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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포츠서울 | 김선우기자]“늘 새롭기 위해 노력한다. 가능하다면 죽는날까지 연기하고 싶다.” 배우에서 감독까지 영역을 확장한 배우 이제훈이 연기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뽐냈다.

7일 부산 해운대 영화의 전당 KNN시어터에서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부국제·BIFF) ‘액터스 하우스’가 진행됐다. ‘액터스 하우스’는 동시대 한국영화계를 대표하는 배우들을 초청해 직접 그들이 이야기를 듣는 자리다.

이날 이제훈이 첫 순서로 무대에 올랐고, 이제훈을 보기 위해 많은 관객과 팬들이 현장을 찾았다. 금세 객석이 채워졌고 이제훈은 “항상 부산이 그립고 이 때 쯤 되면 많은 관객들과 영화를 보고 이야기 나누는 자리 꿈꿨는데 마련돼서 너무 기쁘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제훈은 2010년 ‘파수꾼’으로 찾았던 부산국제영화제를 떠올렸다. 그는 “그 전에도 몇번 왔었다. 단편 영화 상영 때문에도 오고 영화도 많이 보러 왔었다. 2010년이 두근거리고 가슴 뛰는 순간이었다. 장편 영화 찍고 뉴커런츠 부분에 올라서 배우, 감독님과 시간 보냈던게 벌써 10년이 넘었다”고 회상했다.

올해는 배우기도 하지만 ‘언프레임드’ 프로젝트로 감독으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이제훈은 ‘언프레임드’ 제작과 그 속의 ‘블루 해피니스’ 연출도 맡았다. 이제훈은 “그런 영화를 만드는 작업을 항상 꿈꿔왔었다. 생각하다가 직접 제작하고 기획함과 동시에 한 단편 영화의 각본과 연출까지 맡게 돼서 감개무량하고 떨린다”며 “관객 분들이 어떻게 봐주실까 생각이 든다. 배우로 올때랑 마음이 다르다. 배우로서는 연기한 부분에 있어서 이야기를 하게 될텐데, 글을 쓰고 연출을 한 부분에 있어서는 확장이 엄청나게 넓은, 많은 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게 흥미로우면서도 민낯을 드러내는 순간이다 보니까 혼란스럽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고 많은 생각이 든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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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인과 함께한 ‘블루 해피니스’는 어떤 작품일까. 그는 “보시는 분들이 행복에 대한 생각을 하셨으면 좋겠고, 그러면서 행복이라는 것을 떠올렸을때 따뜻하고 선홍빛이 드는 심장 같은 감정도 느끼셨으면 좋겠다. 반대로 ‘블루’라는 상반된 색채를 제목에 넣어보고 싶었다. 영화와 어떻게 매칭 될지 보신분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싶다”고 궁금해했다.

배우에 이어 감독에도 도전하게 됐다. ‘언프레임드’는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첫 공개되고 이후 왓챠를 통해 공개된다. 다수의 인터뷰를 통해 영화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밝혀 온 이제훈의 꿈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실현된 것. 이제훈은 “연기할 때 리얼리티를 중시한다. 100% 진실이라 말할 순 없지만 가까이 다가가려 노력했다. 매 작품 새로운 모습 찾으려고도 노력했다”며 “항상 작품을 선택하고 이야기할때 사람들이 항상 신선하게 봐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기대 안된다’는 말이 제일 두렵다. 가능하다면 죽는날까지 연기를 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제훈은 다른 배우들의 연기에 대한 생각도 이야기했다. 그는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의 연기 인생을 봤을때 같은 사람이 연기를 한거더라. 나도 그런 부분에 있어서 내가 지나왔었던 작품의 세월을 하나씩 봤을때 결국엔 나라는 사람이다. 창작자로서의 모습을 항상 원하고 새로운 것을 보여줬을때의 희열과 만족감을 드리고 싶었다. 나 또한 계속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구교환 배우랑 꼭 연기하고싶다. ‘디피’, ‘모가디슈’를 보고 너무 좋아서 흥분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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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에서는 과거 이제훈이 출연했던 ‘파수꾼’과 ‘건축학개론’의 장면을 보고 대화를 나누기도. 이제훈은 ‘파수꾼’에 대해 “오랜만에 다시 보니까 교복을 입은 모습을 남긴다는거 자체가 행운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 때 나이가 교복을 입을만한 나이는 아니었지만 세월이 좀 지나서 지금 교복을 입고 연기하라고 하면 못할거 같다. 저렇게 영화 통해서 고등학생 때 모습을 담을 수 있는 작품이 놓여졌다는 게 참 하길 잘했다 싶다. 감독에게도 고맙다”고 밝혔다.

‘건축학개론’에 대해서도 “내 멜로는 눈빛과 콧날에서 오는거 같다”며 “20대 때 보여드린 멜로가 있었다면 이젠 30대가 할 수 있는 멜로를 해보고 싶다”는 소망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그는 배우를 꿈꾸고 있다는 관객의 질문에도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넸다. “어릴 때부터 영화를 너무 좋아했다. 그러다 후회하기 전에 도전하자는 마음으로 임했고 1, 2년이면 될줄 알았는데 점점 더 혼탁해지더라. 노멀하게 살아야 하나에 대한 불안함도 존재했다. 하지만 그것보다 나를 버티게 해준 건, 좋아하는, 미칠 수 있는 그게 나한테는 이 불확실한 직업에 대해서 나아갈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 그러면서도 연기에 대해서는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했다. 무엇이든 진심으로 하고 있다면 포기하지 않고 도전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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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컴퍼니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