”
어느덧 중년의 나이가 된 정우성은 연기자이자 연출자, 한 소속사의 수장이자 유엔난민기구의 친선대사 등 세월이 흐르며 생긴 다양한 포지션 만큼이나 큰 책임감을 짊어진 듯 보였다. 본인을 향한 왜곡된 시선과 편견들에 대해 “감내해야 할 것들”이라고 담담하게 말한 정우성. 그러면서도 “시간은 걸리겠지만 결국은 실리적이고 이해타산적인 해석으로만 바라보는 관점은 자연히 도태될 거라 생각한다”고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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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말미, 정우성은 연애와 결혼과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로 유쾌한 웃음을 지으며 “이 질문을 어떻게 넘길지가 지금 가장 큰 숙제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 “결혼은 때가 있는 것 같다. 바빠서 그 때를 놓쳤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여전히 아이도 갖고 싶고 가정도 꾸리고 싶다. 그냥 나이가 들면 모든 거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거 같다”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한편 정우성은 절친인 배우 이정재 주연의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와 여름극장에서 맞대결을 펼치게 됐다. 이에 대해 정우성은 “코로나19 상황 안에서 개봉하는 모든 영화들이 관객들의 충분한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며 “정재 씨와 전 새로운 도전과 자극들에 대해 생각을 나누고 응원하는 사이다”라고 든든한 신뢰를 드러냈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