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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대구=김동영기자]
운동선수에게 나이는 중요하다. 30살 중반만 돼도 ‘노장’ 소리가 나오기 시작한다. 그런데 ‘불혹’인 40세에도 리그 최고로 꼽히는 선수가 있다. 오승환(40·삼성)이다. 프로 18년차. 은퇴를 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지만, 여전히 삼성의 수호신으로 활약중이다. 소위 말하는 노쇠화 징후도 없다. 더 큰 목표도 설정했다.“변함 없이, 꾸준히 한다. 나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없다.”
경기고-단국대 출신의 오승환은 지난 2005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5순위로 삼성에 지명됐다. 고교 졸업반 때는 프로 지명을 받지 못했고, 단국대에 진학했다. 팔꿈치 수술까지 받으면서 2001~2002년은 기록도 없다. 2003~2004년 2년간 48경기 175.1이닝, 13승 4패 211탈삼진, 평균자책점 1.33을 찍었다. 이를 바탕으로 1라운드 지명을 받으며 프로에 왔다.
신인 시절부터 곧바로 날았다. 61경기 99이닝, 10승 1패 11홀드 16세이브, 평균자책점 1.18을 찍었다. 농구 용어였던 트리플 더블을 야구계에서도 쓰이게 만든 투수다. 이 시즌 신인왕을 품었고, 한국시리즈 MVP까지 차지했다.
2년차 징크스도 없었다. 2006년 47세이브를 만들며 단일 시즌 최다 세이브 신기록을 썼다. 이후 2011년 다시 47세이브를 만들었고, 역대 최초 ‘무패 세이브왕’에도 올랐다. 이를 포함해 리그 세이브 1위만 6번이다. 2021년에는 44세이브로 역대 최고령 세이브왕에도 올랐다. 그렇게 쌓은 세이브가 356개다.
일본과 미국 무대에서도 활약했다. 일본프로야구 한신에서 2년간 뛰며 80세이브를 만들었고,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토론토-콜로라도에서 활약하며 42세이브를 일궈냈다. 한·미·일 통산 478세이브를 만들고 있다. 그야말로 세이브의 대명사다.
더 놀라운 점은 23세부터 40세까지 꾸준하다는 점이다. 2010년 부상으로 주춤했던 것을 제외하면 꾸준히 마운드를 지키고 있다. 어느 팀에서든 든든하게 뒷문을 지켰고, 지금도 수호중이다.
오승환에게 비결을 물었다. 그러자 “거창하게 비결이라고 할 것이 없다. 나는 운동 스케줄이나 생활 등에 변함이 없다. 오히려 이게 비결이라면 비결 아닐까 싶다. 나이가 있다고 해서 조절을 해준다면 내가 나이를 먹었다고 느끼는 것 아니겠나. 나는 그런 것이 없다. 똑같이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몸 관리도 마찬가지다. 그냥 하던 대로 하고 있다. 힘들다거나, 힘에 부친다는 느낌은 전혀 없다. 일본에서도 그랬고, 미국에서도 그랬다. 일본을 거쳐 미국으로 넘어가서는 스스로 찾아서 운동하는 것을 배웠다. 혼자 운동하는 시간이 아무래도 한국보다 많다. 내가 콘트롤해야 한다는 점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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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시즌도 순항중이다. 18일까지 17세이브, 평균자책점 2.57을 만들고 있다. 리그 세이브 3위다. 공동 1위 고우석(LG)-정해영(KIA)가 18세이브. 딱 1개 차이다. 발목이 살짝 좋지 못한 상태지만, 큰 문제 없이 자신의 임무를 다하고 있다.
오승환은 “지금까지는 큰 무리 없이 가고 있다. 발목 상태도 많이 호전됐다. 사실 작년에도 그랬고, 올해도 그렇고, 시즌 초반이 많이 아쉽다. 그러면서 점점 좋아지는 것 같다. 시즌 처음부터 끝까지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다. 모든 선수들이 그래야겠지만, 마무리 투수가 보여줘야 할 것은 일정함이다. 기복이 없어야 한다. 그 부분에서 아쉬움이 남는다”고 짚었다.
또한 “비시즌 운동량을 조금 줄였는데 지금까지는 굉장히 좋다. 작년까지만 해도, 몸이 피곤해도 운동을 계속 했다. 올해는 바꿔봤다. 힘이 떨어지는 느낌이 없다. 트레이닝 파트와 이야기를 하면서 조율하고 있다. 운동을 많이 하고, 적게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고 운동량을 아주 확 줄인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기본적으로 자기 관리의 끝판왕이라 한다. 오랜 시간 정상을 지키는 이유다. 스스로에게 엄격하다. 그러나 오승환은 생각이 살짝 달랐다. “엄격하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다르게 보면 그냥 무덤덤한 것이다. 세이브를 하고, 경기를 승리로 마치게 되면 그걸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 세이브를 위해 뛰는 것이다. 블론 세이브를 한 번 하면 엄청 크게 온다. 팀에 너무 미안하다. 마무리 투수의 숙명이라면 숙명이다”고 말했다.
그렇게 오랜 시간 세이브를 쌓았고, 대기록도 만들었다. KBO리그에서 300세이브를 만든 선수는 오승환이 유일하다. 그야말로 독보적. 일본과 미국 기록까지 더하면 범접할 선수가 없다.그리고 오승환은 더 높은 곳을 보고 있다.
오승환은 “목표는 KBO리그 400세이브로 잡고 있다.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올해 잘한다고 해서 내년, 내후년은 또 모르는 것 아니겠나. 나아가 한·미·일 통산 500세이브도 해보고 싶다. 나 혼자만의 기록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의미가 있는 기록이 아닐까 싶다. 불펜투수로서, 마무리 투수로서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수치가 될 것 같다. 아시아 선수 중에 500세이브 투수가 없는 걸로 알고 있다”고 목표를 밝혔다.
아시아 주요 선수들을 보면 주니치에서 뛰었던 이와세 히토키가 통산 407세이브로 일본프로야구 최다 세이브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대마신’ 사사키 가즈히로가 일본과 미국에서 합계 381세이브를 만든 바 있다. 오승환은 500세이브를 바라보고 있다. 이 추세면 올 시즌 내 달성도 가능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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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대투수’ 반열에 오른 오승환이다. 팀 내 후배들이 다가가기 어려울 법도 하다. 막상 보면 그렇지도 않다. 그렇게 어려워하는 분위기가 아니란다. “내가 그렇게 무게를 잡고 있을 필요도 없고, 후배들에게 어렵게 할 필요도 없다. 내가 먼저 장난도 친다. 내가 조언을 해준다는 것보다, 물어보면 내 생각을 말해주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어릴 때부터 자기 것을 갖고 운동을 했고, 정말 열심히 해서 프로에 왔다. 같은 프로 선수 아닌가. 프로에 오지 못하고 멈추는 선수들이 얼마나 많은가. 선배, 후배를 떠나서 존중을 해줘야 한다. 오히려 내가 후배들과 이야기를 해다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얻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오승환은 “예전부터 스포츠서울을 많이 봤다. 우리 본가에는 아직도 신문이 온다. 아버님께서 받아보신다. 스크랩을 계속 하고 있다. 집에 스크랩북이 어마어마하다. 예전에 비해 지면을 많이 보지 않다 보니 독자분들께 인사를 드릴 일이 없었던 것 같다. 자리를 마련해주셔서 감사하다. 팬들께서도 스포츠서울을 통해 야구를 더 많이 접하시고, 재미있고 쉽게 보셨으면 한다. 나도 계속 좋은 기사 많이 나갈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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