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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이정후가 10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전에 앞서 취재진을 만났다. 고척 | 김동영기자 raining99@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고척=김동영기자]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정말 쉽다고 생각하세요?”

키움 이정후(24)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연기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국제대회 출전 욕심이 강하다. 태극마크에 진심이다. 그러나 아시안게임을 결코 쉽게 보지는 않는다. 사실이 그렇다. 금메달을 예약한 것처럼 말하는 이들에게 묵직한 메시지를 남겼다.

이정후는 10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국제대회에 너무 가고 싶다. 국가대표로 나가는 것은 의미가 다르다. 특히나 이번 아시안게임은 와일드카드를 제외하면 내가 가장 많은 나이가 될 뻔했다. 또래들과 함께하는 것 아닌가. 기대했는데 연기됐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에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있고, 아시안게임도 밀리면 내년이 될 것이다. 태극마크는 기회다. 아시안게임의 경우, 쉽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더라. 정말 그렇게 생각하나. 일본 사회인야구도 수준이 높다. 대만도 프로가 나오지 않나. 절대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아시안게임 3연패 중이다. 2010 광저우와 2014 인천, 2018 자카르타-팔렘방까지 3개 대회 연속으로 정상에 섰다. 이쯤 되면 금메달은 ‘따 놓은 당상’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상황이 다르다.

인천 대회에서는 결승에서 대만을 만나 2-3으로 끌려가다 8회초 4점을 내며 어렵게 역전승을 거뒀다. 자카르타 당시에는 선수단이 집단 장염에 걸리면서 꼬였다. 첫 경기 대만전에서 1-2로 패하는 충격도 맛봤다. 대표 선발 당시부터 잡음이 있었고, 금메달을 따고도 환영받지 못한 대표팀이 됐다.

\'담장넘는 타구 확인하는\' 이정후[포토]
키움 이정후가 4월20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2 KBO리그 SSG전에서 1회초 솔로포를 터뜨린 후 베이스를 돌고 있다. 문학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결과적으로 모두 정상에 섰으나 ‘거저 먹은’ 금메달은 당연히 없다. 국제대회 특성상 처음 보는 투수와 타자들을 상대해야 하고, 이는 큰 변수가 된다. 단기전이기에 한 번 꼬이면 그대로 밀릴 수도 있다.

그나마 일본이 프로를 보내지 않는 점은 있다. 상대적으로 아시안게임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고, 사회인 야구 선수들로 대표팀을 꾸린다. 그렇다고 이들의 수준이 낮은 것도 아니다.

대만 또한 언제나 복병이었다. 졌던 경기도 있고, 질뻔했던 경기도 적지 않다. 일본과 미국 마이너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 많다. 100% 전력을 꾸릴 경우 한국이 손쉽게 이길 수 있는 상대는 아니다. 하물며 장소가 중국이다. 대만도 전의를 불태울 수 있는 장소다.

심지어 한국은 이번 항저우 대회부터 연령 제한을 두기로 했다. 24세 혹은 3년차. 와일드카드 3장이 있지만, 주축들이 모두 젊다. 육성에 방점을 찍었다. 연기에 따라 나이 제한도 1살 올릴 가능성이 있지만, 그래도 젊은 것은 마찬가지다. 동시에 금메달을 노린다. 녹록지 않은 목표다.

국제대회 성적은 KBO리그 흥행으로 이어진다. 2020 도쿄 올림픽 노메달 충격이 아직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 아시안게임까지 부진이 이어진다면 치명타 그 이상이다.

제아무리 아시안게임이라도 ‘당연한 금메달’은 없다. 무엇보다 현장에서 뛰고 있는 이정후가 ‘일침’을 가했다. 다른 선수들도, 야구계도, 팬들도 깊이 생각해야 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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