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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연서원 ‘현도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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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역사테마공원안에 조성해 놓은 참외 조형물
[스포츠서울 글·사진 | 성주 = 황철훈기자] 기암괴석이 촘촘히 박힌 예사롭지 않은 산세다. 들판에 핀 봄꽃과 신록이 물든 산들이 병풍을 펼친 듯 늘어서 있다. 산을 휘감은 은빛 물결은 끝도 없이 이어지고, 아침 햇살을 받은 물결은 반짝반짝 윤슬을 쏟아낸다. 내륙 깊숙이 자리한 경북 성주 얘기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하겠지만 사실은 비닐하우스 얘기다. 들판이란 들판은 죄다 참외 하우스가 깔려있다 보니 차를 타고 지나다 보면 바닷물이 들어온 듯한 신묘한 풍경이 연출된다. 비닐하우스 풍경은 성주를 대표하는 풍경이다. 허투루 하는 말이 아니다. 군이 공식 인정한 당당한 ‘성주 8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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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판을 가득 채운 비닐하우스가 이채로운 풍경을 선사한다.  
◇달달한 참외의 고장 ‘성주’

경상북도 성주는 누구나 아는 ‘참외’의 고장이다. 믿고 사는 참외의 70% 이상이 성주에서 난다. 참외 농가만 4000가구가 넘고. 참외 매출이 연간 5500억 원을 상회한다. 대충 계산해도 한 농가당 1억원 이상의 연 매출을 올리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주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고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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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동고분군 유채밭

성주(星州)는 주(洲)로 끝나는 지명을 가진 국내 도시 중 유일한 군 단위 도시다. 광주, 전주, 나주, 파주 등 주(洲)로 끝나는 도시가 모두 시(市) 이상의 큰 도시로 발전했지만 성주는 여전히 군(郡) 이다. 그렇다고 아쉬움만 있는 건 아니다. 내륙 깊숙한 곳에 자리한 성주는 바다를 볼 수는 없지만 대신 아름다운 명산 가야산을 품었다. 사시사철 가야산이 펼쳐낸 수려하고 변화무쌍한 풍광을 오롯이 느낄 수 있으니 그야말로 축복받은 고장이다.

하지만 가야산 하면 대부분 합천을 떠올린다. 해인사와 국보 제32호인 팔만대장경의 유명세가 각인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야산의 지분율로 따지자면 경북 성주가 합천보다 훨씬 크다. 실제 가야산의 총면적(60.56㎢)의 절반이 넘는 61%(37㎢)가 성주군에 속해 있다. 주봉(主峯)의 높이도 합천의 상왕봉(약 1430m) 보다 성주의 칠불봉(1433m)이 더 높다.

성주군이 신라, 가야, 유교 3대 역사문화 자원을 든든한 뒷배 삼아 관광도시로의 변모를 꾀하고 있다. 단순히 눈으로 쑥 훑고 지나가는 관광이 아닌 친환경 생태 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체류형 관광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성주군은 지난 14일 ‘한국스마트관광협회’와 손잡고 만든 가야산 여행상품인 ‘오감만족 성주가야산 참참참 이색여행’ 출시에 앞서 사전 답사여행을 진행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해 상품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기자도 한국스마트관광협회의 도움을 받아 직접 힐링 관광을 체험했다. 포근한 봄날 상주에서 꿈 같은 이틀을 보냈다. 체류형 관광상품인 ‘오감만족 성주가야산 참참참 이색여행’은 이달 부터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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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 하늘목장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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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 하늘목장 전경

◇17년간 버려진 땅이 힐링 공간으로 ‘성주 하늘목장’

성주군 벽진면의 좁은 도로(벽봉로)를 내달리다 골목길 같은 달창길로 접어들자 ‘하늘목장’이라 쓴 머릿돌이 길손을 반긴다. 가파르게 이어진 길 위로 눈처럼 내린 벚꽃이 새하얀 융단을 깔았다. 이어서 드넓게 펼쳐진 푸른 초원과 좌우로 길게 늘어선 집 모양의 텐트가 이국적인 풍경을 펼쳐낸다. 여기에 빨랫줄처럼 이어진 조명은 낭만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보는 것만으로 힐링이 되는 풍광 바로 성주 하늘목장의 첫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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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 하늘목장

사실 이곳은 목장 부지로 17년 동안 방치된 땅이었다. 이곳을 성주의 핫플레이스로 변모시킨 주인공은 성주가 고향인 여국현(38) 대표다. 여 대표를 포함한 5명의 청년이 의기투합해 농업회사법인 ㈜우리동네를 설립했다. 이후 방치됐던 땅을 일구고 시설을 재정비해 온 가족의 힐링 공간 ‘팜 0311’이라는 브랜드로 재탄생 시켰다. ‘팜 0311’은 시골 고향집을 찾듯 편안하게 뛰어놀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꽃피는 3월부터 낙엽지는 11월까지 자연식 농업을 추구하는 회사라는 뜻을 담았다.

