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수
한정수.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글·사진 | 이주상기자] “인간이 육체로 느낄 수 있는 고통의 끝을 맛봤다.”

배우 한정수(49)가 일을 냈다. 마초적인 기질과 함께 여심을 흔드는 깊은 시선과 부드러운 미소로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커다란 사랑을 받는 한정수는 지난달 11일 강원도 강릉시 세인트존스 호텔 강릉에서 열린 ‘2021 제1회 이승철 클래식’에서 스포츠모델 부문 2위에 입상하며 보디빌더의 위용을 뽐냈다. 한정수에게 운동은 일상적인 일이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집 인근에 있는 체육관을 다니며 몸을 만들었다. 30년 동안 다진 탄탄한 몸을 눈여겨본 전 국가대표 보디빌더 이재일의 권유로 같은 달 3일에 열린 제5회 아마추어 코리아오픈 피트니스 대회에 출전했다. 첫 대회에서 3위를 기록했다. 내심 욕심이 생겼다. 전 세계 보디빌더들에게 꿈의 무대라고 불리는 ’미스터 올림피아‘에 진출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보디빌더로 우뚝 선 이승철이 주관하는 대회를 목표로 삼았다.

비록 2위를 기록했지만, 주변에선 한정수를 1등으로 여겼다. 그랑프리를 받은 선수를 비롯해 경쟁에 참여한 선수들은 선수대기실에서 한정수를 보며 1등을 할 것이라며 미리 축하를 보냈다. 한정수는 “몸은 완벽했는데, 표정과 포징에서 실수를 저질렀다. 연기자였기 때문에 쉽게 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지만 정작 무대에 오르니까 긴장을 했다. 주변에서 아이러니하다고 했다. 하지만 2등도 나에게 커다란 영광이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취미로 시작한 운동이 목표로 설정되자 엄청난 고통이 뒤따랐다. 한정수는 “훈련을 하면서 인간이 육체로 느낄 수 있는 한계까지 갔다. 식이요법과 단수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이었다. 육체적인 것과 함께 정신적으로 끝까지 버텨야 하는 것이 보디빌딩이다. 고통의 끝에서 포디움을 밟았다”라고 말했다.

한정수
한정수.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 대회에 처음 출전했지만, 성적이 좋다.

처음 출전한 대회에서 3위를 기록했다. 주변에서 칭찬을 많이 해 욕심이 생겼다. 이승철 클래식까지 2주 동안 죽을 각오로 훈련했다. 현장에서 1등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연기가 받쳐주지 못했다. 이재일 감독님한테 연기자가 연기를 못했다며 엄청나게 꾸중을 들었다. (웃음)

- 오랫동안 운동했지만, 출전은 처음이었다. 소감은?

생각보다 상상 이상이었다. 취미로 운동하는 것과 출전은 확실히 레벨이 달랐다. 처음에는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이재일 감독이 몸이 굉장히 좋다며 유혹했다. 몸을 만들면서 인간이 육체로 느낄 수 있는 고통의 끝을 맛봤다. 매일 고구마 200g과 닭가슴살 200g만 먹었다. 가장 힘든 것은 수분조절이었다. 대회 직전에 온몸에 있는 수분을 빼야 근육의 선예도가 두드러진다. 가장 고통스러운 경험이었다. 보디빌딩은 멘탈이 가장 중요하다. 끝까지 버티는 사람이 이기는 것이 보디빌딩이다. 선수들을 보면 존경심이 생길 정도다. 6개월 동안 몸을 만들다 대회 직전에 ‘멘붕’이 와서 미친 듯이 먹는 선수를 본 적이 있다. 6개월의 고통이 순식간에 날아가며 출전도 못 했다. 몸만들기는 고통 그 자체다.

- 대회가 끝났지만 날렵한 몸을 유지하고 있다.

키는 186cm이고 평소 체중은 91kg이다. 두 대회를 위해 약 10kg을 감량했다. 매일 운동을 하고 식탐이 없어서 급격히 살이 찌지 않았다. 지금은 83kg이다.

한정수
한정수.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 보디빌딩의 매력은?

얼굴은 타고난다. 바꿀 수 없다. 하지만 몸은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변화한다. 내가 한 만큼 만들어지는 것이 몸이다. 그게 너무 좋아 지금까지 하고 있다.

- 그런 모습에 배우를 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전혀 아니다. 배우에 관한 관심은 아예 없었다. 대학교 때 우연히 농구를 하다 의상학과 학생들에게 포착됐다. 아마 큰 키 때문이었을 것이다. 졸업작품전에 런웨이에 서달라고 한 것이 계기였다. 재미가 있어 그때부터 모델로 활동하게 됐다.

- 배우가 된 계기는?

광고에 출연한 것을 보고 KBS의 곽정환 감독이 캐스팅했다. 첫 작품이 ‘한성별곡’이었다. 두 번째 작품이 유명한 ‘추노’였다. 곽 감독이 추천해 오디션을 봤다. 극 중 장면 때문에 상의를 탈의해보라고 하더라. 탄탄한 몸을 보더니 바로 주요 배역인 ‘추장군’에 발탁됐다. 건강한 신체가 나를 배우로 이끌었다. (웃음)

한정수
한정수.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 아직 미혼이다.

40대 초반까지 결혼에 관한 생각이 없었다. 45살을 넘으면서 혼자 지내는 것보다 동반자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힘들 때나 좋을 때나 서로 의지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 이상형은?

착하고 배려심이 깊은 사람이다.

- 항상 탄탄한 몸을 유지하는 비결은?

운동을 오래 해서 웨이트도 식단도 습관화됐다. 탄수화물을 적게 먹고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 단백질을 항상 섭취한다. 어머니도 나의 일상을 잘 알아 상추, 양배추, 오이, 당근 등 신선한 야채를 조리하지 않고 깨끗하게 씻어 제공해주신다.

한정수
한정수.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 많은 사람이 운동을 시작하지만 쉽게 포기한다.

처음 하는 사람들에게는 적당히 하라고 한다. 처음부터 고강도로 하면 쉽게 지친다. 습관을 들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10분을 하든, 20분을 하든 매일 체육관에 가는 것이 중요하다. 나 같은 경우에는 3일만 운동을 안 해도 몸이 근질근질하다.

- 초보자들에게 권유하고 싶은 운동은?

식스팩의 영향으로 초보자들은 벤치프레스를 먼저 한다. 하지만 인간의 근육에서 가장 중요한 곳은 엉덩이와 허벅지다. 가장 큰 근육인데다, 몸의 70%를 차지한다. 모든 스포츠가 그렇듯 하체가 탄탄해야 운동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힘들더라도 스쿼트, 런지, 데드리프트를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 탄탄한 몸이 배우 활동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궁금하다.

내 꿈이 70세까지 액션배우로 활동하는 것이다. 세계 최고의 수입을 올리고 있는 드웨인 존슨을 비롯해 할리우드 배우 중 근육질이 아닌 배우가 별로 없다. 리암 니슨도 69살인데 액션을 소화하고 있다. 한국도 앞으로 연기력뿐만 아니라 비주얼도 탁월한 배우가 대세가 될 것이다. 지금은 마동석 혼자서 분투하고 있지만 많은 배우들이 팬심을 어필하기 위해서 운동을 해야 한다.

- 부산영화제에 작품을 출품한 것으로 알고 있다.

‘3순위’라는 영화를 촬영했다. 배우 캐스팅을 둘러싼 이야기를 잔잔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휴먼 다큐멘터리 요소가 강해 팬들에게 감동을 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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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수가 이재일 감독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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