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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 속에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기업 넷플릭스의 영향력이 급격하게 커지고 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연예계는 8월의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촬영과 행사가 연이어 중단되고, 촬영장에서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노출된 배우들은 도미노처럼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지난 8월 코로나19로 드라마 방영 일정이 일제히 미뤄지고 울며 겨자먹기로 개봉을 미뤄야 했던 영화들은 코로나19의 3차 대유행에 그야말로 덜덜 떨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국 드라마와 영화 모두 글로벌 OTT 서비스 넷플릭스로 향하며 넷플릭스의 위상은 더욱 견고해지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넷플릭스가 차지하는 영향력은 이미 상당하다. 넷플릭스가 발표한 3분기 실적에 따르면, 국내 유료 가입자 수는 336만 명으로 추산됐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2배 증가한 수치다. 이 기세를 놓치지 않으려는 넷플릭스는 앞으로도 탄탄한 오리지널 콘텐츠들을 공개할 예정이다.
‘킹덤’ 시리즈와 ‘인간수업’, ‘보건교사 안은영’ 등으로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로 성공의 맛을 본 넷플릭스는 이미 차근차근 대작을 준비, 공개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오는 12월 공개 예정인 ‘스위트홈’을 필두로 ‘오징어 게임’, ‘고요의 바다’, ‘지옥’, ‘지금 우리 학교는’, ‘킹덤: 아신전’ 등 자체 제작 드라마 라인업을 꾸준히 업데이트 중이다.
여기에 극장 개봉이 무산된 영화들의 극장 대신 ‘OTT 직행’도 늘어나고 있다. 상반기 영화 ‘사냥의 시간’에 이어 하반기 SF 블록버스터 ‘승리호’가 결국 넷플릭스행을 확정했다. 무려 제작비 240억 원을 들인 대작으로 주목받았던 ‘승리호’의 넷플릭스행은 지금의 넷플릭스 위상을 전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 있다. 박신혜·전종서 주연의 미스터리 ‘콜’도 최근 넷플릭스에서 공개돼 호평을 얻었고, 차인표 주연의 코미디 영화 ‘차인표’도 내년 넷플릭스를 통해 단독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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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콘텐츠의 시장성을 높이고 있다는 점에서 넷플릭스의 영향력 증가는 ‘윈윈’ 효과로 볼 수 있다. 넷플릭스가 다양한 장르의 한국 콘텐츠를 전 세계 190개국에 선보이면서, 국경을 뛰어넘은 문화 교류와 함께 국가 이미지 증진에 기여하고 있다. ‘사랑의 불시착’, ‘이태원 클라쓰’, ‘청춘기록’ 등 국내 인기 드라마들이 넷플릭스를 통해 인기 콘텐츠의 외연이 확장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한류를 지속할 수 있는 동력이 됐다.
이에 일각에서는 넷플릭스가 코로나19가 끝나도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TV 광고 시장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넷플릭스 도움 없이는 제작비 조달이 쉽지 않은게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소재나 장면 구현에도 제약이 적어 배우와 제작진들도 선호해, 새로운 콘텐츠가 나오면 기획사나 제작사가 먼저 넷플릭스에 협력을 구하고 있다”며 “이 같은 구조가 굳어지면 코로나19와 상관 없이 넷플릭스가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게 될 것”이라고 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장기적으로 봤을 때 넷플릭스 종속화로 인해 한국 콘텐츠 시장의 확장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방송 관계자는 “문제는 넷플릭스의 콘텐츠 구매 파워가 커지면서 드라마, 영화 등 국내 콘텐츠 생태계도 점차 넷플릭스의 우산 아래 놓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케이블, 종편뿐 아니라 국내 지상파 방송사들도 넷플릭스와 손을 잡는 등 넷플릭스 의존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넷플릭스는 토종 OTT의 성장과 한국 콘텐츠의 해외 진출을 위한 과제로 작용할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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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가운데 넷플릭스는 자신들의 영역을 확장하며 계속해서 규모를 키우는 중이다. 넷플릭스가 2015년부터 올해까지 국내 콘텐츠에 투자한 금액은 8000억원에 육박한다. 앞으로도 넷플릭스에서 구입하거나 자체 제작하는 한국 콘텐츠는 점점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 넷플릭스는 한국 콘텐츠 투자·지원을 전담하는 법인 ‘넷플릭스 엔터테인먼트 코리아’를 설립해 기존 법인과 분리해 운영, 한국 콘텐츠 발굴·투자·지원 등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한국 콘텐츠와 관련된 업무 및 투자 역시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넷플릭스에 대한 마땅한 규제 장치가 없다는 점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넷플릭스가 OTT 시장에서 자신이 갖는 지위를 이용해 불합리한 형태의 계약 조건 제시하고 경쟁사를 부당한 방법으로 거래를 제한한다 하더라도 현행 방송법 등에서는 OTT 사업자를 규제할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현재 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논의 중이지만 최소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미 넷플릭스의 막강한 ‘콘텐츠 파워’에 밀려 지상파 3사 연합인 국내 OTT 웨이브는 주도권을 뺏긴 상황이다. 특히 넷플릭스 뿐만 아니라 하반기에는 또 다른 콘텐츠 공룡인 ‘디즈니 플러스’까지 국내 진출을 노리고 있어, 국내 미디어의 입지는 갈수록 위축될 전망이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 | 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