드넓은 초원은 알고 보니 밀밭이다. 유난히 작은 키에 이삭이 패어 있다. 토종 ‘앉은뱅이 밀’이다. 이곳의 농사는 재배가 주목적이 아닌 눈으로 보고 즐기는 경관 농업을 추구한다. 보는 즐거움으로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지역 농산물 판매와 밀키트를 개발 및 판매 등으로 지역 농가의 도우미를 자처하고 있다.

농장 한쪽엔 토끼와 닭 사육장이 있어 주말엔 어린이를 대상으로 먹이주기 체험도 진행한다. 커피숍은 유럽의 어느 농촌 마을에 온 듯한 분위기다. 커피숍 주변은 포토존과 아이들이 자유롭게 낙서를 하며 즐겁게 놀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다. 소를 키우던 우사는 벽체를 뜯어내고 바닥을 높여 온 가족의 휴식 공간이자 체험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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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 하늘목장의 포토존과 커피숍, 우사를 개조한 체험공간 등 다양한 공간이 이채롭게 어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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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트 내부, 솥뚜껑 오겹살, 토끼 사육장, 토마토 닭백숙(왼쪽부터 시계방향)

집 모양의 텐트는 여대표가 수차례 시행착오 끝에 개발한 작품이다. 바람에 강한 고정형 텐트를 직접 디자인해 완성했다. 텐트 안쪽에는 마룻바닥으로 단을 높이고 문을 달아 프라이빗한 휴식이 가능하다. 넓은 텐트 공간은 대가족이 와도 전혀 불편함이 없다. 야외 피크닉의 백미 ‘바비큐’는 시골 정서를 오롯이 느낄 수 있도록 솥뚜껑과 장작이 준비된다. 드넓게 펼쳐진 초록 들판과 알록달록 신록이 물든 산을 배경으로 맛본 솥뚜껑 오겹살은 그야말로 세상 부러울 게 없는 천상의 맛이었다.

올가을에는 농장 뒷산의 자작나무 숲길도 개방된다. ‘팜 0311’이 올가을 오픈을 목표도 열심히 등산로를 개발 중이다.

여국현 대표는 “앞으로도 지역 수제맥주와 막걸리를 이용한 낮술 페스티벌 등 다양한 놀거리와 함께 지역 농가와 함께 할 수 있는 상생 프로그램을 적극 개발할 계획”이라며 “이곳을 프랜차이즈 기본 모델로 삼아 전국적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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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산역사신화테마관

◇오감만족 숲속 산책과 명상체험

어느 이름 없는 등산가가 말했다. “일상에 지친 이들이여 숲으로 오라. 청량한 숲속 공기가 지친 영혼과 육신을 깨우리라.” 비록 유명인의 말은 아니지만, 십수년간 체험으로 얻은 결론이니 괜한 말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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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 산책 코스

숲속 산책과 명상 체험은 가야산역사신화테마관(이하 테마관)에서 시작했다. 테마관은 가야 문화권의 역사와 신화, 문화와 생태를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산책길은 테마관 뒤편 오르막길에서 시작한다. 잘 정돈된 나무 데크길은 수려한 가야산 계곡을 따라 변화무쌍하게 이어진다. 하늘로 쭉쭉 뻗은 소나무를 끼고 좌우로 돌아들다 이내 계곡을 건너고 다시 평평하게 이어진다. 산책길은 가야국 창건 신화를 테마로 이름을 붙였다. 이름하여 ‘정견모주길’이다. 정견모주는 가야산의 여신으로 깨달음의 어머니로 불린다. ‘정견’은 글자 그대로 바로 본다는 뜻으로 불교에서 깨달음을 얻기 위해 취해야 할 바른자세 중 으뜸으로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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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업계 종사자들이 숲속 쉼터에서 명상체험을 진행하고 있다.

정견모주길을 지나면 천신이 준비한 구름길 일명 ‘천신의 길’이 이어진다. 길이 끝나갈 무렵 계단을 오르면 제법 널찍한 공간인 ‘숲속 쉼터’를 마주한다. 이곳이 바로 명상 체험 공간이다. 전문강사의 말에 따라 준비해 온 바닥 매트를 깔고 앉아 눈을 감는다. 숨을 천천히 깊게 들이마시고 천천히 내뱉는다. 수차례 반복하며 햇살과 바람을 온몸으로 느낀다. 준비한 음식물을 입안에 머금고 혀를 굴려 가며 오롯이 음식물의 질감과 그 느낌을 느낀다. 이어 살며시 깨물고 바스러지는 소리와 느낌에 집중한다. 식도를 타고 몸 깊숙이 사라지는 음식물의 느낌도 놓치지 말자. 명상이 끝나면 경직된 근육을 풀어주자. 어깨에 힘을 빼고 가볍게 점프하듯 몸을 위아래로 흔들어주고 이어 양팔을 좌우로 가볍게 흔든다. 짧은 명상 체험 이었지만 번민을 잊고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적어도 상념의 찌꺼기들을 모두 비워낸 듯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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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크닉 세트

