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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코로나19 이후 집콕 생활과 지속되는 재택 근무로 인해 지난 2년간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 장소는 집이다. 집은 우리에게 단순한 거주의 의미를 넘어 ‘나’라는 사람의 콘셉트와 취향 그리고 철학까지 반영하는 ‘자아의 투영’이 되었고, 라이프스타일 트렌드에 있어 이전보다 더 중요한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집에서 오랜 시간 사용하는 가구, 물건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또 이전에 비해 집에서 식사를 많이 하다 보니 배달과 밀키트 시장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내식(內食)의 빈도가 늘어남에 따라 집에서 사용하는 그릇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우리가 얻는 정보에 있어 가장 중요한 툴인 SNS에서 자신들의 상차림에 대한 차별화된 감성을 보여주는 피드의 경쟁이 치열하다. 이처럼 어느 해 보다 리빙·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기에 ‘2021 공예트렌드페어’가 더욱 반갑고 즐거웠다.
지난 여름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에서 자문위원 요청을 받았을 때, 나는 망설임 없이 수락했다. 전문가부터 일반인까지 누구나 요즘 가장 많은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이고, 식품·외식부터 라이프스타일 브랜딩 을 만드는 나의 모든 프로젝트와 작업에는 반드시 필요한 아이템들을 소개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최고 작가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기대와 설렘 또한 무척 컸다.
특히 이번 행사의 총감독이 정구호 감독으로 결정되면서 그의 실력을 잘 아는 나로서는 전시가 더욱 기대가 되었다. 정구호 감독과 나는 1984년 ‘Parsons school of design’에서 첫 만남 이후 37년 동안 선후배 사이로 지내며 자주 만나지는 않더라도 서로의 프로젝트에 항상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다른 분야였지만 때로는 협력관계로 만나기도 했다. 롯데백화점 본점 리뉴얼 프로젝트 전임과 후임으로 그리고 ‘2021 공예트렌드페어’에서는 감독과 자문위원으로 만났다.
전시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것은 ‘형형색색’을 주제로 각기 다른 배경과 철학을 가진 71명의 작가들이 다양한 재료와 형태, 기법, 색감으로 만든 작품들이었다. 저마다 다른 색을 지닌 작품들은 정구호 감독이 선택한 노란 치자색의 바탕에서 따로 또 같이 자신들만의 카리스마를 내뿜고 있다.
‘2021공예트렌드페어’는 공예가 지닌 기술적인 아름다움만을 뽐내며 작품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보는 이와의 오감을 소통하는 인터랙션 (interaction)을 시도하였다. 정구호 감독이 그간 보여준 한국무용의 무대미술이나 전시미술에서의 시도는 대한민국 공연·전시 문화에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어 왔음을 그 누구도 반론할 수 없다. 이번 페어에서는 K마에스트로 관의 각기 다른 3곳의 특별한 공간에서 명창이 소리를 하고 그 장면을 연출하여 영상으로 기록하였다. 라이브로 공연 시에는 전시장에 있는 모든 이들이 함께 들을 수 있는 퍼포먼스가 되어 오감을 만족시켰다. 이 모든 장면들은 유튜브를 통해서도 중계되었고, 라이브 커머스와 연계하여 현장에서의 구매와 주문과 더불어 온라인에서의 참여를 함께 유도했다.
작품만 전시하는 게 아니라 찾아온 관람객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작가들과 관심있는 작품에 대해 진지하게 질의하고 구매까지 하는 모습이 어우러진 페어의 현장은 그래서 더 살아있고 생생했다.
코로나로 지친 우리들이 이제 간신히 조심스럽게 일상으로의 복귀를 시도하는 시점에 공예트렌드페어가 모두에게 신바람을 일으키는 전야제의 역할을 해주었다. 더 나아가 공예라는 것이 바라보기만 하는 작품으로서의 의미를 넘어 일반인의 라이프스타일에 스며들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노희영 식음연구소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