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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정하은기자]폭력 피해자의 사적인 복수는 정당한가. 연상호 감독의 동명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돼지의 왕’이 폭력의 근원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학교 폭력을 다루며 신선한 충격을 안겼던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이 11년 만에 OTT 티빙의 12부작 드라마로 재탄생했다. 원작이 인물들의 중학교 시절을 배경으로 학교폭력 이야기가 중심이 됐다면, 드라마에서는 이들이 성인이 된 이후 벌이는 피의 복수와 연쇄살인을 다루는 스릴러적인 색채가 강해졌다.
‘돼지의 왕’은 연상호 감독의 팬이라면 애정을 갖지 않을 수 없는 작품이다. 이번 드라마를 집필한 탁재영 작가 역시 원작의 팬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많은 팬층을 가진 원작의 시리즈화를 결정하면서 우려했던 점은 없었을까. 탁 작가는 “원작 메시지의 의미와 가치를 훼손시키지 않을까 우려를 많이 했다. 원작의 메시지와 스릴러 장르의 재미를 어떻게 잘 조합을 시키며 12화까지 끌고 갈 수 있을까 고민했다. 원작에서의 연감독이 관객에게 던지고 싶었던 메시지는 그대로 가지고 가면서 원작 팬들도 재밌게 볼 수 있게끔 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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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급 사회 속에서의 역전 현상이란 원작의 메시지는 그대로 가져가려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크게 재해석을 하거나 비틀어서 다른 메시지를 전달하려 하지 않았다. 관객으로서 봤을 때 그 메시지가 큰 울림이 있었기 때문에 그 좋은 메시지를 바꿀 필요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원작에는 없는 연쇄살인 소재에 대해 연 감독은 “학교폭력 가해자가 어른이 된 모습은 원작에선 드러나지 않는데, 그들이 성인이 되어 어떻게 살고 있겠는가의 질문을 많이 들었다. 그런 면에서 이 드라마가 가장 많이 받은 질문에 대한 좋은 답이 될 수 있겠다 싶었다”고 전했다.
19세 이상 관람가로 설정된 ‘돼지의 왕’은 폭력적인 장면이 적나라하게 표현됐다. 다소 잔혹한 학폭과 복수 장면의 묘사에 대해 탁 작가는 “폭력이 적나라하더라도 어른들의 스릴러라고 생각하며 리얼하게 표현하려 노력했다”며 “드라마 초반에는 잔인하게 학폭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복수하며 시청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기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돼지의 왕’이 단순히 학교폭력을 다루는 작품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폭력에 대한 좀 더 근원적인 문제를 다루고 싶었다는 탁 작가는 “세상은 왜 강자와 약자는 서열화가 되어있고 그 사이엔 왜 폭력이 존재하느냐는 큰 주제를 다루기 위해 학폭이란 소재가 필요했다”며 “초반의 카타르시스 이후 중후반부부터는 과연 폭력 피해자의 사적인 복수는 정당한 것인가 하는 도덕적 딜레마를 시청자들도 느끼길 원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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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의 열연도 빼놓을 수 없다. 학교폭력 피해자였던 황경민(김동욱 분)이 성인이 돼 연쇄살인을 벌이고, 그의 유일한 친구였던 정종석(김성규 분)이 형사로서 사건의 전말을 쫓는다.
연 감독과 탁 작가는 이들의 연기를 보며 감탄했다고 입을 모았다. 먼저 김동욱에 대해 연 감독은 “연기가 굉장히 사려깊다고 생각했다”며 “단순히 ‘처단자’로서 카타르시스를 전달하는 것 외에도 죄의식까지 표현하려는 사려깊은 느낌을 받았다”고 감탄했다. 김성규에 대해선 “연기만으로도 영화를 보는 거 같았다”고, 탁 작가는 “배우들이 배역을 잘 이해해주고 해석해줘서 힘이 붙을 수 있었다”고 캐스팅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 | 티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