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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선동열 전 국가대표팀 감독이 4일 동안 LG 투수들을 바라보고 조언을 건넨 소감을 밝혔다.
선 전 감독은 지난 10일부터 11일, 14일, 15일 나흘 동안 LG 투수들의 불펜피칭을 지켜봤다. 15일 LG에서 마지막 일정을 소화한 선 감독은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그동안 우리 야구 환경이 많이 변했다. 이렇게 현장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주신 류지현 감독님과 차명석 단장님께 감사드린다”며 “지난해 트래킹 데이터 공부를 많이 했는데 이 자리에서 이를 두고 대화하고 적용할 수 있어서 정말 재미있었다. 선수들보다는 오히려 내게 더 큰 공부가 된 것 같다”고 미소지었다. 다음은 선 전 감독과 일문일답.
-LG 투수들은 유심히 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전반적으로 어떤 인상을 받았나?LG에 좋은 젊은 투수들이 정말 많다. 특히 이민호는 작년에 TV를 통해 봤는데 정말 잘 던지는 게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이정용, 이찬혁, 남호 등도 앞으로 가능성이 상당하다. 손주영은 왼손인데 좋은 밸런스에서 볼을 던지는 게 인상적이었다. 수직 무브먼트가 굉장히 좋더라. 앞으로 LG가 우리나라 야구를 성장시키는 대들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현장에서 젊은 선수들과 함께 대화하면서 많이 배우고 참 좋았다.
-수직 무브먼트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지난해 트래킹 데이터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한 것으로 알고 있다.그렇다. 작년에 공부한 것을 이번에 현장에서 사용했는데 오히려 선수들과 대화가 더 잘 됐다. 선수 입장에서도 확실히 알이듣기 편해하더라. 옛날에 썼던 용어를 쓸 필요가 없다. 요즘 젊은 선수들은 메이저리그 용어를 다 습득하고 사용한다. 지도자들이 이에 맞춰 공부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느꼈다. 그동안 이론적으로 공부만 했는데 이렇게 트랙맨을 현장에 와서 보는 것은 처음이다. 그래서 더 즐겁고 큰 공부가 됐다.
-투수 육성 방향도 많이 바뀔 것 같다.예전에 나는 경험과 직감 위주로 선수를 지도했다. 하지만 데이터를 갖고 선수들에게 접근하면 장점이 훨씬 많다. 선수들에게 데이터상 너는 어떤 장점과 단점이 있는 투수니까 어떻게 방향을 잡자고 하면 육성에 필요한 시간도 줄어든다. 우리 때는 그냥 직감으로 이렇게 고쳐라, 저렇게 고쳐라 했었다. 데이터 위주로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경험이 필요한 것도 있다. 대표적으로 투수교체 타이밍이다. 지난해 월드시리즈도 그렇지 않았나. 투수의 컨디션이 매일 다르기 때문에 투수교체는 가장 어렵고 데이터로도 쉽게 되지 않을 것 같다.
-데이터를 통해 정의할 수 있는 좋은 투수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즘 피치터널 얘기가 많다. 이중 가장 중요한 게 터널 포인트라고 본다. 어느 지점에서 투구의 궤적이 달라지느냐, 달라지는 지점이 늦어지면 타자가 대처하는 시간도 짧아질 수밖에 없다. 수직 무브먼트가 좋은 투수들이 보통 터널 포인트도 잘 이뤄진다. 사실 예전에도 좋은 투수들은 투구폼이 한결 같았다. 포심과 변화구 모두 일정하게 던졌다. 이런 부분이 이제는 데이터로 명확하게 나오고 있다.
-LG 투수들과 긴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고맙게도 내게 물어보는 투수들이 참 많았다. 원포인트레슨을 하려고 했는데 대화를 나누면서 내가 배운 부분도 참 많다. 적극적으로 물어봐줘서 고마웠다. 컨디션 조절하는 법, 변화구 던지는 법, 연투 때 다르게 준비하는 법, 밸런스 잡는 법 등을 투수들이 물어봤다. 밸런스에 대한 질문이 가장 많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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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서 특별히 더 인상적인 투수가 있었나?
작년에 TV로 봐도 그랬고 이민호 선수가 정말 인상적이다. 이제 고졸 2년차인데 훈련하는 모습도 아주 계획대로 잘 하고 있더라. 불펜피칭 두 번을 다 봤는데 밸런스를 유지하면서 볼을 던지는 게 인상적이었다. 앞으로 우리나라 대투수가 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경기 모습을 돌아봐도 굉장히 공격적인 투구를 한다. 피해가지 않고 항상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가져가려고 했다. 앞으로 더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한 투수다. 앞으로 소형준도 보는데 소형준 또한 기대가 된다. 소형준은 이미 21살 투수가 아니었다. 지난해 중고참 투수처럼 던졌다.
-젊은 투수들에게 특별히 조언하고 싶은 부분이 있나?요즘에는 선수들이 유소년 때부터 기술을 먼저 습득한다. 그런데 더 성장하기 위해선 체력도 중요하다. 기초체력을 더 튼튼히 했으면 좋겠다. 웨이트, 러닝 많이 하겠지만 144경기를 소화하려면 체력관리, 하체훈련부터 더 꾸준히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야 부상이 없어진다. 체력 약화가 부상으로 이어진다. 체력적으로 기본기를 튼튼히 하면 우리 젊은 투수들이 성장하는 밑거름이 될 것 같다.
-과거 KIA에서 함께했던 양현종이 메이저리그에 도전한다.젊은 선수들이 양현종 선수를 보면서 메이저리그 꿈을 갖는 것만 해도 희망적이고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선배로서 양현종 선수가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앞으로 계획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다.일단 내일부터 KT를 만나러 기장에 내려가야 한다. 그리고 다시 책을 쓰려고 생각하고 있다. 기회가 되면 유소년 쪽에 재능기부도 하고 싶다. 작년에 뉴욕 양키스를 가려다가 못가서 아쉽지만 야구 공부는 계속 할 계획이다. 야구 스터디 모임이 있는데 그분들과 어울리면서 이론 공부도 꾸준히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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