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원

[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공감의 힘’을 가진 배우 하지원(42)이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그가 꺼내든 건 ‘가족’의 이야기다.

지난달 29일 개봉한 ‘담보’(강대규 감독)는 사채업자 두석(성동일 분)과 그의 후배 종배(김희원 분)가 떼인 돈을 받으러 갔다가 얼떨결에 9살 승이(박소이 분)를 담보로 맡아 키우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성동일-김희원의 ‘아재 케미’는 웃음을, 아역배우 박소이의 연기는 사랑스러움을, 하지원의 눈물 연기는 뭉클함을 남겼다.

영화에서 하지원은 보물로 잘 자란 어른 승이를 연기한다. 담보를 맡게 된 두 아저씨를 연기한 성동일, 김희원과 함께 호흡하며 관객의 감정을 끌어올리는 중대한 역할이다. 아역 배우 박소이의 해맑은 모습이 극 초반 관객의 웃음을 자아낸다면 하지원은 대학생 승이부터 중국어 통역가가 된 승이까지 영화의 중후반부를 책임진다.

아역배우의 감정을 이어받아 연기하는 것도 쉽지 않을뿐더러 유독 어른 승이의 눈물신이 많아 감정연기에 강점을 보여온 하지원 역시도 어려움을 겪었다고. 그는 “첫 촬영부터 감정의 폭이 큰 연기를 해야해서 어려웠다. 감독님께서 현장에서 신의 무드와 흐름에 맞는 음악들을 추천해주셔서 그 음악을 들으며 감정을 잡았다”며 “또 성동일, 김희원 선배님뿐 아니라 김윤진, 나문희 선생님의 눈을 보며 연기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교감이 됐고 어렵다 생각한 부분이 쉽게 풀리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담보’는 피가 섞인 가족은 아니지만 서로의 진심을 통해 진짜 가족이 되어가는 모습을 그리며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무엇보다 ‘담보’는 하지원에게 더욱 각별한 작품이다. 2016년 아버지를 여읜 하지원은 이번 작품을 하며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렸다고. 그래서일까. ‘담보’ 시나리오를 받고 눈물을 흘렸다는 하지원은 이후 열린 제작보고회에서도 눈시울을 붉히는 등 유독 이번 작품을 하며 뭉클한 모습을 자주 보였다.

하지원은 “딸에게 있어서 아빠라는 존재는 특별하지 않나. 저도 늘 불러보고 싶은 ‘아빠’였는데, 시나리오를 보고 촬영을 하면서 그리웠던 아빠 생각이 많이 나고 그리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영화는 특별한 관계의 사람들이 가족이 되어가면서 느끼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요즘 가족이지만 너무 멀리 있어서 보지 못하는 분들도 계시고, 가족 관계가 소홀한 분들도 있지 않나. 그런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영화다. 따뜻함이 필요한 분들이 보시면 저처럼 힐링이 되실 거 같다”며 ‘담보’를 봐야하는 이유와 의미에 대해 이야기했다.

하지원은 ‘담보’를 통해 ‘목숨 건 연애’ 이후 4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그를 다시 불러낸 건 ‘색즉시공’ ‘1번가의 기적’ ‘해운대’ 등을 함께한 윤제균 감독이었다. ‘담보’ 제작자이기도 한 윤 감독을 떠올린 그는 “감독님께서 ‘지원아, 나는 네가 울면 슬퍼’라고 하시면서 어른 승이를 통해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들을 담아달라고 하셨다”며 “강대규 감독님 역시도 이 영화를 열고 닫을 승이 역할에 관객들이 몰입할 수 있도록 제가 해줬으면 좋겠다고 제안해주셨다”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하지원은 차기작으로 류승룡과 함께 가족 누아르 ‘비광’(이지원 감독)에 출연할 예정이다. 어느덧 데뷔 20주년을 훌쩍 넘긴 중견 배우가 된 하지원은 여전히 작품에 갈증이 있다며 “늘 작품을 하고 있어도 계속 목마르다. 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며 오래도록 지치지않고 연기하고 싶다는 소망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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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CJ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