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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태 화백이 67년 작업 인생을 이야기하고 있다. 김효원 기자

[스포츠서울 | 김효원기자] 구순의 조각가의 얼굴은 찻물처럼 맑았다. 과거의 기억을 떠올릴 때면 눈빛은 저 깊은 심연 어딘가로 깊이 가라앉았다.

“요즘도 새벽 4시 반에 작업을 시작해 저녁까지 작업한다”는 최종태(89) 작가는 1932년 생. 우리나이로 구순이다. 초등교사로 재직하다 김종영 조각가의 작품을 보고 감동해 1954년 서울대 조소과에 입학했고 67년간 조각가의 외길을 걸었다.

서울 평창동 김종영미술관에서 개막한 ‘최종태, 구순을 사는 이야기’전에는 1,2,3개층에 걸쳐 67년 조각인생이 총망라됐다. 구순에도 여전히 현역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최종태 작가의 작업은 거추장스러운 것들은 모두 사라지고 남아야 할 것만 남아서 부드럽고 따뜻하다.

최종태 작가는 평생 인물상을 조각해왔다. 특히 여인상이 대부분이다. 이처럼 인물에 집중한 이유에 대해 최종태 화백은 중학생 때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미제라블’을 읽고 큰 감동을 받은 까닭이라고 설명했다.

“중학생 때 ‘레미제라블’에 크게 감동해 몇번을 읽었다. 이후 인간의 모습을 조각의 화두로 삼았다. 일제 시대, 해방, 6.25, 4.19, 5.16, 5.18 등을 겪으면서 삶을 내 예술에서 떼놓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내 작품은 인생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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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태, 얼굴, 18x17x42㎝, 나무에 채색, 2019. 제공|김종영미술관

종교적인 색채도 지닌다. 법정스님의 의뢰를 받아 길상사에 관음보살상을 작업했고, 김수환 추기경과도 가깝게 지내며 천주교 성모상 등도 다수 작업했다.

최종태 작가는 이같은 자신의 작업적 배경에 반가사유상에 있다고 밝혔다.

“독일 철학자 야스퍼스가 반가사유상을 보고 극찬했는데, 나도 반가사유상의 맑고 깨끗함, 영원한 평화를 지향한다. 거기에 도달하려고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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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태 전시 전경. 제공|김종영미술관

스승인 김종영을 기리는 김종영미술관에서 전시를 하는 소감도 각별하다.

최종태 작가는 “나는 김종영 선생을 받아들였고 벗어나려고 노력했다. 내가 예술하는데 가장 어려웠던 것이 스승의 굴레에서 벗어나는거였다. 첫째 김종영 선생이고 둘째 장욱진 선생이다. 두분을 벗어나는데 20년이 걸렸다. 지금은 벗어났다고 생각한다. 추사 선생이 말년에 이런 얘기를 했다. 다 있으면서 없는 것. 스승 뿐 아니라 미술사가 다 내안에 있어야 하고 또 없어야 한다. 지금 내안에 모두 있지만 역사가 내게 명령을 하지 않는다. 지금은 머릿속이 조용하다. 아무도 간섭을 안한다. 그래서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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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태 작가. 김효원기자

구순에 느끼는 ‘아름다움’이나 ‘예술’은 어떤걸까?

최종태 작가는 “아크로폴리스 언덕에서 기둥만 남은 신전에 갔는데 그 아름다움에 가슴으로 감격한 적이 있다. 어째서 아무것도 없는 기둥에서 아름다움을 봤을까 지금도 의문이다. 아름다움은 그렇게 어려운 것이다. 구순이 된 지금도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모른다. 그러나 분명 확실한 것이 있다. 아름다움은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다. 자연과 같아지는 게 아름다움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12월 31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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