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
두산에 1차 지명 된 서울고 투수 이병헌. 제공|두산

[스포츠서울 | 잠실=최민우 기자] 유독 두산은 1차 지명 투수들과 인연이 없다. 그럼에도 서울고 왼손 투수 이병헌(19)을 택했다. 이번에는 1차 지명 잔혹사를 끊어낼 수 있을까.

두산은 1차 지명에서 줄곧 투수를 선발했다. 2014년 1차 지명 제도가 부활한 이후 열린 드래프트에서 선발한 8명 중 투수가 7명에 달한다. 지난해에는 이례적으로 내야수 안재석을 선택했지만 올해 다시 투수로 눈길을 돌렸다. 고교 2학년 시절부터 150㎞ 강속구를 구사한 왼손 투수가 나타났으니 당연한 일이다. 올해 팔꿈치 수술을 받아 경기에 나서지 못했지만 두산의 선택은 변함없이 이병헌이었다. 팔꿈치 수술 후에도 더 강한 공을 던지는 투수들이 많기 때문에 이병헌에게도 더 밝은 미래를 기대하고 있다.

두산의 1차 지명 투수들은 프로에 연착륙하지 못한 경우가 대다수다. 한주성, 남경호, 이영하, 최동현(현 최원준), 곽빈, 김대한, 이주엽 등을 차례로 지명했는데 이영하와 최원준을 제외하면 1군에서 활약한 선수는 없다. 이영하도 2019시즌 17승 4패 평균자책점 3.64를 거두며 커리어하이를 기록한 뒤 급격한 하락세를 겪고 있다. 최원준만 유일하게 빛을 보고 있다. 사실 최원준도 동국대 재학시절 팔꿈치 수술을 받았고 두 번의 갑상선암 수술을 거쳤다. 건강을 회복한 뒤인 지난 시즌부터 마운드 주축으로 거듭났다. 두산이 선택한 1차 지명 투수 중 기대치를 충족한 선수는 단 한 명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왼손 파이어볼러는 두산에게 매력적이었다. 특히 두산에게 좌투수는 더없이 귀하기 때문이다. 최근까지 유희관, 장원준, 이현승을 제외하면 두각을 드러낸 선수가 없다. 프랜차이즈로는 유희관만 통산 99승을 거뒀다. 올해 역시 기대를 모았던 이교훈이 1군에 정착하지 못했고 LG에서 트레이드해온 남호도 2군에서 머문 시간이 더 많다. 이병헌의 성공적인 프로 안착이 두산에게 더없이 중요한 이유다. 이들과 함께 이병헌이 성장한다면 미래에는 풍부한 왼손 투수진을 갖출 수 있게 된다.

김태형 감독도 이병헌에 대한 기대가 크다. 그는 “1, 2학년 때 잘했다고 들었다. 스피드는 타고난 것 같다. 아직 릴리스포인트가 제대로 잡히지 않았지만 프로에 와서 감을 잡으면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두산은 왼손 투수가 귀하지 않나. 체계적으로 운동하면서 잘다듬으면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줄 것 같다”며 밝은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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