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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TV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출처|SBS

[스포츠서울 | 황혜정 인턴기자] 조작 논란에도 SBS TV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의 인기는 굳건했다.

‘골때녀’가 4주 연속 수요 예능 시청률 전체 1위에 등극했다. 닐슨 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2일 방송된 ‘골 때리는 그녀들(이하 ’골때녀‘)’은 가구 시청률 9.3%(수도권 기준), 화제성 지표인 2049 타깃 시청률 5.5%로, 2049 수요 전체 1위, 가구 시청률 수요 예능 1위를 차지했다. 특히, ‘FC 개벤져스’의 골키퍼 조혜련이 승부차기 마지막 킥을 선방하고 최종 승리하는 장면에서 최고 분당 시청률이 13.5%까지 치솟았다.

‘골때녀’의 인기 비결과 조작 논란의 내홍을 겪고도 여전히 탄탄대로를 달리는 요인을 여자 풋살(축구)팀 네 곳을 만나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인터뷰팀: 청마FC, 광명여성축구단, 제주FC봉봉, 관악여성축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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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아마추어 풋살팀 ‘제주fc봉봉’이 풋살을 하고 있는 모습. 제공|제주fc봉봉

◇축구(풋살)를 시작하게 된 계기, 경력은?

FC봉봉(이하 봉봉) = 우연히 ‘골 때리는 그녀들’을 보다가 재밌을 것 같아서 지인들과 함께 시작했다. 이제 일 년이 조금 지났다.

◇팀 구성은 어떻게 되나?

광명여성축구단(이하 광명) = 나이제한이 없어 20~70대까지 있고 직장인, 대학생, 주부 등으로 구성됐다.

관악여성축구단(이하 관악) = 팀 구성원은 20~60대까지 다양하다. 평일 오전에는 전업주부들이 많이 참석하는 편이며 주말엔 직장인들 위주로 참석하고 있다.

◇‘골때녀’만의 매력은?

청마FC(이하 청마) = 팀마다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신기하면서도 멋지다. 골을 넣는 장면을 보면 나도 모르게 흥분과 긴장이 되는게 포인트다.

봉봉 = 세상 다양한 여자들이 이토록 많다는 것을 느꼈다. 어느 프로그램에서도 이만큼 각양각색의 다양한 여성을 볼 수 없었다. 헛발이나 어이없는 실수들로 웃기기도 한 그들이 나, 우리 언니, 그리고 내 친구 같았다.

◇‘골때녀’ 방영 이후 신입부원 문의가 많아졌나?

청마 = 골때녀 방영 시에 신입모집 글을 올리면 평균 2배는 오른다.

봉봉 = 처음에 6명으로 시작해서 한팀도 되지 않아 경기를 못 할 때도 많았는데, 지금은 18명으로 늘었고 인스타그램 메신저(DM)로 문의가 계속 오고 있다.

광명 = 방송 전 플랜카드 걸고 SNS 홍보를 해도 일년에 두 세명 들어왔는데 골때녀 방송 후 문의가 쇄도해 방송 후 모집 된 인원만 20명이 넘는다.

◇‘골때녀’ 조작 논란에 대한 생각은?

봉봉 = 논란은 방송국 관계자가 만든 거지 땀 흘리면서 열심히 뛰는 사람들이 만든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출연자들이 진심으로 열심히 하는 모습이 시청자들에게도 감동으로 와닿은 것 같다.

광명 = 처음엔 실망감이 컸으나 이후 다음 방송에 대한 다짐을 해줘서 믿고 보기로 했다.

관악 = 굳이 조작을 했어야 했나 하는 생각에 아쉽고, 한편으로는 결과까지는 조작하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축구는 어떤 스코어라도 다 재밌고 스토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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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때녀’의 한 장면. 출처|SBS

◇‘골때녀’에서 어떤 팀을 제일 응원하는가?

청마 = ‘아나콘다‘를 응원하고 있다. 아나콘다와 우리팀의 공통점은 약자라는 것이다. 아직 경험이 많이 부족한 우리팀은 이 팀에 감정이입이 너무 잘 된다. 아나콘다의 윤태진이 ‘모든 팀들이 우리를 약자 팀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걸 스스로 증명하는 것 같아서 속상하다’ 라는 말을 할 때 너무 공감이 가서 울었다.

봉봉 = 한팀을 꼽자면 ‘구척장신’을 제일 응원한다. 처음에 꼴찌하던 팀이 어렵게 한 골을 넣고 연일 우승을 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도 저렇게 성장하고 싶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관악 = ‘FC탑걸’을 응원한다. ‘탑걸’과 우연히 친선경기를 한 적 있다. 우연도 결국 인연이라 생각한다.

◇‘골때녀’가 주는 방송의 영향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청마 = 여성도 축구를 즐길 수 있다라는 암묵적인 편견을 깼다. 이 영향력이 다른 스포츠 종목에도 적용되지 않을까.

봉봉 = 축구(풋살)는 남자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이 프로를 통해서 우리처럼 여자축구를 시작하고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생각한다.

관악 = 골때녀 방송 이전에는 단골 질문이 “여성 축구 팀이 있어?, 여자끼리만 할 수 있는 인원이 돼?”라는 질문을 많이 했었다. 골때녀는 여성도 축구를 고려해볼 수 있는, 여성의 운동 선택지를 넓혀주는 것에 기여하고 있다. 잘하지 못하더라도, 우당탕탕 공만 쫓아 달려도 축구가 가능하다는 생각을 심어준 게 골때녀다.

◇여자 축구가 더 부흥하기 위해서는 어떤 점이 필요한 것 같나?

광명 = 관심도를 높이기엔 방송만한 것이 없다. 중계 횟수도 많이 늘어나면 좋을 것 같다.

관악 = 생활 체육 활성화를 위해서는 지원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 생활 체육의 부흥이 지속된다면 자연스럽게 여자 축구 프로팀도 많이 생기고, 리그도 활성화가 되면서 스타 선수도 많이 배출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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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때녀’가 대한축구협회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2021.11.27. 출처|대한축구협회

‘골때녀’에 출연 중인 FC월드클라쓰 소속 공격수 ‘후지모토 사오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여자 축구 붐에 대해 “기분이 정말 좋다”고 말했다. 사오리는 “축구라는게 여성들이 ‘나랑은 상관없는 분야’라고 생각하는 분이 많은데, ‘골때녀’를 계기로 나도 해볼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 뿌듯하다”고 덧붙였다.

대한축구협회도 ‘골때녀’가 축구에 열정을 다하는 여성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큰 인기를 얻고 있고, 다양한 분야의 출연자들이 축구를 통해 감동과 재미를 주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박경훈 대한축구협회 전무는 지난해 11월 ‘골때녀’ 측에 감사패를 수여하며 “’골때녀’가 여성들의 축구 입문을 늘이고 인식을 바꾸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어 감사의 뜻을 전하게 됐다’”고 밝혔다.

et1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