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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정하은기자]“그 시절의 열망을 지금 이 시대로 가져오고 싶었다.” 1970∼1980년대를 풍미한 록밴드 송골매가 다시 비상한다. 40년 동안의 열망이 다시 무대 위에서 피어난다.
재결합한다는 사실만으로 화제를 모았던 송골매가 추석 연휴 기간인 9월 11, 1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콘서트 ‘열망(熱望)’을 열고 팬들과 만난다. 밴드의 주축이자 기타리스트 배철수(69)와 보컬 구창모(68)가 다시 뭉쳤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구창모가 1984년 4집 활동 직전 송골매를 떠난 지 무려 38년 만이다.
송골매는 콘서트를 앞두고 6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신한pLay스퀘어에서 제작발표회를 열고 콘서트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40년 만에 송골매의 시간을 다시 흐르게 된 소감에 대해 구창모는 “추억을 되살리면서 그때 그 그림을 전달할 수 있을까 설레고 긴장도 된다”고 말했다. 배철수는 “설렘도 있지만, 걱정이 더 많이 된다. 예전의 송골매를 좋아하셨던 팬들이 이번 공연을 보고 혹시라도 실망하면 어쩌지 걱정을 했다”고 솔직한 소회를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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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골매는 1979년 한국항공대학교 동아리 록 밴드인 ‘활주로’ 출신 배철수를 중심으로 결성됐다. 이후 홍익대 출신의 록 밴드 ‘블랙테트라’의 멤버 구창모와 김정선을 영입한 이들은 2집 타이틀곡 ‘어쩌다 마주친 그대’가 크게 히트하며 국내 록 음악 시장을 이끌었다. 1990년 9집을 마지막으로 송골매는 긴 휴식에 들어갔다. 원년 멤버 이봉환(키보드), 김정선 등이 2010년 송골매 공연을 열었지만, 배철수와 구창모가 빠져 크게 주목받진 못했다. 이후 배철수는 MBC 라디오 ‘배철수 음악캠프’ 라디오 DJ로, 구창모는 솔로 가수와 사업 활동에 주력했다.
재결합이 오래 걸린 이유에 대해 구창모는 “해외에서 20년을 넘게 생활을 해서 국내에서 음악을 재개할 기회가 없었다. 계속 배철수 씨하고는 팀 재결합에 대해 오래전부터 이야기를 해왔다”고 전했다. 배철수는 “계속 라디오 DJ를 33년째 하고 있다. 90년에 DJ가 됐을 땐 음악계에서 은퇴했단 생각은 못했는데, 5년 정도 방송을 하면서 나는 음악에 대한 재능이 부족하구나를 깨달았다. 음악을 소개하는게 더 잘 맞는다는 생각을 해서 다시 무대로 돌아온다는 생각은 못했다”며 “10여년 전부터 구창모 씨와 만나면서 구창모 씨가 노래를 안하는게 아깝더라. 더 나이 들기 전에 송골매 노래를 다시 해보자고 얘기했다”고 덧붙였다.
송골매의 전국투어 ‘열망’은 9월 서울을 시작으로 부산, 대구 등 전국 여러 지역에서 열릴 예정이다. 국내뿐 아니라 미국 LA와 뉴욕, 애틀란타에서 내년 3월 공연을 펼칠 계획이다. 배철수와 구창모 중심으로 전성기를 보낸 송골매는 ‘어쩌다 마주친 그대’, ‘하늘나라 우리님’, ‘빗물’, ‘모여라’ 등 명곡을 낳은 만큼 이번 공연에서 이같은 히트곡 무대를 약 40년만에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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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온 송골매는 어떤 음악을 들려줄까. 배철수는 “음악이라는게 시간이 지나며 트렌드도 바뀌고 발전한다. 그럼에도 저희는 과거와 똑같이 연주하고 노래하려 한다. 저희와 함께 호흡했던 세대들이 우리와 같이 노래하고 들으면서 젊은 시절로 돌아갔으면 하기 때문이다. 어렵고 힘든 시기였지만 타임머신을 타고 가고 싶은 마음에 편곡은 100% 오리지널로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습 비화에 대해 구창모는 “심장이 둥둥 뜰 정도로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와닿았다. 자신감이 생겼다”고 힘주어 말했다.
