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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서울 윤소윤기자] “그럴 때도 있는 거다.”
마운드에서 무너진 멘탈을 다잡는 건 선수의 몫이지만, 때로는 사령탑의 별 것 아닌 한 마디가 뜻밖의 힘이 되기도 한다. 두산 김태형 감독이 이적 후 최악의 피칭을 한 홍건희(28)를 자신만의 방법으로 위로했다.
홍건희는 지난 26일 잠실 KIA전에서 자멸하며 다 잡았던 승리를 원점으로 돌려놨다. 8-5로 앞선 8회초 마운드에 올랐으나, 몸에 맞는 공 2개, 볼넷 1개 밀어내기로만 3점을 헌납하며 동점을 허용했고, 결국 윤명준과 교체됐다. 최근 10경기 평균자책점도 5.40까지 치솟았다. 더그아웃에서 이를 지켜본 김 감독의 심경은 어땠을까. 26일 잠실 KIA전을 앞둔 김 감독은 “너무 막으려고 했다. 상대가 KIA라서 그랬나”라며 특유의 재치로 홍건희의 부진을 감쌌다.
한 순간의 피칭으로 일희일비 하기엔 시즌은 길고, 아직 기회는 많다. 투구 내용만 보면 질책을 쏟아내도 이상할 것 없으나, 이적 후 지금까지 보여준 게 많은 투수다. 함덕주 이형범 등 필승조 주축이 줄부상한 상황에도 묵묵히 자리를 지켰고, 적응을 마치기도 전 마무리 보직의 부담까지 떠안아야 했다. 김 감독 역시 “나갈 때마다 다 막아주면 고맙지만 그럴 때도 있는 거다. 다음 경기에서 잊어버리고 베스트 공을 던지는 게 중요하다”고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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