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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강예진기자] 이레인 뷔스트(36·네덜란드)의 세월은 거꾸로 흐른다. 스피드스케이팅계 ‘전설’로 불리는 이레인 뷔스트가 쌓아온 커리어는 그냥 만들어진 게 아니다.
새 역사를 썼다. 이레인 뷔스트는 자신의 12번째 메달이자 동·하계 올림픽을 통틀어 최초 5연속 금메달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지난 7일 중국 베이징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1500m 12조에 출전, 1분53초28로 일본의 다카기 미호(28·1분53초72)를 제쳤다.
전설의 시작은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이었다. 당시 19세였던 뷔스트는 3000m에서 생애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깜짝 메달이었다. 그럼에도 당시 그의 코치들은 “우승을 했지만 자신이 무엇을 하고, 어떻게 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고 뷔스트의 앞길이 불확실하다 여겼다. 그러면서 어린 선수들이 가진 재능과 활달함이 그들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지만 진정한 프로 정신을 갖추기 위해서는 직접 배우고,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레인 뷔스트는 자신을 더욱 채찍질했다. 스스로 프로 스케이터가 되기 위해 연구했다. 희생도 마다하지 않았다. 뉴욕 타임즈에 따르면 주니어 대표팀에서 뷔스트를 지도한 피터 콜터는 그를 두고 “만약 원하는 무언가가 있으면 그는 쓰러질 때까지 그 부분을 위해 일을 한다”고 회상했다.
여러 장애물에도 뷔스트는 굴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감독과 팀 동료들은 그의 정신적인 강인함을 높이 샀다. 그렇게 2006 토리토 동계올림픽(3000m)을 시작으로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1500m), 2014 소치 동계올림픽(3000m·팀추월), 2018 평창 동계올림픽(1500m)에서 모두 금메달을 손에 넣었다. 세월을 무시할 순 없었지만 그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신기록까지 갈아 치운 뷔스트는 300m, 700m, 1100m 등 모든 구간에서 베스트 레코드를 세웠다. 구간을 거듭할수록 랩타임을 끌어 올렸다. 올림픽을 앞둔 지난 몇 달 변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매시간에 대한 스케줄을 칼같이 지킨 결실을 맺었다. 데슬리 힐 코치는 ”그는 올림픽에 나가서 우승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화 된 로봇과 같다”고 표현했다.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뷔스트는 1000m와 단체전인 팀추월에서 다시 한번 메달 사냥에 도전한다. 그의 피날레는 어떻게 장식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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