배철수는 이번 ‘열망’ 공연을 송골매의 마지막 공연이라고 했다. 배철수는 “이 공연을 끝으로 더 이상 음악은 안하려고 한다”고 단호히 말했다. 이에 구창모는 “배철수 씨가 라스트 앨범과 라스트 투어를 하자고 했다. 송골매의 추억을 가지고 공연을 하고 싶다면서 음악생활은 그걸로 끝이다 라고 했는데 저는 그렇지 않다”며 웃었다.
다시 뭉친 송골매의 비상에 후배 가수들도 힘을 보탠다. 그룹 엑소의 수호, 밴드 잔나비가 송골매의 명곡을 새롭게 해석하는 리메이크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들은 직접 무대를 꾸미며 세대를 뛰어넘는 무대를 만들었다. 젊은 세대에게는 낯선 송골매의 음악을 두 팀이 재해석하며 모든 세대가 즐길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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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대표 그룹인 엑소의 리더이자 최근 솔로 가수로도 활동 중인 수호는 송골매를 1980년대 최고의 록 밴드로 각인시킨 히트곡 ‘모두 다 사랑하리’를 부른다. 이 곡에는 K팝 히트곡 메이커로 알려진 켄지(KENZIE)가 편곡에 참여했다. 원곡의 록 발라드 감성을 유지하면서도 모던한 사운드와 수호의 미성이 특징이다.
이날 수호는 “저희 부모님께서 송골매 선배님들의 팬이시다. 가문의 영광이라 생각하고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다”고 운을 뗐다. 이어 ‘모두 다 사랑하리’를 선곡한 이유에 대해 “서정적인 감성이 저와 맞았고, 엑소의 팀 구호가 ‘사랑하자’이듯 사랑하는 걸 좋아한다. 모두 다 사랑한다는 박애주의식 표현이 좋아서 이 곡을 선곡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명곡은 수십년이 지나도 명곡이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켄지 작가님과 깊은 고민을 하고 오래 생각해서 최선을 다해서 음악을 만들고 불렀다”며 “송골매 선배님들의 명성에 누가 끼치지 않게 최선을 다하겠다. 선생님들이 무대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떨린다”고 말하며 수호의 목소리로 재해석한 ‘모두 다 사랑하리’를 열창했다.
잔나비는 송골매의 1집 타이틀곡 ‘세상만사’를 리메이크했다. 배철수가 보컬을 맡았던 이 곡은 구창모의 목소리를 더해 2집에도 다시 실릴 만큼 대표 명곡으로 꼽힌다. 최정훈의 복고적인 감성과 서정적 보컬로 재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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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도 송골매의 팬이라고 밝혀온 바 있는 잔나비 최정훈은 “옛날 음악을 좋아하는 제겐 전설이시다. 특히 밴드 음악을 하기 때문에 가장 많이 영향을 받은 그룹하면 송골매였다”며 “송골매 무대를 제 두 눈으로 볼 수 있단 생각을 하니 가슴이 벅차오른다. 리메이크에 참여하게 돼서 영광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세상만사’를 선곡한 이유에 대해선 “어렸을 때부터 이 노래를 달고 살았다. 일이 잘 안풀릴 때면 이 노래를 부르며 웃으며 넘어갔던 기억이 있다”며 “한국 록 사운드의 기틀을 잡아주신 송골매 선배님들께 감사하다는 말씀 전해드리고 싶다”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두 팀의 무대를 본 구창모는 “송골매의 감과 완전히 달라서 새롭고 신선했다”고, 배철수는 “두 친구가 노래하는 걸 보니 부럽더라. ‘참 좋을 때다’ 싶었다”며 웃었다. 이어 “우리도 젊고 반짝반짝할 때가 있었는데 세월이 많이 흘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최정훈은 “밴드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선배에 대한 동경이 큰 거 같다. 록음악의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저희가 음악을 할 수 있게끔 해주셔서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존경심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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