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준플레이오프 2차전 앞둔 LG 류중일 감독
LG 류중일 감독이 5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두산과 LG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잠실 | 박진업 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잠실=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그게 이 팀의 색깔이다.”

LG 류중일 감독은 이별을 결심한 듯 한 뉘앙스를 풍겼다. 이미 구단 안팎에서 새 감독 후보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라 선수단 분위기도 밝지만은 않았다. 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준플레이오프(준PO) 2차전은 류 감독의 고별전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날 경기 전에 만난 류 감독은 “이기고 싶다”면서도 전술이나 전략에 관한 언급은 되도록 아꼈다. 오히려 관찰자 입장에서 보는 듯 한 얘기만 해 그 배경에 궁금증을 자아냈다. 가령 박용택의 대타 기용 타이밍에 관해 “대타 카드를 꺼내들 수 있는 곳은 (정)주현 타석 정도뿐이다. 주현이보다는 (박)용택이가 안타를 칠 확률이 높으니 기회가 오면 기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택은 수비가 어렵기 때문에 2루수를 교체하면 한 번에 엔트리 두 명을 소진한다. 이천웅을 먼저 기용한 뒤 외야를 교체하는 방법도 있지만 류 감독은 “9번타순에 두 번 정도 대타를 쓰는게 이 팀 색깔”이라고 말했다.

작전도 마찬가지다. LG는 전날 열린 준PO 1차전에서 상대 작전에 허를 찔렸다. 특히 4회말 무사 1루에서 김재호가 단행한 페이크번트 앤드 런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였다. 류 감독은 “배터리가 전혀 대비를 못했다”는 짧은 말로 설명을 대신했다. 벼랑 끝에 몰린 상황이라 요소요소에 벤치워크를 필요로 하는 경기다. 그러나 류 감독은 “정주현이나 홍창기 정도를 제외하면 작전을 쓰기 어렵지 않을까. 이게 이 팀의 색깔”이라고 말했다. 삼성에서 수비, 작전 코치를 겸한 명 유격수 출신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언뜻 납득할 수 없는 발언이다.

[포토] LG 차명석 단장, WC 1차전...정말 힘들까?
차명석 단장 등 LG 트윈스 선수단이 1일 서울 잠실 구장에서 예정된 키움과의 와일드카드 1차전을 앞두고 우천으로 젖은 그라운드 상태를 살피고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팀 색깔은 감독이 만든다. 발빠른 야수로 한 베이스 더 가는 야구를 추구하고, 견고한 수비와 기민한 작전으로 상대의 허를 찌르는 건 사실 류 감독이 가장 선호하는 야구다. 부임 3년 동안 두 차례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었지만 계약 마지막 해에는 “발빠른 야수들이 좀 더 많이 포진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면서 “작전도 대타도 9번타순과 신인타자 자리 외에는 쓰기 어려운 게 이 팀의 색깔”이라고 말했다. 선수 기용이나 운용을 감독 입맛대로 할 수 없는 분위기가 아니라면, 대단히 무책임한 발언으로 비친다. 류 감독은 경기 후 “2연속시즌 같은 순위(4위)로 시즌을 마쳐 팬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허리를 숙이는 것으로 변명을 대신했다. 아쉬움이 짙게 남은 표정이었지만 “당분간 좀 쉬어야지 않겠느냐”며 특유의 사람좋은 웃음을 지으며 구장을 떠났다.

LG가 준PO에서 2연패로 허무하게 시즌을 마무리한 류 감독과 재계약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루머가 크게 퍼졌다. 호사가들은 ‘야구 애호가이자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를 역임한 구본능 전총재가 여전히 LG 야구에 큰 애정을 보이고 있다’는 얘기를 스스럼없이 한다. 구 전총재는 한국야구대표팀 초대 전임감독인 선동열 전 감독의 불명예 퇴진에 마음의 빚을 지고 있다는 얘기까지 돌아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자욱하다. LG 사령탑은 독이 든 성배로 악명 높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각종 소문이 팀의 미래를 안갯속으로 빠뜨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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