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김선우기자]‘버닝’으로 충무로에 혜성처럼 등장한 배우 전종서가 이번엔 ‘콜’로 다시금 자신의 존재가치를 증명했다.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영화 ‘콜’(이충현 감독)에서 전종서는 광기 어린 소녀 영숙으로 열연했다. 수화기를 통해 20년의 시간차를 뛰어 넘은 서연(박신혜 분)과 우정을 쌓아가던 영숙은 점점 미쳐가고 처절해진다. 전종서는 연민이 느껴지다가도 끝내 섬뜩하기까지 한 복잡미묘한 인물에 완벽하게 녹아들었다.

전종서는 “모든 분들이 내가 연기에만 집중할수 있게 환경을 조성해 주셨다. 때문에 크게 스트레스를 받진 않았다. 엄마(이엘)에게 학대를 받는 장면에서는 마치 상처받은 동물이라 생각하고 임했다. 그러나 영숙이에 접근할 땐 최대한 인간적으로 접근하려고 했다”며 “영숙이도 광기의 스위치가 켜지기 전까지는 여린 소녀였고, 몇십년동안 집에서 갇혀서 감독처럼 지냈다. 유일한 빛 같은 서연이와의 관계가 틀어지면서 폭주할수밖에 없는 것에 있어서 내가 왜 분노하는지, 분노를 어떻게 하고 슬퍼하는지 폭발하는지, 그런거에 대해서 스스로 해답을 찾으려고 했었다”고 설명했다.

전종서는 자신이 표현해야 할 영숙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이충현 감독 역시 이 점을 잘 알고 있었다. 때문에 디테일한 디렉션보다는 전종서에게 믿고 맡겼다. 정작 전종서는 “첫 테이크를 찍은 날 감독님과 전화를 했다. 촬영장에선 아무 말씀이 없으셔서 내가 잘 하고 있는게 맞나 싶었기 때문”이라며 “감독님이 난 자유롭게 풀어 놓는게 좋을거 같다 하셨고, 나도 설득이 됐다. 어느 정도는 동물적인 감각, 본능적인 감각에 의지해 촬영하기도 했던거 같다”고 회상했다.

선배 박신혜와의 호흡은 어땠을까. 그는 “대면하는 거의 없다 보니 합을 맞추는게 걱정이기도 했다. 내가 한달 가량 먼저 촬영을 했다. 그런데 내 촬영분을 모니터링 하시고 같은 에너지로 맞춰 주셔서 전체적인 균형도 잘 맞았던거 같다”고 미소지었다.

‘버닝’에 ‘콜’까지, 다작을 하는 작품은 아니지만 출연할 때마다 자신의 존재를 강렬하게 강인시킨다. 그러나 함께한 박신혜에 의하면 카메라 밖 전종서는 러블리하고 밝은 20대 청년이다. 작품 때문에 만들어진 신비주의 이미지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전종서는 “아주 어릴때부터 연기자가 되고 싶은 마음은 있었는데 ‘버닝’으로 갑작스레 실현이 됐다. 그래서 한동안은 정신이 없었다. 지금은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이 다양해진 시대다. 그런 것에 있어서 나도 한발 한발 나아가고 싶긴 하다”면서도 “그러나 가장 먼저 연기로 보여드리고 싶다. 관객,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1번 채널은 연기였으면 좋겠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이미 ‘블러드 문’으로 할리우드에도 진출한 그는 앞으로 선보이고 싶은 ‘배우 전종서’에 대한 계획도 뚜렷했다. 그는 “로맨스물에 있어서는 아직 부족하다. 좀 더 경험을 쌓고 다양한 역할을 도전한 후에 생각하고 싶은 영역”이라며 “하고 싶은 캐릭터나 장르는 많다. 기존에 없거나 시도하지 않았던 장르나 여배우가 하기엔 조금 버겁다고 편견이 있는 캐릭터에 도전하고 싶다. 또 한국에 대해 소개할 수 있고 한국 배우들에 대해서, 한국이 어떤 나라인지 외국 시장에도 소개하고 싶은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전종서는 “물론 코로나19로 예정보다 늦게 선보이게 된 점은 아쉽지만, 더 완성도 높게 보여드릴 수 있게돼 다행”이라며 “몇년 전만 해도 한국에서는 넷플릭스가 생소했는데 이제는 시대가 많이 바뀌었고, 영화관에서만 영화를 본다는 거에 대한 생각도 바뀐거 같다. 변화의 시기에 ‘콜’을 선보이게돼 신선하다. 원하는 시간에 장소 무관하게 접할 수 있으니 즐겁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sunwoo617@sportsseoul.com

사진 | 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