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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진천선수촌에서 거행된 대한민국 체육 100년 타임 캡슐 제막식[스포츠서울 DB]

[스포츠서울 성백유전문기자]누구의 책임인가?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가 지난 17일 암투병 끝에 숨진 고 노진규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선수 가족이 제기한 진정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렸다.

인권위는 결정문에서 “부상을 당한 피해자의 건강 상태를 고려하지 못한 채 과도한 훈련과 무리한 대회 출전을 지속한 배경에는 피진정인들의 영향력이 있었다는 정황이 상당하다”며 “이로 인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렀다고 볼 개연성도 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국가인권위원회법상 공소시효 등이 지난 사건은 피진정인에 대한 징계를 권고할 수 없어 각하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인권위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대한체육회장,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 한국체대 총장에게 재발 방지를 위한 의견을 표명했다. 지난 1년 6개월여 조사를 벌인 끝에 이런 결론을 낸 것이다.

2014 소치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국가대표로 활약하던 노씨는 2013년 9월 어깨 통증으로 병원을 찾았다. 진단 결과 종양이 발견됐다. 당시 의료진은 “종양이 악성일 확률은 낮으니 금메달을 딴 뒤 치료해도 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노씨는 의료진의 진단을 믿고 올림픽에 대비한 훈련을 계속하다가 종양이 악성으로 변하면서 온몸으로 전이돼 결국 2016년 4월 3일 사망했다.

2018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팀추월경기에서 ‘왕따 사건’의 소용돌이에 빠진 노선영 선수는 노진규씨의 친누나다. 유족들은 2019년 3월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노진규 선수의 어깨에 종양이 발견됐지만 한국체육대학교 전명규 전 교수가 올림픽이 중요하다며 수술을 막았다는 주장이었다.

파문은 컸다. 교육부가 전면 감사를 통해 전명규 교수를 중징계할 것을 권고했다. 한국체육대학교는 2019년 전명규 교수를 파면하면서 문제를 덮었다.

그러나 전 교수는 이를 전면 부정하고 있다. 지난 17일 전화 인터뷰에서 전명규 전 교수는 “노진규는 내가 진정으로 아끼던 제자다. 그는 올림픽 출전을 위해 엄청난 정신력을 발휘했다. 통증을 참아가며 여러 대회에 참가한 것은 병원의 진단에 따라 피해자와 그의 가족이 스스로 결정한 것”이며 “대회 출전과 훈련을 강요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그는 “노씨가 악성 종양이 될 확률이 낮으니 훈련을 하겠다고 해 허락했을 뿐이다. 그리고 나는 당시 훈련과 대회 출전에 관여하지도 않았고, 관여할 권한도 없었다”고 말했다. 전명규는 당시 대한빙상연맹 부회장이었다.

인권위원회의 결정문을 보자면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은 따로 있다. 당시의 한국체육대학총장, 대한빙상연맹회장, 대한체육회장, 문체부장관이다.

한편 의정부지법은 지난해 6월 노씨를 최초로 진단한 의사에게 ‘의료상 주의 의무를 위반해 골육종 치료를 받을 기회를 상실케 했고, 설명 의무를 위반해 망인의 진단 및 치료 방법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였으며, 그로 인해 망인의 생존기간이 5년보다 단축되었다’며 유족에게 25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문제는 국가 체육주의다. 올림픽 등 국제대회 때마다 정부는 메달 획득의 목표를 정해놓고 대한체육회를 압박한다. 2018평창동계올림픽에서도 문체부가 제시한 목표는 금메달 7개, 은메달 4개, 동메달 7개였다. 당초 대한체육회의 판단은 금메달 5개였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끝나고 난 뒤 국회는 국가대표야구팀 선동열감독을 국정감사 때 여의도로 불렀다. 그리고 선수선발이 잘못됐다면서 망신주기를 했다. 야구 대표선수 선발이 잘못돼 예선에서 대만에 패했다는 이유였다.

황희 문체부 장관, 스포츠윤리센터 방문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왼쪽)이 1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스포츠윤리센터에서 이숙진 스포츠윤리센터 이사장과 센터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2021.2.17 [연합뉴스]

황희 신임 문체부장관은 지난 17일 스포츠윤리센터(이사장 이숙진)를 방문, 선제적 역할을 당부했다. 18일에는 진천선수촌을 방문한다.과연 황장관은 선수촌장과 국가대표선수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할까?

2021도쿄올림픽은 올해, 2022베이징동계올림픽은 1년 남았다.

sungbasebal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