몸과 마음이 건강해졌으니 이제는 입과 눈이 즐거워질 차례, 숲속 피크닉을 떠나보자. 준비된 피크닉 박스는 성주 참외를 비롯해 참외 잼, 참외 빵, 참외 마들렌, 참외 에이드, 그리고 접시와 칼까지 완벽하게 구성되어 있어 어디든 자유롭게 피크닉을 즐길 수 있다. 특히 상주 참외를 빼닮은 참외 빵은 먹기에 아까울 정도로 앙증맞다. 이 밖에 참외 잼과 참외 마들렌 참외 에이드까지 참외가 만들어낸 완벽한 조합 덕에 입이 즐겁다. 입이 즐겁다 보니 기분도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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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천 위로 솟은 봉비암(무흘구곡의 제1곡)이 빼어난 절경을 뽐낸다.

◇무흘구곡의 제1곡 봉비암을 품은 ‘회연서원’

회연서원은 조선 선조 때 문신이자 성주가 낳은 대유학자 한강 정구 선생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해 제자들이 세운 서원이다. 지금으로 보면 명문 사립학교에 해당한다. ‘회연(檜淵)’이라는 당호는 공자를 상징하는 회나무의 ‘회(檜)’와 연못을 의미하는 ‘연(淵)’자다. 겸재의 그림으로 서원 앞에 연못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한다. 경내 안쪽에 자리한 강당인 경회당(景晦堂)의 ‘회(晦)’는 주자의 호 ‘회암(晦庵)’에서 따왔다고 한다. 즉 공자를 통해서 주자를 만나는 자리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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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도루를 지나 서원 안으로 들어서면 중앙에 맞배지붕을 한 경회당이 자리한다.

회원서원은 역사적인 의미도 의미지만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이다. 특히 이곳은 경북을 대표하는 매화꽃 명소로 이른 봄이 되면 서원 안팎에 핀 매화가 장관을 펼친다. 서원의 정문 격인 현도루를 지나 아름다운 경내를 거닐다 보면 마치 잘 꾸며진 궁전의 정원을 거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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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거수 왕버들이 줄지어 늘어선 성밖숲 풍경

◇아름다운 분재정원(?) ‘성밖숲’

성밖숲은 성주읍을 가로지르는 하천인 이천(伊川)변에 조성된 숲이다. 수령이 족히 300~500년 된 노거수 52그루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마치 거대한 분재들이 한자리에 모여있는 듯 이채로운 풍경을 자아낸다. 노거수는 모두 왕버들로 평균 둘레가 3m가 넘는다. 글자 그대로 조선시대 성주읍성의 서문밖에 조성한 인공림으로 수해와 액운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심어졌다. 특히 8~9월이 되면 왕버들의 예사롭지 않은 자태와 보랏빛 맥문동이 한데 어우러져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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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손을 잡아끄는 고즈넉한 한옥 풍경 ‘아소재’

◇길손을 잡아끈 치명적인 한옥 풍경 ‘아소재’

성주군 수륜면 가야산로를 달리다 좁은 옆길에 접어들면 수풀 사이로 한옥 지붕이 빼꼼히 고개를 내민다. 한옥 스테이로 유명한 ‘아소재(我蘇齋)’다. 안으로 조심스레 들어서니 마당에서 풀을 매고 있던 주인장이 길손을 반긴다. 본채로 이어지는 돌계단 위엔 소담스럽게 자라난 민들레가 고즈넉한 한옥의 정취를 더한다. 마당 한가운데 자리한 본채 ‘아소재’를 중심으로 동쪽에는 ‘성우당’, 서쪽에는 ‘소미재’가 각각 자리하고 있다. 마치 서원을 들어선 듯한 익숙한 구조다. 본채인 ‘아소재’가 강당 격이고 성우당이 소미재가 기숙 공간인 동재와 서재로 이해하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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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소재의 주인 엄윤진 씨가 집안 곳곳을 설명하고 있다.

이곳의 주인장은 엄윤진(62)씨다. 취미로 사진여행을 하다 길을 잘못 든 그를 한눈에 사로잡은 곳이 바로 이곳 아소재다. 마침 집을 매각한다는 플래카드를 발견한 그는 망설임 없이 이 집을 매입해 연고도 없는 이곳에 터를 잡았다. 벌써 14년 전 일이다. 아소재(我蘇齋)는 ‘나를 살리는 곳’이란 뜻으로 가운데 소(蘇)자는 내소사에서 따왔다고 한다. 한옥채의 현판은 모두 엄씨가 직접 작명해 달았다. 그의 14년 손길로 매만져진 이곳은 현재 한옥 스테이와 카페로 운영 중이다.

color@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