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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에이스 황대헌(23·강원도청)의 금메달 획득, 이변이 없다면 예견된 일이다.
빙속 괴물 김민석(23·)이 스피드스케이팅 1500m에서 메달 갈증을 풀어내자 황대헌이 쇼트트랙 1500m에서 한국에 첫 금메달을 안겼다. 그러나 황대헌의 압도적인 레이스를 이끈 것은 왼손 부상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최선을 다한 박장혁(24·스포츠토토)의 정신력이다. 준결승에서 중국의 런쯔웨이의 도발에 말려들지 않고, 오히려 그를 탈락시킨 점도 박장혁의 가치를 높인 일이다. 마치 ‘올림픽 정신이란 이런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 활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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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트라이트는 금메달을 따낸 황대헌에게 쏟아졌지만, 한국 쇼트트랙이 왜 세계 최강인지 증명한 이준서(22·한국체대)와 박장혁의 투혼도 잊을 수 없다. 특히 박장혁은 지난 7일 중국 베이징 캐피탈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준결승에서 왼손이 찢어졌다. 11바늘이나 꿰매 1500m 출전이 불투명했지만, 경기 당일 출전을 강행했다.
그는 “예선 때는 링크를 왼손으로 짚을 때 힘이 안들어갔다. 조심히 타느라 불편했다”고 말했다. 뒷짐을 지고 안정적으로 레이스 해 준결승 진출을 따냈고, 2위로 결승 진출을 일궈냈다. 준결승에서는 결승선 두 바퀴를 남기고 인코스를 노려 중국의 런쯔웨이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이때 런쯔웨이는 2002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때 안톤 오노(미국)가 김동성을 상대로 한 ‘헐리우드 액션’처럼 두 손을 번쩍 들며 무언의 시위를 했다. 마치 ‘한 번 더 편파 판정을 해달라’는 듯 노골적인 더티 플레이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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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m 때에도 더티 플레이로 빈축을 산 런쯔웨이의 도발은 통하지 않았다. 심판은 런쯔웨이가 다른 선수를 팔로 막았다는 지적을 하며 실격 판정을 내렸다. 런쯔웨이가 정당한 실력이 아닌 누군가의 도움으로 어부지리 금메달리스트가 됐다는 것을 박장혁이 증명해준 셈이다. 박장혁은 “나는 깔끔하게 들어왔다고 생각했다. 이번에도 내가 페널티를 받았다면 장비를 집어 던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려 10명이 출전한 결승에서 박장혁은 7위에 머물렀다. 아쉬운 성적일 수밖에 없지만 핑계대지 않았다. 그는 “준결승, 결승은 왼손 걱정 없이 정신없이 탔다”며 “불편하고 통증이 있지만 부상 때문에 보여줄 수 있는 걸 못 보여준 건 없었다”며 결과를 깨끗이 인정했다. 오히려 “10명이 한꺼번에 경쟁한 건 처음이라 상황에 대처하지 못한 것 같다. 좋은 모습으로 (국민 성원에) 보답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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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대헌이 금메달을 획득했을 때 가장 먼저 달려가 “수고했다, 축하한다”고 말한 박장혁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엄청난 응원과 지지를 받은 것 같다. 든든하다. 많은 분이 걱정하고 응원해 주신 만큼 남은 경기에서도 선수들 모두 최선을 다해 좋은 소식 안겨드리고 싶다”며 국민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