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도쿄올림픽 미국 농구 대표팀 코치로 참가해 금메달을 딴 뒤 선수를 껴안고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스티브 커. AP연합뉴스

[스포츠서울|LA=문상열전문기자] 미국 농구협회는 최근 NBA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스티브 커(56)를 대표팀 감독으로 공식 발표했다.

커 감독의 미국 농구대표팀 사령탑 내정은 1주일 전부터 모든 언론들이 보도한 바 있다. 커 감독의 코칭스태프는 NBA 피닉스 선스 몬티 윌리엄스, 마이애미 히트 에릭 스포엘스라 감독과 곤자가 대학의 마크 퓨로 구성됐다. 퓨는 지난 4월 NCAA 토너먼트 결승전에서 베일러 대학에 져 준우승을 거둔 감독이다.

커 감독은 “꿈의 자리다. 솔직히 감독 임명설이 보도됐을 때 깜짝 놀랐다”고 소감을 밝혔다. 커는 2020 도쿄올림픽 미 농구대표팀 그렉 포포비치 감독 밑에서 코치로 금메달 획득에 일조했다. 포포비치 감독이 72세로 다소 고령인 탓에 일찍부터 커가 후임자로 꼽혔다.

역대 미 농구대표팀 감독은 코치로 합류한 뒤 시스템을 파악하고 사령탑에 앉는 게 관례였다. 전임 마이크 슈셉스키(듀크 대학), 포포비치 모두 이 과정을 거쳤다. 현재 미 농구대표팀의 제네럴매니저는 ‘코트의 신사‘로 통했던 그랜트 힐이다.

커는 미 농구대표팀의 16대 감독이다. 대표팀 감독은 모두 명예의 전당 회원들이다. 한마디로 레전더리들이 지휘봉을 잡았다는 뜻이다. 커 감독은 향후 벌어질 2023년 농구 월드컵과 2024년 파리 올림픽을 지휘하게 된다. 골든스테이트 소속의 스테펀 커리의 대표팀 합류가 관건이다.

농구는 미국의 자존심이다. 1936년 베를린올림픽에 공식 종목이 채택된 이후 1980년 불참한 모스크바 올림픽을 제외하고 19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놓친 경우는 딱 3번에 불과하다. 최소한 동메달은 수확했다. 이럴 때 쓰는 단어가 지배한다는 ‘Dominate’다.

1972년 뮌헨 올림픽 때는 결승전에서 심판 오심으로 구 소련에 51-50으로 패했다. 미국 대표팀은 시상대에 참석하지 않았고 은메달도 지금까지 뮌헨 시청에 보관돼 있다. 1972년 감독은 NCAA 토너먼트를 두 차례 우승시킨 오클라호마 A&M 대학(현 오클라호마 스테이트) 감독을 지낸 헨리 아이바였다.

1988년 서울올림픽 때는 준결승에서 소련에 76-82로 졌다. 한마디로 완패였다. 미국 농구협회는 난리가 났다. 대학생 중심의 아마추어로는 더 이상 장신의 유럽팀들을 이길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당시 감독은 조지타운 대학의 존 톰슨(작고)이었다.

자존심을 상한 미국은 NBA 프로 선수들이 출전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했다. 1992년 스페인올림픽의 드림팀 탄생이다. 현재도 만들 수 없는 팀이다. 로스터 12명 가운데 유일한 아마추어 듀크 대학 출신 크리스찬 래트너를 제외한 11명이 모두 명전 회원이다. 당시 척 데일리 감독(디트로이트 피스톤스)은 단 한 차례도 타임아웃을 부르지 않았다.

2004년 그리스올림픽에서 미국은 또 한번 좌절을 맛본다. 무늬만 드림팀이었던 미국 대표팀은 올림픽 사상 최악의 성적으로 동메달을 간신히 따냈다. NBA 스타 앨런 아이버슨, 팀 던컨, 드웨인 웨이드 등이 모였으나 팀캐미스트리에 문제가 있었다. 2004년 감독은 래리 브라운. 아이러니하게도 브라운은 미국 농구 사상 NBA(디트로이트 피스톤스)와 대학 NCAA 토너먼트(캔자스)를 우승시킨 유일한 감독이다.

미국 농구대표팀 감독으로 임명된 스티브 커 감독은 2023년 농구 월드컵과 2024년 파리올림픽을 지휘하게 된다. 관건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스테펀 커리의 합류 여부다. AP연합뉴스

커 감독은 나이가 적당해 본인이 물러나지 않는 한 올림픽 단임으로 끝날 가능성은 적다. 농구 명문 애리조나 대학 출신으로 경력도 화려하다. 선수로 NBA 시카고 불스, 샌안토니오 스퍼스에서 5차례나 우승을 맛봤다. NBA 15년 동안 3점슛 성공율 45.4%는 역대 1위다. 감독으로 골든스테이트에서 3차례나 정상으로 이끌었다. 현역 최고 감독이라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진보적인 사고에 합리적인 마인드의 소유자다. 커는 베이루트에서 태어났다. 부친이 아메라칸 대학 베이루트 분교 교수였다. 부친이 이슬람 과격 분자들에 사살당한 아픈 가족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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