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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글·사진 이주상기자] ‘은퇴를 했지만 은퇴를 할 수 없다.’ 궤변이 아니다. UFC 前 라이트급 챔피언 하빕 누르마고메도프(32)의 이야기다. ‘前’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지만 하빕처럼 수없이 매체에 오르내리는 선수가 없다.
하빕은 지난해 10월 중동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열린 UFC 254에서 저스틴 개이치를 상대로 통합 타이틀전을 벌였다.
이 경기에서 하빕은 레슬러 출신답게 개이치를 2라운드 1분 34초 만에 트라이앵글 초크에 의한 서브미션으로 승리하며 ‘무적’임을 다시 한 번 과시했다. 29연승 무패를 기록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승리 후 하빕은 케이지 바닥에 입을 맞추며 연신 눈물을 흘렸고 전격적으로 은퇴를 발표했다.
데이나 화이트 UFC도 모르는 은퇴 발표였다. 하빕은 “아버지가 없는 세상에서 승리는 아무 의미가 없다”는 짤막한 발표를 하고 케이지를 떠났다.
하빕의 아버지이자 MMA 스승인 압둘마납 누르마고메도프는 지난해 7월 코로나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하지만 UFC의 공식 리스트에 하빕은 여전히 챔피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통합랭킹(Pound-for-Pound)도 2위다. 줄곧 1위를 기록하고 있다가 플라이급 챔피언인 데이비손 피게레도에게 1위 자리를 내주었다.
이러한 배경에는 화이트 대표의 의지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화이트 대표는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줄곧 하빕을 현역선수로 소개하고 있다. ‘은퇴’라는 말을 절대 꺼내지 않는다.
최근 ESPN과의 인터뷰에서도 하빕을 ‘절대불가결한 선수’라고 소개하며 “맥그리거가 포이리에와 대결한다. (맥그리거가) 승리하면 하빕과 리매치를 할 생각이다. 팬들이 원하는 최고의 카드다”라고 말했다.
코너 맥그리거는 오는 23일 UFC 257에서 더스틴 포이리에를 상대로 복귀전을 가질 예정이다. 이처럼 화이트 대표가 하빕을 포기하지 않는 배경에는 당연히 흥행을 염두해 뒀기 때문이다.
전세계적인 화제를 일으켰던 2018년 UFC 229 ‘하빕 vs. 코너 맥그리거’는 240만뷰를 기록하며 UFC 사상 최고의 돈다발을 안겨줬다. 금액으로는 1억6천만달러(한화 약 1760억원)에 가까운 엄청난 금액이었다. 화이트 대표가 하빕을 포기할 수 없는 단적인 예이다.
이러한 화이트 대표의 끈질김에 하빕도 최근 “나의 손에 1억 달러(한화 약 1100억원)을 쥐어주면 맥그리거와 대결하겠다”는 신호를 보내기도 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처럼 하빕의 은퇴는 개인의 희망사항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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