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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LA=문상열전문기자] 허문회, 이동욱, 허삼영.
감독이 되기 전까지 이들은 KBO리그에서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소수파였다. 보통 ‘로우 키 퍼스낼리티’라고 한다. 이들이 롯데, NC, 삼성의 감독에 오르면서 KBO리그도 변화가 오고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화려한 경력 출신이 아닌 성실하고 소통하는 지도자가 대세로 보였다. 로우 키 퍼스낼리티들은 언론플레이도 하지 못하고 성실하며 정치적이지도 않다. 이들은 모두 시즌 도중에 해고와 사임으로 현역에서 물러났다.
롯데 허문회 감독은 한 시즌 반 만에 쫓겨났다. 83승90패1무 승률 0.479를 기록했다. 고집불통 딱지를 붙이고 성적부진의 책임을 물었지만 실상은 단장과의 파워게임에서 밀렸다. 특히 허 전 감독은 그에게 우호적인 언론이 없어 단장의 일방적 언론플레이에 당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리고 단장이 원한 미국인 래리 서튼 감독의 성적은 전임 허문회 감독을 능가하지 못하고 있다.
NC 이동욱 감독은 리더십 부재로 해고됐다. 팀내의 잇단 불미스러운 사건이 터지면서 리더십의 한계를 드러냈다. 구단은 팀의 유일한 한국시리즈 우승 감독임에도 자르고 말았다. 세 감독 가운데 KS 우승으로 유일하게 재계약 후에 아웃됐다. 3시즌 반 지휘봉을 잡아 232승216패17무 승률 0.518을 남겼다.
삼성 허삼영 감독은 성적부진의 책임을 지고 스스로 사임했다. 하지만 주변에서의 강한 압박이 사임으로 이어졌다고 보는 게 옳다. 2020년 부임한 뒤 2시즌 반 만에 지휘봉을 스스로 놓았다. 178승188패16무 승률 0.486을 기록했다. 전력분석 출신의 허 전 감독은 취임 때 세이브메트릭스에 의한 데이터 야구를 강조했다. 그러나 연패 과정에서 테이터 야구는 실종되고 감의 야구로 회귀했다. 기자와 팬들은 “이게 뭐지?”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결국 자신이 쏟아낸 말이 부메랑이 돼 목을 쳤다.
이들 3명의 로우 키 감독 중에, 1명은 한 배를 탄 단장과의 알력, 1명은 리더십 부재, 1명은 자신의 말을 뒤집은 성적부진으로 각각 지휘봉을 놓게 되었다.
로우-키 감독의 약점은 한 번의 기회로 모든 게 판단된다는 점이다. 이들 세 전직 감독이 세컨드 찬스를 얻어 다시 지휘봉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한 차례 감독으로 끝난다. 그러나 만약 이들이 두 번째 기회를 갖게 된다면 더 잘할 수 있다. 초임 때 잘못된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는 가능성은 훨씬 높다.
메이저리그라면 이들은 나이가 젊어 감독을 보좌하는 벤치코치로 적임자다. 국내에서는 여건상 매우 힘들다. KBO 감독 출신이 코치를 한 경우는 김성한(KIA), 조원우, 이종운(이상 롯데) 정도에 불과하다.
미식축구 NFL과 NBA에서는 감독 경질 후 코치로 복귀하는 게 매우 자연스럽다. 여기서 말하는 감독 경질은 젊고 한 차례 역임으로 끝나는 경우다. 이들은 감독이 되기 전 자신의 분야에서 스페셜리스트였다. 허 전 감독은 타격에 관한 한 손꼽히는 코치였다. 이 전 감독은 수비에 일가견을 갖고 있었다. 허삼영 전 감독은 전력분석가로 감독까지 오른 입지적 인물이다. KBO가 배출한 전문가며 자산이다.
이들이 시즌 후 자신의 자리를 찾아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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