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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선우기자]홍상수 감독과 배우 김민희의 일곱번째 작품 ‘도망친 여자’가 베일을 벗었다.

9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영화 ‘도망친 여자(홍상수 감독)’ 언론시사회가 진행됐다. 별도의 간담회가 진행되지 않음에도 이날 국내에서 첫 공개인 ‘도망친 여자’를 보기 위해 많은 취재진이 현장을 찾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되고 있는 만큼, 영화관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많은 절차를 걸쳐야 했다.

‘도망친 여자’ 측에서 준비한 문진표 작성, 체온측정에 이어 영화관 자체적으로 시행하는 전자출입명부, 체온측정을 거치고 나서야 비로소 영화관에 들어설 수 있었다. 영화관 역시 50석 미만으로만 진행돼 여러관으로 나뉘어 영화가 상영됐다.

‘도망친 여자’는 남편이 출장을 간 사이 세 명의 친구를 만나게 되는 감희(김민희 분)가 각기 다른 공간과 인물들과 나누는 대화를 담은 작품이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를 시작으로 ‘밤의 해변에서 혼자’, ‘풀잎들’, ‘강변호텔’ 등에 이어 홍상수 감독과 그의 연인 김민희가 함께 그려낸 일곱번째 작품이다. 홍상수 감독은 이 작품으로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 감독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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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극중 감희가 지인의 집을 찾아가면서 시작된다. 화려함 없이 담백하다. 우리네 일상을 차곡차곡 담아냈다. 여자친구들끼리의 대화를 관찰하는 다큐멘터리와 같이 배경도 인물도 서사도 일상적이다. 남편과 24시간 붙어있는게 사랑이라 여겼던 여자 감희는 친구들의 생활을 보고 들으면서 새로운 관점을 마주하게 된다. 한 인물과 또 다른 인물이 대화를 이어가는 방식이지만, 그 속에는 공감의 포인트도 있고 예기치 않은 유머코드도 담겨있다.

여성 중심 서사를 그려낸 ‘도망친 여자’는 각기 다른 여성들의 단단함이 느껴진다. 그 속에 담기는 남성 캐릭터들도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김민희 못지 않게 홍상수 감독의 페르소나인 권해효의 모습도 만날 수 있다. 김민희는 이번 작품으로 트레이드마크였던 긴 머리를 턱선보다 짧은 길이의 단발로 잘랐다. 얼굴 역시 화장기 없는 수수한 모습이다. 그만큼 화려함은 모두 걷어내고 오롯이 인물, 그 사이의 대화에만 집중하게 만든다.

인물의 티키타카 뿐 아니라 극 중간중간 스며있는 자연과 동물이 남기는 여운도 짙다. 이웃간의 갈등, 이성간의 관계, 옛 친구와의 어색함 등 소소하지만 각기 다른 개성의 세가지 에피소드를 김민희의 시선으로 한 작품에 담아냈다. 홍상수 감독 특유의 리듬감과 여운도 느낄 수 있다. 해외에서 먼저 알아 본 ‘도망친 여자’는 국내에서도 호평을 이어갈 수 있을까. 17일 개봉.

sunwoo617@sportsseoul.com

사진 | 영화제작전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