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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1 개막전에서 만나는 전북 홍정호(왼쪽)와 서울 기성용.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일류첸코vs.팔로세비치, 홍정호vs.기성용.

시작부터 ‘특급 전쟁’이다.

27일 막을 올리는 프로축구 ‘하나원큐 K리그1 2021’은 ‘디펜딩 챔프’이자 사상 첫 5연패에 도전하는 전북 현대와 ‘명가 재건’을 노리는 FC서울의 공식 개막전을 시작으로 8개월여 대장정에 돌입한다. 전북과 서울은 27일 오후 2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킥오프하는 개막 라운드에서 양보할 수 없는 맞대결을 펼친다.

K리그를 대표하는 ‘1강’인 전북은 지난 시즌 우승 멤버가 건재하고 공·수에 정상급 자원을 수혈하는 데 성공, 올해도 변함없는 우승 후보 1순위다. 지난해 여러 풍파를 겪으며 그룹B(하위리그)로 추락, 자존심을 구긴 서울도 옛 영광 재현에 사활을 걸었다. 주요 포지션에 대표급 선수를 영입하는 데 지갑을 열면서 전북과 울산의 양강 체제를 무너뜨리겠다는 의지를 품고 있다. 그런 양 팀이 개막전에서 격돌한 만큼 더욱더 뜨거운 승부가 예상된다. 특히 새 시즌 높은 자리에 오르려면 서로를 무조건 넘어야 한다. 일종의 기선 제압과 궤를 같이한다.

승리의 열쇠를 쥐고 있는 건 ‘특급 외인’이다. 전북엔 일류첸코(31·독일), 서울엔 팔로세비치(28·세르비아)가 있다. 둘은 공교롭게도 지난해까지 포항 스틸러스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포항이 자랑한 ‘일오팔팔’ 외인 라인의 중심이었다. 성과도 탁월했다. 스트라이커 일류첸코는 지난해 득점 2위(19골·26경기)를 기록하며 해결사 노릇을 했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주로 뛰는 팔로세비치는 22경기를 뛰면서 공격포인트 20개(14골6도움)를 기록, 엔진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포항은 일류첸코와 팔로세비치가 33골을 합작하면서 지난해 팀 득점 1위(56골)와 더불어 리그 3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특히 둘은 K리그1에서 가장 검증됐고 미래 가치를 지닌 외인 공격수로 꼽힌다. 올겨울 K리그 구단은 물론 해외팀으로부터 구애를 받았는데 일류첸코는 ‘화공(화끈한 공격)’을 내세운 전북의 손을, 팔로세비치는 ‘제2의 몰리나’를 찾은 서울의 손을 각각 잡았다. 서로의 스타일을 너무나 잘 아는 일류첸코와 팔로세비치가 적으로 만나는 만큼 자존심을 걸고 싸울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곧 팀의 보이지 않는 경쟁력이다.

후방에서는 주장 완장을 찬 이들의 존재가 돋보인다. 둘은 나란히 2010년대 유럽 빅리그를 누볐다. 둘 다 2선 자원이나 후방 수비를 책임지는 역할을 수행했다. 대체로 빅리그에서는 피지컬에서 약점을 지닌 아시아 수비 자원을 중용하지 않으나 키 190㎝에 달하는 홍정호와 기성용은 개척자 구실을 했다. 홍정호는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기성용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피지컬 뿐 아니라 개인 전술을 앞세워 유럽 정상급 선수와 경쟁하며 오랜 기간 살아남았다. 그리고 2014 브라질 월드컵 대표팀 동료를 지내는 등 태극마크를 달고도 장기간 호흡을 맞춘 적이 있다.

홍정호와 기성용이 K리그에서 맞대결을 벌이는 건 올해가 처음이다. 기성용은 2006년 서울에서 데뷔해 2009년 유럽에 진출했다. 반면 홍정호는 2010년 제주에서 데뷔해 2013년 독일로 넘어갔다. 그러다가 홍정호가 2018년 전북을 통해 K리그에 유턴했고, 기성용은 지난해 여름 서울로 돌아왔다. 하지만 기성용이 부상에 시달렸고, 서울이 그룹B로 내려가면서 둘의 맞대결은 성사되지 않았다. 올해는 이변이 없는 한 개막전부터 둘의 맞대결이 예상된다. 지난 22일 개막 미디어데이서부터 둘은 입씨름부터 벌였다. 홍정호는 “성용이 형의 플레이를 개막전부터 보게 돼 기쁘다”면서도 “전북 (홈)에서는 택배 (크로스) 배달이 안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도발했다. 그러자 기성용은 “알고도 당할 수밖에 없다”고 받아쳤다.

또 ‘절친’인 김상식 전북 감독과 박진섭 서울 감독의 지략 대결도 볼 만하다. 둘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 대표팀 당시 한솥밥을 먹는 등 역시 태극마크를 달고 의기투합한 적이 있다. 올해 전북과 서울의 신임 사령탑으로 부임한 둘은 맞대결을 통해 사령탑 데뷔전을 치르게 됐다.

이밖에 K리그1은 같은 날 오후 4시30분 대구FC와 ‘승격팀’ 수원FC가 DGB대구은행파크에서 격돌한다. 28일엔 포항과 인천 유나이티드(오후 2시·포항 스틸야드), 수원 삼성과 광주FC(오후 4시30분·수원월드컵경기장)가, 3월1일엔 울산 현대와 강원FC(오후 2시·울산문수경기장), 성남FC와 역시 올해 승격팀 제주 유나이티드(오후 4시30분·탄천종합운동장)가 각각 개막 라운드에서 격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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