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CHOSUN 아내의 맛

[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TV조선 ‘아내의 맛’이 조작 의혹에 대해 뒤늦은 사과와 해명, 그리고 시즌 종료를 택하며 13일 방송을 끝으로 불명예 퇴장한다. 그러나 여전히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자각하지 못하는 듯한 제작진의 태도에 대중의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리얼리티가 생명인 관찰 예능에서 조작 사실을 인정했다는 건 사실상 시청자들을 기만한 행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아내의 맛’은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프로그램 폐지가 아닌 시즌 종료를 택했다. 논란이 가라앉으면 새 시즌으로 다시 돌아온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어 진정한 사과가 맞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자아낸다.

앞서 ‘아내의 맛’은 지난달 함소원과 진화 부부 관련 에피소드를 방영한 뒤 조작 방송 의혹에 휩싸였다. 함소원 시부모의 가짜 중국 별장을 시작으로, 중국 신혼집, 목소리 대역 등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잇단 의혹에 TV조선 측은 시청자들로부터 해명 요구를 받았으나 모르쇠로 일관했다. 함소원이 ‘아내의 맛’에서 자진 하차하고도 정확한 사실 관계는 밝혀지지 않았다. 그리고 2주여 만에 제작진은 “일부 에피소드에 과장된 연출이 있었다”고 고개를 숙였다.

사실상 반쪽짜리 사과다. 아무리 리얼리티라고 해도 관찰 예능에 어느 정도 연출이 들어갔을 것이란 건 시청자들 역시 충분히 짐작하고 있는 사실이다. 한 관찰 예능 PD는 “보통의 관찰 예능들이 출연진과 촬영 전 인터뷰를 하고, 그 인터뷰에 근거해 에피소드를 만든다. 에피소드를 촬영하는데 있어 일정 부분의 과장된 연출이나 재미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내의 맛’은 조작 논란에도 어떤 장면이 어떻게 과장됐는지 명확한 해명이 이뤄지지 않은 채 ‘개인의 프라이버시’ 탓으로 돌리는 건 출연진의 인터뷰에 대해 진위여부를 체크해야 하는 제작진의 책임을 저버린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내의 맛

사생활을 들여다보는 예능에서 ‘사생활이라 검증할 수 없다’는 논리 역시 앞뒤가 맞지 않는다. 프로그램을 촬영하고 편집하는 모든 과정의 주체가 제작진임에도 출연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사과로 아쉬움을 배가시켰다. 무대응과 소통부재 역시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시각이다. 많은 조작 의혹들이 쏟아져 나왔을 때, TV조선 측은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태도는 그간의 신뢰를 깎아 먹게 된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사태가 잠잠해진 뒤 새로운 시즌으로 다시 돌아온데도 시청자들이 이를 반길진 미지수다.

사실 관찰 예능의 조작 논란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과거 MBC ‘우리 결혼했어요’, SBS ‘패밀리가 떴다’ 등 리얼리티를 표방한 관찰 예능들이 잇따라 대본 논란에 휩싸였고 최근엔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도 비슷한 의혹을 샀다. 한 방송 관계자는 “‘아내의 맛’ 논란은 단순히 연출이 과했기 때문이 아니라 함소원과 제작진이 시청자에게 실제가 아닌 것을 ‘실제’인 척 거짓으로 방송한 데 따른 결과라 더욱 심각하다”라고 봤다.

결국 현재 수많은 관찰 예능들이 현존하는 방송계에서 이러한 논란의 반복을 막기 위해선 제작진의 자정 노력과 사실 확인 기능을 강화하는 방법뿐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조작 자체도 심각한 문제지만, 제작진이 즉각적인 해명이나 사과 없이 입을 닫고만 있는 행태가 더 큰 문제”라며 “재발 방지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만약 제작진이 알고도 모른 척했다면 조작 방송으로 봐야 한다. 관찰예능의 방송 조작 문제는 방심위에서 다뤄야 하는 중대한 사안이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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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TV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