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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이호재가 3일 광주전에서 득점 후 기뻐하고 있다.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 박준범기자] “아버지가 이번엔 칭찬, 이제 시작이죠.”

포항 공격수 이호재(21)는 올 시즌 프로 무대를 밟았다. 포항의 최전방 자원 부족 속에 개막전인 인천 유나이티드전에 출전했지만, 막판 절호의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 이후 그에게 기회는 좀처럼 찾아오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3일 광주FC전에서 후반 30분 교체 투입돼 37분과 45분, K리그 데뷔골과 멀티골을 동시에 작성하며 팀 승리를 견인했다. 4일 본지와 연락이 닿은 이호재는 “아직도 실감이 안 난다. 득점 장면을 계속 보고 있다”고 환하게 웃었다.

이호재의 아버지는 현역 시절 ‘캐논 슈터’로 유명한 이기형 전 감독이다. 이호재는 “개막전이 끝난 뒤 아버지가 ‘침착했어야 한다’며 아쉬워하셨다. 이번에는 스트라이커에 부합하는 득점 했다고 좋아하시더라. 특히 2번째 득점은 예술이라고 했다. 아버지가 칭찬만 해주는 스타일이 아니라 기분이 좋았다”고 강조했다. 축구인 2세가 갖는 이점도 있지만, 그만큼의 부담감과 책임이 따르기 마련이다. “아무래도 슛 능력은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은 거 같다”고 웃은 이호재는 “제가 잘해도 아버지의 이름이 나온다. 그렇다고 외면하려고 하지는 않았다. 제가 더 잘해서 ‘이기형의 아들’이 아닌 이호재, 이름 석 자가 등장할 때까지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마음 먹었다. 아버지가 이룬 업적에 비하면 이제 시작이다. 금방 따라가야죠. 자신은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기동 포항 감독은 “호재가 23세 이하(U-23) 대표팀을 다녀온 뒤 자신감이 올라왔다”고 이호재의 기용과 활약 배경을 꼽았다. 이호재는 지난달 27일부터 4일간 소집된 황선홍호 1기에 포함돼, 고려대를 상대로 해트트릭을 달성하고 돌아왔다. 그는 “개인 훈련하면서 스스로 준비가 됐다는 느낌을 받았다. 대표팀에서 득점도 했지만 경기력에서도 제가 원하는 플레이가 나왔다. 그대로 K리그에서 하면 될 거 같은 자신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황선홍 감독님이 ‘평가받으러 오는 자리인 만큼 갖고 있는 모든 걸 보여주라’고 말한 부분도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이호재의 등번호 20번은 과거 포항에서 활약한 이동국의 번호이기도 하다. 이호재는 “솔직히 20번을 예상하지 못했는데, 감독님이 이동국처럼 해달라는 의미로 줬다고 하셨다. 감독님 기대대로 활약하고 싶었는데, 광주전을 통해 조금이나마 보여준 거 같다”고 싱긋 웃었다. 얼마 남지 않은 시즌, 이호재는 포항의 새 공격 옵션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는 “어렵게 잡은 기회다. 여기서 안주하지 않고 노력해서 팀 승리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골을 많이 넣고 싶다”면서 “3골 정도 더 넣고 싶은 마음이 있다. 포항 엠블럼을 가리키며 ‘이게 포항이다’라는 세리머니를 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말했다.

beom2@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